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내 연쇄 테러와 러시아 항공기 테러 등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만일의 테러에 대비한 보험제도 도입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이기형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 테러보험제도 운영 현황과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테러 피해에 대한 손해복구 대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테러리스크지수는 124위로 뉴질랜드, 핀란드, 폴란드 등과 동일한 가운데 일본(121위)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에 대한 테러위험은 크지 않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보험사들은 대부분 '테러에 의한 피해'를 보장하지 않아 테러가 발생하면 경제주체들은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는 고층건물이 밀집되어 있고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한 경우에 재물손해와 인적손실이 매우 크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그는 "국내 보험제도는 다른 정책보험과  다른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민관 파트너쉽 형태가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되며 보험가입은 일정규모 시설물이나 건물 등에 대해서는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일반적인 테러행위와 생화학, 방사능 등을 사용한 경우는 선택적 담보를 하고 사이버리스크는 제외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자료:보험연구원

◇ "한국, 주요국 테러보험제도 운영체계 참고해야"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 국가적, 정치적 , 종교적 신념의 이해관계로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손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회적 공포감이 확산되는 등 테러리스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1년의 911테러와 최근에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추락과 파리시내의 연쇄테러가 대표적인 테러사태다.

우리나라의 테러리스크는 OECD국가들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테러방지 등에 국제적 협조관계 형성 등과 빈번한 테러 위협신고 건 등으로 테러의 안전지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에 테러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여 운영하고 있고 대테러방지법 제정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보험업 관점에서도 테러는 복합적인 리스크까지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테러는 보험관점에서 보면 일반 화재사고 등과 달리 사고발생이 의도적이고 손해심도가 크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계약에서 면책으로 하거나 인수를 하더라도 낮은 가입한도와 높은 보험료를 부과해 특별한 리스크로 관리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같은 경향은 2001년 429억 달러라는 거대손해가 발생한 911테러 이후 더욱 커졌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가들이 정책적인 테러보험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911테러 이후 대부분의 상공업물건의 보험종목에서 테러면책약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으므로 보험을 통한 테러리스크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요국의 테러보험제도의 운영체계를 검토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테러리스크, 재물‧ 배상책임‧ 간접‧ 인적손해 남긴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terror)는 사전적으로 “① 폭력을 사용하여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 또는 ② 어떤 대상에 폭력을 사용하여 위해를 가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로 정의된다.

또한 테러는 손해발생을 일으키는 원인에 해당하며, 사고발생의 우연성 및 발생빈도, 발생 손해의 광범위성 등에 있어 일반적인 사고와 다른 특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테러리스크는 테러행위의 그 자체에 국한해 보면 고의적인 행위이나 그로 인한 손해발생은 우연성이 있으며 리스크관리기법을 이용해 방지 또는 회피 등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테러발생이 빈번한 국가에 여행을 가지 않고 안전한 국가로 가는 것을 들 수 있으며, 미국이 자국 내 테러 용의자를 입국시키지 않기 위해 지문채취와 동공사진 촬영 등 입국통제방법도 리스크방지에 해당된다.

통상적으로 테러리스크로 인한 손해 유형은 재물손해, 배상책임손해, 간접손해, 인적손해가 개별적 혹은 복합적으로 발생가능하다.

일반 사고와 다르게 테러리스크는 사고발생 그 자체가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대수의 법칙을 이용하더라도 사고발생확률 예측이 어려우며 거대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측면에 따라 테러리스크는 보험으로 전가해 관리해야 할 리스크이지만 대규모의 테러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며 보험회사의 인수한도(보상한도)를 크게 낮추거나 인수거절을 하게 되어 보험가용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예컨대 시카고 O'Hare공항은 911테러 이전에 750백만 달러의 보험금액에 대해 보험료 125,000달러의 보험료를 냈으나 테러 후엔 150백만 달러에 대해 6.9백만 달러의 보험료를 납부했으며, 금문교의 경우에는 2001 테러 이후 테러리스크를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또 테러리스크이외의 담보에 대한 보상한도액이 125백만 달러에서 25백만 달러로 크게 낮춰져 졌으며 보험료가 50만 달러에서 1.1백만 달러로 크게 인상됐다.

현재 테러보험제도를 임의보험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2002), 오스트리아(2002), 벨기에(2008), 독일(2002), 네덜란드, 스위스(2003), 영국(1993), 러시아, 대만, 남아공, 핀란드, 벨기에, 덴마크, 홍콩이 있다. 이에  비해 호주(2003), 프랑스(2002), 스페인(1941), 이스라엘(의무)은 의무가입형태의 테러보험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911테러 발생 이후 재물보험과 배상책임보험 등에 대하여 전쟁 및 테러면책 특약(War and terrorism exclusion)을 신설함에 따라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 경기장 등 대규모 수용시설물에 대한 공동인수풀 형태의 테러보험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현재는 정부주도의 테러보험제도는 없는 상태에서 계약자들이 선별적으로 테러 보험담보를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 미국의 테러보험제도 운영현황

미국은 2001년 이전에는 자발적인 테러보험을 가입하고 있었지만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보험시장의 경색화로 정부와 보험회사가 협력하는 테러보험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 45개주가 산재보험이외의 보험에서 테러리스크의 부담보를 인가함에 따라 계약자들은 낮은 보상한도와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여 테러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2002년 중간선거 이후 테러리스크보험법(Terrorism Risk Insurance Act of 2002, 이하 “TRIA”라 함)에 대한 논의가 급속히 진행돼 2002년 12월에 제정됐다. TRIA는 정부와 민간보험회사가 파트너쉽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체계이며, 정부는 연간 1,000억 달러를 초고한도로 보장하며 시행일이후 3년마다 검증해 보험제도를 재연장하고 있다. 2015년 1월 세번째 연장해 오는 2020년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테러보험제도는 상업용자동차, 도난 및 강도보험, 전문인배상책임보험(임원배상 제외), 농업보험을 제외한 상업용손해보험(commercial property & casualty)보험에 대해 보험계약자가 임의적으로 가입하며, 테러리스크로 보상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테러행위(act of terrorism)로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됐다.

테러로 인한 총손해액이 500만 달러를 초과한 경우에 재무성장관이 국토보안부장관과 검찰총장과 협의하여 테러행위를 인정하며, 2007년까지는 외국인 또는 외국국가를 위한 개인 또는 단체가 행한 테러에만 한정했으나 2008년 개정시 국내테러와 구분을 삭제하여 테러행위를 확대했다.

테러를 위한 폭력수단에는 생화학약제 사용, 핵 사용, 방사능제 사용은 선택적 담보가 가능하나 사이버테러는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와 보험회사간의 위험분산체계는 다른 국가제도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2014년 기준 손해액 1억 달러까지는 연방정부의 지원 없이 보험회사들이 부담해야 하며, 이를 초과한 손해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와 보험회사가 각각  85%, 15%를 분담하되 보험회사는 전년도 원수보험료의 20%를 자기 부담해야 한다. 2014년 12월 3차 개정시 정부가 보전하는 기준액 1억 달러를 2020년까지 매년 2000만 달러씩 증액해 2억 달러로 하며, 정부보전비율은 2020년에 80%로 낮추는 것으로 돼 있다. 민영사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 프랑스의 테러보험제도 운영현황

프랑스는 잦은 테러로 인해 1986년에 보험법(article L.126-2)를 개정해 보험회사가 상공업물건과 자동차 물적손해에 대해 테러리스크를 담보에서 제외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보험회사들은 보험계약 갱신시에 테러리스크를 담보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상당수 상공업 계약자들은 테러리스크에 대해 무보험상태가 발생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 12월 보험회사와 정부가 논의를 거쳐 2001년 12월에 민관 파트너쉽의 테러보험제도(이하 “GAREAT”라 함)를 도입했다.

GAREAT는 강제보험으로 프랑스 내 소재하는 상업 및 공업물건(특히 화학공장 생화학공장, 방사선 및 핵시설 포함) 중 보험가액이 600만 유로 이상인 화재보험계약에 부대하며 재물손해와 기업휴지손해를 보상한다.

법에는 제외됐지만 자동차물적손해담보, 항공기기체보험(비영리, 비상업적용도,  가액 100만 유로 미만), 선박보험(바다, 호수, 내륙수로의 레저용으로 가액 100만 유로 미만)도 운영하고 있다.

담보하는 테러행위는 더티폭탄(다이나마이트에 방사성물질 혼합), 생물학폭탄(biological or chemical), 핵무기를 포함하지만 사이버 리스크는 제외한다. 대규모물건에 대한 재보험분산체계는 연간한도(annual aggregate limit)를 기준으로 6단계 초과손해액 형태의 체계를 지니고 있음(소규모는 5단계로 운영).

1단계인 손해액 5억 유로까지는 GREAT에 참여한 원보험회사가 공동인수 형태로 보유하며, 이를 초과하는 2단계와 5단계까지의 24.2억 유로까지는 풀과 로이드 등 국제재보험에게 초과손해액 방식으로 분산된다. 24.2억 유로를 초과하는 6단계의 경우에는 국영재보험회사인 Caisse Central de Reassurance(CCR)이 무한대로 부담하는 상황이다. 재보험료는 원보험계약의 보험금액이 5억 유로미만까지 12%, 5억 유로초과시 18%를 적용하고 핵시설인 경우에는 24%를 적용한다.

◇ 독일의 테러보험제도 운영현황

911테러 이전까지는 상공업물건의 보험계약에서 추가보험료 부담 없이 테러리스크를 담보해줬으나, 테러 이후에는 다수 보험회사들이 보험금액 2,500만 유로 이상인 상공업물건의 담보위험에서 테러리스크를 제외시켰다. 그 외의 계약에서는 추가보험료를 부담시켜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보험업계와 연방재무성은 테러리스크의 보험담보에 대해 6개월간의 협의과정을 거쳐 2002년 9월에 새로운 손해보험공사인 Extremus AG를 설립하여 2002년 11월부터 임의보험으로 테러보험 풀을 시작했다.

Extremus AG는 보험금액 2500만 유로 이상인 상공업물건의 보험계약에서 재물손해와 기업휴지손해를 담보하며 인적손해와 배상책임보험은 제외된다. 또한 계약당 또는 지역당 연간보상한도는 15억 유로(Maximum annual aggregate limit)로 설정하고 있으며 전체 보상한도액은 100억 유로로 운영하고 있다.

담보하는 테러리스크는 독일내 영토에서 발생한 것에 제한되며 24시간동안 발생한 테러는 동일한 사고로 간주하는 “24 hours occurrence clause”를 운영하고 있다. 제외하는 위험은 쟁의, 전쟁 시 민란, 사회적 불안, 몰수, 핵, 생화학, 오염, 컴퓨터바이러스와 데이터손실, 항공 및 해상이다.

◇ 영국의 테러보험제도 운영현황

영국은 1993년부터 재물보험계약에서 테러리스크를 담보하기 위해 POOLRE를 신설하여 원보험회사의 재보험담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최종담보제공은 없다. 테러보험은 임의 가입이며 재물보험계약(건물, 완성구축물, 동산, 기계, 컴퓨터 등)의 한 부분으로 담보하며 기업휴지손해는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인전손해를 담보하는 건강보험과 생명보험, 선박보험, 한공보험, 운송보험, 자동차, 배상책임보험은 제외된다.

담보하는 테러리스크는 테러법(Acts of Terrorism 1993)에 따라 재무성 장관이 승인한 것에 한정하며 바이러스(해킹 등 유사한 행위)에 의한 컴퓨터시스템 손괴 등 사이버리스크는 면책이며, 생화학, 방사능, 핵오염은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재보험 분산체계는 특별히 한도를 정하여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 보험회사의 담보력에 따라 POOLRE에 출재를 하고, POOLRE의 준비금을 초과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차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재보험료는 지역의 위험도에 따라 다른데 위험도가 낮은 지역은 0.03%,  높은 지역은 0.06%임. 기업휴지보험은 지역별로 차등없이 0.021%로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