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대는 공휴일이나 명절 없이 누군가는 항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법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두가 들뜨게 되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를 마쳐가는 성취감에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다가오는 기쁨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시기에 미 북미 항공 우주 방어 사령부, 통칭 ‘노라드’(NORAD,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60년째 이어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크리스마스이브 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어디쯤 왔는지 위치를 알려주는 ‘산타 트래커(Santa Tracker)’ 서비스다.

노라드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1955년 12월 24일, 미국의 백화점 체인업체인 ‘시어스(Sears)’가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개설해 신문에 광고를 냈다. “안녕 친구들? 산타 할아버지에게 직접 전화를 하세요!”라는 문구로 시작된 이 이벤트의 취지 자체는 아이들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직접(?) 대화를 하면서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동심을 이어가고, 동시에 부모들은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결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어스 측이 광고를 내면서 전화번호 한 자리를 잘못 인쇄했는데, 하필 이들이 인쇄지에 잘못 적은 632-6681이라는 번호는 시어스 백화점이 아니라 노라드의 전신인 미 대륙 항공 방어 사령부, 통칭 ‘코나드(CONAD, Continental Air Defense Command)’의 지휘통제실 번호였다.

결국 문제의 12월 24일, 코나드 지휘통제실은 운명의 첫 전화를 받았다. 사실 이 전화는 위기 상황에만 울리도록 되어 있는 비화 전화기였기 때문에 지통실은 순식간에 긴장에 휩싸였다. 이날 당직 사령이던 해리 샤우프(Harry Shaoup) 대령은 긴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으나, 전화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대통령도, 합참의장도 아닌 앳되고 가냘픈 목소리였다.

“혹시 산타클로스이신가요?”

샤우프 대령은 장난전화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고, 전화 속의 여자 아이는 울먹였다. 하지만 아이는 다시 조심스럽게 대령에게 물어봤다.

“그럼 저…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면 산타 요정 중 한 분이신가요?”

이 전화는 이날 벌어질 일의 전조에 불과했다. 곧 시어스 광고를 본 아이들이 코나드 지통실로 전화를 걸어댔고, 소련이 핵 공격을 감행하는 상황에서나 울려야 하는 이 비화 전화기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잠시 후 상황을 대략적으로 눈치 챈 샤우프 대령은 마음을 가다듬은 후 전화를 받고 있던 병사의 어깨를 부여잡고 이렇게 말했다. “그냥 산타 할아버지인 척해.”

샤우프 대령은 일일이 전화를 받아 잘못 걸었다고 알려주는 대신,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하룻밤 동안 지켜주는 쪽을 선택했다. 그는 무언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판단하여 전화를 걸어온 아이들에게 북극에서 출발한 산타 할아버지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를 알려주기로 했다. 노라드 홈페이지를 인용하자면, “바로 그 순간 전통이 시작됐다.” 코나드는 1958년 노라드로 개편했으며, 이 ‘산타 트래커’의 전통은 노라드가 계속 이어받게 되었다. ‘산타 대령님(Santa Colonel)’이라는 별명이 붙은 샤우프 대령은 2007년에 사망했지만, 그는 생전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노라드로 찾아가 ‘산타 트래커’ 봉사자들을 교육했다.

처음 의도치 않게 ‘산타 트래커’를 시작했을 땐 당직을 서던 인원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위치를 알려줬지만, 이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노라드 측에서 아예 전화 응대를 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이메일도 개설한다. 심지어 전 세계 7개국 언어로 제작한 ‘산타 트래커’ 홈페이지도 개설해 산타 할아버지의 위치를 시시각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노라드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배달하는 12월 24일 하루 동안 약 1만2000통의 이메일을 접수하고 7만통 이상의 전화를 소화하며, 홈페이지에는 900만명 이상이 접속한다. 최근에는 SNS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아예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플리커에서도 산타 할아버지의 행적을 중계해준다. 노라드는 크리스마스 시기가 다가오면 산타 트래커 업무만 전담하여 책임질 공보관을 보직시킨다.

이 산타 트래커 서비스에는 2009년부터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 대통령 영부인도 크리스마스이브 하루 동안 전화 자원 봉사자로 참여해오고 있다. 2007년부터는 구글(Google)의 지오 그룹(Geo Group)이 협력업체로 참여하며, 노라드가 전달하는 ‘산타 트래커’ 데이터를 2D로 구글 맵(Google Map)에 표시하고 3D로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표시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오류도 발생했다. 구글 측이 한 해 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타가 거쳐 간 도시들을 그렸는데, 산타의 미국 내 이동 경로 중간에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토론토 시가 끼어 있었더니 지도상에 토론토 시를 ‘미국’으로 표시한 것이다. 당연히 캐나다에서 엄청난 항의 전화와 이메일이 밀려들어왔고, 심지어 노라드 부사령관을 역임하고 있던 캐나다 공군의 마르셀 듀발(Marcel Duval) 중장은 직접 구글 지오 그룹 담당자를 불러 “듣자니 요새 미국에 새 도시가 생겼다죠?”라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수정을 요청했다.

사실 이 모든 서비스는 산타클로스라는 가상의 인물이 있는 가상의 위치를 보여준다는 콘셉트이긴 하지만, 노라드는 수십 년간 진지한 자세로 이 ‘산타 트래커’에 임하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노라드는 ‘산타 트래커’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노라드는 4가지 최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산타 할아버지를 추적합니다. 레이더, 위성, 산타 카메라와 전투기죠. 우선 노라드는 북미 지역 47개소에 설치된 강력한 레이더로 북극을 감시하며,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가 언제 북극에서 출발하는지 지켜봅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북극에서 출발한 게 확인되면, 노라드는 지구에서 약 35,800㎞ 떨어진 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 탑재된 열상 감지기로 산타할아버지를 추적합니다. 이 장비는 루돌프의 빛나는 코가 내뿜는 적외선 신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답니다. 세 번째는 산타 카메라 네트워크를 씁니다. 1998년부터 우리는 인터넷을 이용해 전 세계에 미리 설치한 최첨단 고속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라드는 이 장비를 1년에 단 한 번, 크리스마스이브에만 쓰고 있죠. 이 카메라는 산타 할아버지가 사슴 썰매를 타고 전 세계를 오가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을 포착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전투기가 뜹니다. 캐나다 노라드에 소속된 CF-18 전투기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북미 지역으로 오면 긴급 출동하여 산타 할아버지를 마중갑니다. 할아버지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 가면 F-15나 F-16이 출동하여 산타 할아버지의 사슴들인 대셔(Dasher), 댄서(Dancer), 프랜서(Prancer), 빅센(Vixen), 코멧(Comet), 큐피드(Cupid), 도너(Donner), 블리첸(Blitzen), 루돌프(Rudolph)와 함께 나란히 비행을 합니다. (…) 산타 할아버지의 위치를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어느 길을 택할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래서 노라드는 항상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산타 할아버지를 추적하고 있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고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노라드의 ‘산타 트래커’로 어디까지 봤는지 살펴보자. 물론 산타 할아버지는 잠든 아이들의 머리맡에 걸린 양말에만 선물을 넣어주니 할아버지가 도착하기 전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NORAD) 산타 트래커 공식 홈페이지: http://www.noradsanta.org/

구글 산타트래커 홈페이지: https://santatracker.google.com/#vil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