스포츠 의류가 애슬레저(Athlesure)로 진화하고 있다. 각 시대마다 패션 트렌드가 있는 것처럼 애슬레저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유행처럼 번진 등산은 현재 우리 일상생활에 보편화됐으며 관련 업계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애슬레저 또한 유행을 거쳐 보편화된다면 의류 업계 매출에 날개를 달 것으로 관측된다.

애슬레저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도 착용이 가능한 스포티브 의류를 총칭한다.

최근 여성들이 레깅스에 조깅화를 신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과거에 이런 복장을 하나의 ‘패션’이라 부르기 힘들었지만 이는 하나의 패션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트렌치코트에 스니커즈를 신는 믹스앤매치 등이 패션의 주를 차지하며 편안함과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모습이다.

쉽게 말해 편안함과 스타일을 모두 만족시키는 패션이 애슬레저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애슬레저는 지난 2010년 룰루레몬(lululemon) 레깅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일상복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2015년 초 미국 몬테나주에서는 엉덩이 등을 노출하거나 실루엣을 드러나게 하는 옷을 공공장소에서 입는 것을 금지하는 ‘공공장소 노출복 금지법’이 연초에 발의되기도 했다. 비록 의회 통과는 못했지만 애슬레저가 패션트렌드로써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포츠 의류를 세대별로 분류하면 1세대는 단순 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을 말한다. 이어 2세대는 스포츠 영역이 넓어지면서 등산, 아웃도어 의류 등이 일상복으로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3세대가 스포츠와 일상의 범위를 모두 다 만족하는 애슬레저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의류는 해당 운동에 최적화돼 그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했고 이후 아웃도어 붐으로 관련 의류가 일상복 영역까지 진출했다. 최근에는 운동을 위한 운동이 아닌 운동의 생활화 또는 생활 속의 운동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변화 영향으로 애슬레저가 생활 속 패션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스포츠 의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시장이 완만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애슬레저는 전체 의류 시장에서 그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과거 청바지가 장소와 계절을 막론하고 모든 상황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으로 성공했고 현재까지 많은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지만, 점차 애슬레저가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청바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애슬레저, 의류 시장 전체 규모 성장 가속화

한국 의류 시장은 스포츠 의류의 성장 속에 애슬레저의 도입으로 전체 의류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3년 40조원에서 오는 2018년 6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실제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애슬레저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의류 시장은 여성복 중심에서 애슬레저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류 시장의 중심이 애슬레저로 이동함에 따라 기존 애슬레저 기업 외에도 글로벌 스포츠, SPA, 명품업체들이 자사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애슬레저 시장에 진출 중이다.

나이키는 기존 스포츠만을 위한 기능성 의류에서 여성들이 주로 선호하는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에 적합하고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출시 중이다. 또한 전문적인 기능성과 함께 일상에서 패션 의류로 활용 가능한 스타일을 추가함과 동시에 애슬레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갭은 2011년 액티브웨어 브랜드 애슬레타(Athleta) 매장을 개점한 이후, 2013년 65개로 매장수를 확대했고 꾸준히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포에버21, H&M, 유니클로 등 SPA브랜드들의 시장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애슬레저 트렌드는 명품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샤넬, 구찌, 크리스찬디올 같은 명품 업체들도 액티브웨어 라인을 확대하며 이 같은 추세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이마트가 스포츠 제품에 주력해 내놓은 SPA 브랜드 데이즈를, 프로스펙스는 기능성에 디자인을 가미한 라이프스타일 의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애슬레저 시장의 확대는 애슬레저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주요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성장 기대감도 높이게 된다.

여러 소재 가운데 우선 애슬레저의 최대 장점인 신축성·내구성을 구현해주는 스판덱스 소재의 탄력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스판덱스는 애슬레저의 주재료이며 다른 섬유와 혼방해도 높은 탄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특성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효성이 지속적으로 Capa를 늘리고 있어 시장 확대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슬레저를 레저 활동과 동시에 편하게 입는 일상복으로 즐겨 입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글로벌 의류기업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애슬레저가 유행함에 따라 스포츠업계의 전략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특정 운동에 특화된 기능성을 강조한 퍼포먼스 의류보다 운동복에 패션을 가미한 의류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포츠 의류업체와 패션 의류업체들과의 협력 등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장진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패션업계의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애슬레저는 마치 IT 산업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며 “애슬레저는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될 것이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과 맞물려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국내 패션시장은 전년대비 1.9% 오른 38조원, 오는 2016년에는 올해대비 2.6% 성장한 39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의류산업의 성숙이 진입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율 수준의 제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패션산업은 저성장 국면이지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비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혁신을 통해 이러한 소비 수요 변화를 충족시킨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확대와 함께 차별화된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