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인생의 동반자라면, 자산의 동반자는 PB이다. 고객을 평생 모시겠다는 PB들은 자칭 ‘부자들의 동반자’이다. 평생을 같이하는 동반자에게 배신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부자들을 배신한(?) PB들은 많았다.

부자들은 PB들에게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PB들을 검증하고 나섰다. 어떻게 검증해야 나에게 맞는 PB와 과감히 헤어질 PB들을 골라낼 수 있을까. PB들이 말하는, ‘부자고객들이 피해야 할 PB 골라내는 방법 Point 5’를 소개한다.

Point1 한 분야에만 전문적인 PB는 No

자고로 PB들은 넓고 얇게 알아야 진정한 PB라고 했다. 모든 금융 분야 지식에 정통하지만 그 깊이는 얇을 수밖에 없는 게 PB의 현실이다. 팀 체재로 고객들을 서포트하는 이유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이끌면서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PB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총괄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깔때기’와 마찬가지이다.

정보의 깔때기라면 넓게 알아야 하지만, 좁고 깊게 아는 PB들도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만 유독 깊게 파고드는 PB들이 있다는 말이다.

PB들은 이렇게 한 분야만 전문적인 PB들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PB들을 피하라는 말이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PB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문가로서 한 분야에만 정통해서 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정병민 테헤란로 부지점장은 “PB는 자산을 전체적으로 코디네이터할 줄 알아야 한다”며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에 있어서 한 분야만 충실하다면 결굴 몰빵투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자산관리는 점차 ‘개인’에서 벗어나 ‘가족’의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다. 1세대 할아버지부터 3세대 손자까지 아우르는 집사 시스템으로 진화되는 상황에서 PB가 한 분야에만 전문적이라면 제대로 된 자산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Point2 연락을 자주하는 PB도 조심하라

PB들이 고객을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 관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자주 접촉하는 ‘연락’이다. 연락을 자주하면서 현재 자금 관리가 어떤지 알려주는 PB는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PB들은 연락을 자주하는 PB도 경계 대상이라고 충고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에서 연락을 자주하는 PB들 중에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고 수익률도 마이너스니까 연락을 자주하는 걸 짜증내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어떤 고객은 또 무엇을 팔려고 전화했냐고 역성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객들에게 계속 연락하며 설명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신상품 또는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고 PB들은 말한다. 신상품과 고수익(리스크가 큰) 상품들은 PB에게 떨어지는 수수료 몫이 크다.

Point3 “나만 믿어라”는 말 믿지 말자

“요즘 OO펀드가 좋은데, 3개월 수익률이 30%예요. 대통령도 주가 3000을 이야기했는데, 내년이면 30% 이상 수익 보실 겁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수익 보장한다니까요.”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PB들은 고객들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물론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가운데 어느 정도 수익을 예상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절대 수익률을 보장하니 나만 따라오라”라는 말을 하는 PB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외환은행 김범석 WM센터 PB는 “투자의 시대일수록 투자자와 PB 간의 절충안이 돌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기 방식대로 따라오라는 PB는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기 말만 믿으라는 말은 대부분 단정적인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수익을 보장한다거나 해당 지역 부동산 정보는 100% 확실하니 믿으라는 단정적인 의견은 PB로서 옳지 않기 때문이다.

PB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리스크 관리를 통해 최대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리턴 하이리스크’라는 말처럼 리스크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리스크란 매니지먼트 개념이다.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리스크 관리를 최적으로 해놓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늘어나고,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했을 경우 원금보장도 못할 수 있다.

Point4 투자 제안서의 유무를 보라

PB들은 고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투자제안서 등을 지참한다. 하지만 제안서조차 준비하지 않고 자료만 갖고 와서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PB들도 있다. 시중은행 PB들은 정리된 제안서 없이 어려운 자료만 가져와서 말만 늘어놓는 PB들도 과감히 차버리라고 말한다.

우리은행 정병민 PB는 “PB는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게 풀어 어떤 투자 방향과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지 설명하는 사람”이라며 “쉽게 설명해 놓은 제안서도 없이 말로만 설득하는 PB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어려운 자료를 자신의 방식대로 설명하는 PB의 이야기는 고객들을 현혹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 PB들의 설명이다.

이때는 고객들이 과감하게 모르겠다며 질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인다. 고객 자신이 충분히 이해될 때까지 질문해야 PB들의 이야기에 넘어가지 않는다.

또 말뿐인 PB들은 고객의 질문공세에 제대로 준비해 오지 못한 경우도 많다. 외환은행 김범석 PB도 “고객이 스스로 질문이나 투자 성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면 자신에게 맞는 PB를 쉽게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Point5 고객과 공감 없는 PB 떠나라

나에게 맞는 PB를 찾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PB가 있는 반면, 맞지 않는 PB도 있다.

물론 PB가 고객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관리해 줘야 하지만, 각자의 시각이 있기 때문에 대립된 의견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대립된 의견이 나왔을 경우에는 PB가 얼마만큼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절충하는지, 즉 고객과의 공감을 이뤄내는 능력을 봐야 한다.

고객 중에는 PB에게 시키는 대로 하라고 명령하는 이들도 있는데, 고객 의견 그대로 따라가는 PB도 좋지 않다.

시중은행 PB 중 한 명은 “고객 의견대로 한 후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도 있지만 PB는 고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공감이 충분하면 고객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할 이유도, 마지못해 PB에게 끌려가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PB들은 말한다. 우리은행 정병민 PB는 “고객마다 투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에 적합한 기준을 돌출해야 한다”며 “그 기준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향후의 수익과 손실에 대해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wooang1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