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은 물질을 수십 나노미터 크기로 조작해서 독특한 물성을 얻는 기술이다. 기존 제조업들이 부딪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주로 활용하고 있다. 식품산업에서도 나노기술은 엄청난 미래시장을 열어줄 핵심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나노식품 기술은 바이오기술을 훨씬 심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넓혀진다는 점, 식품의 색조나 향을 조절하는 기술, 전혀 새로운 식감의 발현, 영양성분으로서의 인체에 흡수되는 방법의 변화, 그리고 식품의 변질을 막을 수 있도록 항박테리아성 나노 구조를 만들어 주는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어준다.

식품의 미세조직은 식물세포, 전분 과립, 고기섬유, 엽록체 등을 포함한다. 인류가 수십 세기 동안 섭취해온 많은 식품들에는 이미 나노 구조를 가진 물질들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식품의 나노 구조라면 전분 과립을 만드는 일종의 결정질 블록인 아밀로펙틴 분자, 엽록체를 만드는 엽록소 분자구조를 들 수 있다. 단백질들도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나노 분자구조이다. 지금까지 천연 나노분자들을 주로 섭취해 왔지만 새로운 인공 나노물질이 식품에 첨가될 때도 과연 안전할지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

 

나노 성분이 안전한지 밝혀내야 한다

나노 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로 우유가 있다. 암소의 유방은 마이크로 식품성분을 제조하는 천연의 마이크로장치라 할 수 있다. 우유의 주성분은 수분 87.7%, 유당(탄수화물) 4.9%, 지방 3.4%, 단백질 3.3%, 나머지 비타민과 칼슘 등 몸에 좋은 미네랄이 0.7%쯤 함유되어 있다. 물론 사료나 소의 품종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우유 속의 단백질은 놔두면 응고되는 카세인(Casein)과 혈청처럼 남는 유장(乳漿) 즉 훼이(Whey)로 구분된다. 우유 단백질의 82%는 카세인이고 나머지 18%는 훼이다. 카세인은 아미노산 조성, 유전자, 기능이 약간씩 다른 여러 종류(a-s1, a-s2, b, k)가 있다. 카세인 분자들은 칼슘인산염에 의해 수십 개씩 뭉쳐서 공 모양의 콜로이드 입자(미셀, Micelle)를 형성하는데, 카파(k)-카세인이 다른 종류의 분자들을 에워싸고 있다. 카세인 분자의 크기가 300~400나노미터이고 미셀의 크기는 0.04~0.3마이크로미터이다. 지방은 두께는 4~25나노미터로 얇고 크기는 100나노미터 내지 20마이크로미터 크기로 판상이다. 우유로 만든 모든 유제품(버터, 휘핑크림, 아이스크림, 우유, 치즈, 요구르트)은 카세인과 지방성분, 그리고 기타 미량의 비타민과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성분들이 모두 나노 또는 마이크로 크기의 물질이란 관점에서 낙농기술은 마이크로기술인 동시에 나노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에선 인위적으로 나노 성분을 첨가하거나 조작하지는 못하고 천연적인 변화에 따를 뿐이다.

사람들 중엔 우유를 마시면 카세인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 카세인 알레르기는 인체면역시스템이 카세인을 해로운 물질이라고 잘못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항체가 이 단백질과 반응을 일으켜 히스타민 같은 인체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고, 이 때문에 입술 부위가 부풀거나 두드러기가 나고 가려운 현상이 일어난다. 콧물이 흐르기도 하고 눈이 가렵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심하면 가슴에 통증이 오고 호흡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

유아 시절에 카세인 알레르기를 가졌던 사람들도 성인이 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알레르기가 계속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유는 마시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카세인 알레르기의 원인은 미셀을 에워싼 카파-카세인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반면에 베타-카세인은 부작용이 없다. 카파-카세인이 단독으로 들어있는 식품에 베타-카세인을 섞어 혼합물로 만들면 독성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가 있는 것으로 보아, 독성을 보인 단백질도 다른 단백질과 혼합하면 나노입자의 독성이 중화될 수 있다고 본다.

“Nanotechnology in Food Physics”, Leslie Pray and Ann Yaktine, National Academy Press

생체활성 성분을 나노캡슐 속에 넣는다

식품산업계는 가장 큰 관심은 사람들의 건강과 참살이(Wellbeing)를 높이기 위한 기능성 식품개발에 있다. 기능성 식품들이 인체의 질병 예를 들면 심혈관질환, 당뇨, 암, 고혈압 등의 위험성을 줄여주고 인지능력 예를 들면 집중력, 활동성, 기억력, 스태미나 등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식품 성분 중에 가장 중요한 성분은 물론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와 기능을 유지시키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이밖에도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들이 있다. 즉, 비타민은 인체 내에서 합성되지 않지만 인체기능이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필수성분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22종의 아미노산 중에서 9종의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으로 해당 아미노산을 함유한 단백질을 섭취해야만 한다. 또 미네랄 등 식품에 소량 함유된 기능성 성분들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인체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수 성분들이다.

이밖에도 생체활성 성분들은 오메가-3와 같은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A로 분해되는 카로틴과 같은 지용성 비타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식물스테롤, 항산화 능을 갖는 커큐민, 항산화 및 항염증기능을 갖는 플라보노이드 등이 있다. 이들은 물에 녹지 않고 유기용매에만 녹는 지용성이며 빛, 열, 산소 또는 천이금속과 접촉하면 산화되기 쉽다. 이처럼 인체에 유익한 영양성분들을 식품 속에 듬뿍 함유시켜서 섭취한다고 해도 이들 성분들이 물에 녹지 않고, 결정화가 되기 쉽고,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서 원하는 세포에까지 잘 전달되지 않아 생체활용률이 매우 낮은 문제가 있다.

식품업계는 지용성 영양소, 비타민, 기능성식품을 전달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노 크기의 캡슐을 개발하는 데 최근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식품산업에서 나노전달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기능식품의 유용한 성분을 장내의 소화기까지 무사히 전달하여 인체에 흡수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생체활성 성분을 첨가해서 인체에 이용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소화기에서 흡수될 때까지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 나노 크기의 전달물질을 이용하면 식품 속에서나 섭취 후 위장관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화학적으로 변질되지 않고 나중에 소장이나 대장에서 지용성 기능성분을 인체에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활성 성분들이 음식이나 약품으로 섭취한 이후에 위 속에선 분해되지 않고, 소화 장기에 도달한 이후에는 분해되어 인체에 잘 흡수되도록 설계하는 방법으로 나노전달물질을 사용한다. 바이오폴리머 나노입자들이나 식이섬유로 된 마이크로 겔을 캡슐로 코팅을 해주면 원하는 생체물질들이 분해되지 않도록 감싸주므로 대장까지 무사히 전달되어 인체에 흡수된다고 한다. 문제는 전달물질로 사용하는 나노 크기 성분들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없는지다.

최근 학자들은 식품에 새로운 나노물질을 첨가하기 전에 반드시 유해성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수 세기 동안 섭취해온 식품들 중에도 카세인과 같이 사람에 따라서는 위험물질로 인식하여 건강에 해롭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질병과 무관하다고 믿어왔던 단백질들조차도 세포에 해롭다는 결과들을 제시하면서 식품의 단백질이 갖는 구조적 특성이 이런 독성을 유인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노기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이유는 대다수의 단백질 나노 구조들이 이로운 성질을 나타내고 있고 인체에 해로운 경우에 해당하는 특정 단백질 배열은 구분해내면 되기 때문이다.

 

나노식품 개발환경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식품구조 설계엔지니어는 이런 나노 구조를 이용하는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조설비나 도구들을 활용하는 구상도 해야만 한다. 전통적인 식품생산 공정은 마이크로 크기정도까지만 다룰 수 있는 공정으로 대부분 나노 크기의 물질은 다룰 수 없다. 예를 들면 유화공정은 설비에서 1밀리미터 간극을 조정해서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00배 차이가 난다. 또 20~3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기포를 조절하는데 10센티미터 간격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물질의 조절크기보다 조작 설비의 크기가 1만 배나 된다. 이것은 마치 나무못을 박기 위해서 공사장 파일을 박는 드롭 해머를 들이대는 셈이다. 식품제조공법이 바뀌려면 공정장비들의 마이크로화가 반드시 선결되어야만 한다. 식품제조공정에서 나노 구조의 활용은 생태 친화적 관점에서 효과가 크며, 건강과 참살이 측면에서 기능성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성과가 높다. 특히 식품안전 측면에선 병원균 차단 및 오염방지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식품디자인 측면에선 새로운 식감이나 향기 그리고 맛에서 차별화 효과가 크다. 식품의 칼로리는 낮추면서 영양소는 보충해줄 수 있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영양성분을 차별화하는 상품의 설계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기존 식품에 포함된 성분들이 체내에서 어떻게 소화되고 흡수되는지 나노 과학적 수준에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노식품과학이 펼칠 미래먹거리에 대한 식품 산업계의 기술적 도전을 강하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