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 이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 수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기들은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점차 현실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마트카의 발전은 IoT 산업 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산업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삼성그룹은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향후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의 무료 인터넷 프로젝트 Internet.org, 스페이스X의 글로벌 별자리 프로젝트, 구글의 프로젝트 룬, 버진그룹과 퀄컴의 OneWeb 등 글로벌 IT 플랫폼 회사들의 무료 인터넷 가능 지역의 확대 프로그램의 영향이다.

그만큼 한 사람당 연결되는 인터넷 기기도 100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스코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사람들은 핸드폰, 노트북, 태블릿 등 1인당 평균 3.4대의 인터넷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오는 2025년에는 1인당 132대의 인터넷 기기가 연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월 9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며 향후에는 계열사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전장사업팀은 전사조직으로 신설됐으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다양한 사업 역량을 결집해, 기존의 스마트 디바이스 등의 완제품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엮어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소식은 이미 기존부터 예견됐었던 자동차의 ‘전장화’를 본격 시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동차도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 중 하나에 속할 수 있다는 예상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출시 이후 산업의 영역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밀접한 IT와 자동차의 경계가 없어진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분명 시장의 또 다른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 IoT 개념에서 보면 스마트카는 하나의 똑똑해진 사물에 불과하다. IoT 개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노변장치, 차량과 사람 등을 무선통신으로 연결해주는 기술인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가 필요하다.

현재 C-ITS 기술은 국가가 주도하는 영역으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최근 C-ITS기술은 선진국 위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다. 스마트카의 대표적인 가시적 성과는 ‘무인자동차’이다. 올해 1월 세계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독일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무인자동주행을 시연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렇게 예상보다 빠르게 스마트카는 우리 곁에 다가왔다.

▲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략 급선회 [출처:NH투자증권]

사실 스마트카가 왜 IoT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우선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로 인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스마트디바이스 등이 자동차와 연결돼 인포테인먼트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왔지만 여전히 자동차의 ‘전장화’라는 부분은 더딘 감이 있었다.

하지만 폭스바겐 사태는 전기차 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고 주요국 자동차 업체들도 빠르게 전기차 산업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자동차가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닌 ‘전자부품’의 하나로 기존의 스마트디바이스들과 연계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 경제 성장동력의 부재...다시 삼성이 주도할까

한국 경제는 분명 성장동력을 잃었다. 본지는 지난 12월 10일 ‘한국 IT 기업, 과거 일본 기업들의 몰락 데자뷰’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를 주도한 IT 산업이 최근 급부상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음은 물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일본 IT 기업들의 몰락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그만큼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되고 신성장 동력을 외치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성장에 목마른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이번 소식은 분명 의미가 있다.

우선 삼성그룹은 국내 재계 순위 1위의 기업이며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애플과 함께 이 시장의 양대산맥을 차지했다. 물론 삼성그룹이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3세 경영자들의 승계구도와 맞물려 삼성그룹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삼성전자 및 주요 계열사 전장부품 라인업 [출처:KB투자증권]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번 전장사업팀 신설은 향후에 두 가지 큰 이슈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삼성그룹 내 다른 전장,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사업 직접화 이슈다. 삼성전기의 각종 센서류 및 자동차용 MLCC 등은 향후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이 사업 확대 시 자동차 기업들을 상대로 원샷 솔루션으로 제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가야 할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전기차 및 스마트카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돼 삼성전자 입장에선 흩어져 있는 본격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전장,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는 삼성그룹의 완성차 사업 재진입 이슈다. 이전 삼성그룹은 이미 자동차 시장에 발을 내디뎠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카의 경우 현재 스마트카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구글, 애플이라는 점에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의 입장에서 과거 실패한 자동차 산업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삼성그룹의 발표로 가장 부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삼성SDI와 삼성전기다. 삼성SDI는 주력 캐시카우였던 케미칼 사업부를 분사해 2016년 2월 롯데케미칼에 지분 90%를 매각할 예정이다. 반도체 및 AMOLED용 전자재료 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순도 높은 2차전지에 모든 역량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는 케미칼 부분 매각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 대부분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2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IT 기반의 전장부품 업체 중 매출액 및 수주 규모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LG이노텍과 유사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HDD모니터, 파워모듈, 튜너, ESL 등 비주력 제품군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일단락됐다. 또한 베트남 법인 중심으로 스마트폰 부품에 대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전장부품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부품사업 부진이 지속되던 2014년 12월 신사업추진팀을 신설한 후 전장부품 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 과정에 있다.

2015년 글로벌 차량용 카메라모듈 시장의 규모는 4조원, 차량용 MLCC 시장의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차량 1대당 카메라모듈 장착 대수 증가 및 차량용 MLCC 소요량 증가로 인해 향후 시장 규모 면에서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차량용 무선충전 및 무선통신 모듈, 센서 등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삼성전자 계열사 중 가장 다양한 전장부품 솔루션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장부품 사업에 대한 진입 시기가 경쟁사 대비 늦은 데다 현재 전장부품 매출액 규모는 미미하기 때문에 매출액 기여도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시점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