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소위 중국 경계령이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행보는 위협적이다 못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지경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위안화의 SDR 편입이 중국경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그 외 인터넷 플러스 및 스마트 제조 2025로 대표되는 기민한 ICT 정책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대국굴기
한중 FTA를 기점으로 '새삼' 중국의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500억 달러에서 올해 6000억 달러로 성장을 거듭해 2020년 연간 7% 이상의 성장율이 유력한 글로벌 해외 건설시장의 경우 해외수주 건설기업 톱 10 중 5개 기업이 중국기업이며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되곤 하는 제조업 경쟁력도 실상은 생산규모와 수출액 모두 중국이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시장도 팹리스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LCD 10.5세대까지 공격적으로 넘보고 있다. 글로벌 해양플랜트 1위, 항공기 시장 전격적 진입에 전기차 시장도 2020년 65만대의 전기차가 '메이드 인 차이나'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의 핵심도 사실상 중국이었다. 기술개발은 늦었지만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1G에서 배제된 후회를 2G부터 동력으로 삼아 5G부터 중국이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은 화웨이가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이후 이미 5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전세계 9개 연구센터에서 5G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면에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경제 대국굴기는 거대하고 치명적이다.

▲ 출처=한국은행

대국의 방식
중화제일주의를 표방하며 아시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중국은 아편전쟁 후 서구세력의 침탈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념전쟁을 거치며 방황을 거듭하던 중국은 비교적 최근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는 우여곡절끝에 차지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막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중국은 빠르게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아니, 두드리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이미 찰라의 환희를 맛보던 한국을 넘어 소위 큰 물에서 노는 '대어'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ICT적 측면에서 더욱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제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로 이어지는 중국의 신성장 동력은 질적-양적 팽창을 거듭하며 나름의 브랜드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중국의 ICT 2015(ICT in China 2015)’ 보고서를 통해 중국 ICT 경쟁력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시장의 규칙을 창조하는 룰 세터(Rule Setter)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재조합과 모방으로 허겁지겁 ICT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게임의 지배자로 거듭났다는 뜻이다.  중국 IT 소비 규모도 2조8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IT소비로 창출되는 관련 산업 경제효과는 1조2000억 위안이다. 전체 GDP 기여도가 0.8% 포인트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짧은시간, 지금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먼저 보호주의다.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무대에서 공기처럼 활용되는 서비스들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정치적인 문제와 더불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중국정부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틈을 노려 알리바바가 이베이를 누르고 자국의 내수시장을 차지했고 유튜브 대신 요우쿠투도우가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웨이신이 중국의 트위터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O2O의 경우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디디콰이디가 반(反) 우버전선을 구축하며 아시아 공유경제 운송기업과 연대하는 것은 폐쇄적 생태계 구축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도 상당한 공헌을 했다. 전격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중국정부의 의도가 배어있는 지점과 , 알리바바와 바이두 및 텐센트가 중국정부와의 접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법 및 규범적 제재가 완벽하게 걷혔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중국정부는 '밀어주는 것은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다.

반도체 분야가 극적이다. 칭화유니그룹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3대 반도체칩 패키징 업체인 SPIL 지분 24.9%를 인수한 그들은 말 그대로 반도체 굴기가 보여줄 수 있는 '끝'을 보여주는 분위기다. 국영기업인 칭화유니홀딩스의 자회사로 움직이며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발됐으나 마이크론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자회사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미국 스토리지 업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37억8000만달러에 매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재 중국정부는 2010년부터 반도체를 ‘7대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선정한 상태다. 최근에는 D램과 접점이 있지만 미세공정 기술이 덜 요구되는 3D 낸드플래시 기술에 집중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향한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23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2013년부터 원유수입을 제치고 1위 수입품의 자리를 반도체가 차지한 상태에서 정부 주도로 결성된 일종의 펀드를 통해 강력한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셈이다. 오성홍기의 흔적이 강하게 남는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ICT 경쟁력이 강력한 인수합병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게 만든다.  칭화유니그룹은 2013년 자국의 스트레드트럼을 인수하고 2014년 알디에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RDA Microelectronics)까지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이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칭화홀딩스 지분을 20% 인수하며 미묘한 긴장관계를 연출하기도 했다.

인터넷 플러스와 스마트제조 2025가 보여주는 방식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경쟁력이 제조산업을 개조하고 바꾸는 알고리즘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이 총망라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산업의 DNA를 개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대형 제조업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2015년 0.95%에서 오는 2025년 1.68%로 끌어올리기로 하는 등 다양한 세부전략도 세웠으며 10대 중점 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 선택과 집중에도 나선다.

마지막으로 유기적인 '고리'와 '변신'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 중국은 각 기업섹터별 철저한 융합의 고리와 변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알리바바가 B2B에 집중해 다양한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선진적인 전자상거래를 구축하고 서버 및 클라우드 경쟁력을 확보한다. 바이두가 검색 고도화의 기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확립하거나 네트워크의 화웨이가 연결의 실무를 맡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샤오미가 사물인터넷 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내비치면 어떨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만 할 수 있는 이색적인 협업 시스템이 정착될 가능성도 있다.

이 지점에서 문어발 확장에 가까운 변신이 더해진다. 알리바바가 미국의 아마존처럼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인수하고, 텐센트와 협력해 운송사업에도 나선다. 바이두가 전기차를 시험주행하고 드론의 DJI는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제고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한국 화웨이를 통해 공언한 바처럼 스마트폰을 매개로 B2B에서 B2C로 넘어갈 태세까지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ICT 정책은 위협적이며, 매섭다. 최근 한중일 정상이 만나 동아시아 전자상거래 개방을 시사하는 정책을 공언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에게 비전은 없어 보인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부터 남다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무려 3조5000억 위안에 달한다. 심지어 상무부가 발표한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증가율은 28.64%에 달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율 7.4%의 4배에 달한다. 지난 해 중국 온라인 소매판매액 증가율도 중국 전체 사회소비 증가율보다 37.7% 포인트 높았다.

샌드위치 위기론의 실체다. 당장 삼성전자의 자동차 산업 진출이라는 전장사업팀 면면만 봐도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세상을 선도하는 ICT 정책의 키워드가 서비스라는 것을 망각하고, 하드웨어에만 천착하며 가장 중요한 것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기 일보직전이다. 물론 스타트업 전성시대와 창조경제의 바람을 타고 나름의 성과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 그림자는 여전히 길고, 깊다.

▲ 아편전쟁. 출처=위키디피아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의 패권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의 표출로 정해지곤 했다. 하지만 냉전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데땅트(화해)의 시대로 접어들며 전쟁은 차선책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이슬람국가(IS)로 대표되는 변종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테러와의 전쟁과, 러시아가 보여주는 아찔할 정도의 시대착오적 돌발행위가 전쟁의 커버리지를 대표할 뿐이다.

결국 경제전쟁이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경제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새로운 헤게모니가 민주주의 등 인류학적 가치를 뒤집어 쓰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역사를 알고, 전쟁의 속성을 숙지한 상태에서 결제적 차원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지점에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Is the American Century Over?)라는 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책의 저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경제적 차원에서 미국의 패권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그가 카터 행정부 국무차관보와 국가안보회의 의장, 클린턴 행정부 국제안보담당차관보를 역임한 미국인이며, 전형적인 팍스 아메리카 만능주의의 차원에서 책을 저술한 것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한다. 사실 이러한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만큼은 냉정하게 체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중국경제가 취약하다고 단언한다. 미국과 비교하면(사실 이 대목도 의미심장하게 이상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0%에 불과하고 급속한 노령화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셰일가스 등의 사례를 고려해도 에너지 패권은 '당연히' 미국에 있다고 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위안화의 국제무대 등장은 대단한 사건이지만, 달러의 힘을 누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의 화려한 비상에 현혹되어 착시효과에 빠지지 말자는 뜻이다.

중국경제 전반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부분도 간과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접어든 가운데 신흥국 중심으로 급속도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중국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6월 11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경제의 상황에 관해 전력 소비량과 철도 수송량, 중장기 대출 잔고를 토대로 산출하는 '리커창(李克强) 지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분위기도 나쁘다. 감세 효과 등으로 자동차 생산이 숨통을 틔운 반면 철강, 시멘트 등 과잉설비 업종은 부진이 이어졌다. 재고 부담에 시달리는 부동산 시장도 신규투자가 더욱 둔화했고, 중국 경기의 하방압력도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과잉이 심각한 중후장대형 제조업도 뇌관이다. 11월 중국의 강재 생산량은 전월의 마이너스 0.2%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2% 증가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시멘트 생산은 6.6%나 줄었고, 판유리도 3.4% 감소했다. 도매물가는 5.9% 하락하면서 11월까지 45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을 밑돌았다. 결론적으로 제조업 전체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고등 일색이다.

부동산 투자의 부진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주택 판매량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그 외 지역은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11월 말까지 쌓인 부동산 재고량은 6억9637만㎡에 달해 1년 전보다 1억㎡ 가까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고정자산 투자는 1월부터 11월까지 10.2% 늘어났다. 철도 등 인프라 확대 탓이지만, 기업의 투자의욕은 저하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단편적이고 지엽적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다만 ICT 정책을 대표하는 인터넷 플러스와 스마트제조 2025,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급성장은 물론 거대한 내수시장과 발 빠른 기업가 정신의 끝이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중국의 '방식'을 이해하려면 아니러니하게도 잊혀진 패권전쟁의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아직은' 생명력이 유효한 전쟁과 분쟁에 임하는 자세가 묘하다. 남중국해 분쟁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 부르면서 자국 내해(內海)라고 주장하는 한편 다수의 인공섬을 만들어 이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 미국이 베트남과 일본까지 동원해 태평양으로 넘어오려는 중국의 세력을 막기 위한 모든 경우의 수를 꺼내드는 이유다.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힘을 보유한 순간 본능적으로 패권주의를 지향한다.

올해 초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이 제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실크로드 정책도 의미심장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논쟁이 보아오 포럼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점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경제 패권주의를 바탕으로 자국을 중심에 두고 모든 사안을 해석하고 이해하려 한다. 사실 한중일 정상회담 당시 방한했던 리커창 중국총리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황창규 회장을 만나 사물인터넷 논의를 강화하자고 밝히며 '하오(좋다)'를 남발한 것은 사실 매우 서늘한 장면이다.

▲ 출처=KT

결론적으로 중국의 ICT를 포함한 경제정책은 매우 강렬하다. 여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지나친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스탠스는 필연적으로 경쟁자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패권주의가 '악'은 아니며 지속가능성만 보장되면 생태계 전략 차원에서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과정에서 중국이 외부로 팽창하기 위한 정책을 추구하며 현실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면 패러다임에 빠진 '타협'이 등장할 개연성도 생긴다. 급성장한 샤오미가 라이센스의 대가이자 초기 투자자인 퀄컴과 특허를 매개로 협력한 대목과, 미국 특허사냥꾼과의 분쟁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주주를 보유한 중국 ICT 기업의 체질이 오히려 비수가 되어 날아올 수 있다. 물론 가능성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