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앞이 시끌벅적하다. 100명 넘는 사람들이 현수막을 걸고 피켓을 들고 있다. “우버, 지겹지도 않냐? 한국은 틀렸다. 더 이상 용쓰지 말고 한국을 떠나라!” 현수막에 적힌 내용이다. 지난 2월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는 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에선 처음이었다.

집회를 연 사람들은 서울택시운송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회원들이다. 우버의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였다. “우버가 합법적 택시 영역을 침범해 택시 생존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검증 안 된 기사 채용과 보험 문제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당시 집회에 참석한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우버와 택시 업계의 마찰은 이날 처음 부각된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시택시운송조합 등이 참가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우버 서비스 중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었다.

정부와 택시업계의 협공

서울시가 동했다. 서울시 교통위원회는 우버를 강하게 비판했다. “불법을 넘어 무법으로 치닫고 있다”고 일갈했다. 규제도 마련됐다. 서울시의회는 이른바 ‘우파라치법’을 시행했다. 우버의 영업을 신고한 시민에게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알렌 펜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대표는 “얼마나 시민의 이해를 담아낸 것인지 의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우버는 물러서지 않았다. 기사들에게는 신고를 당하더라도 회사에서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며 독려했다. 우버엑스 서비스 무료 전환이라는 강수도 뒀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승객에게 공짜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이 경우 불법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가용이나 임차한 차량으로 승객을 태우고 대가를 받아야지만 불법인 까닭이다.

‘돈의 힘’을 과시하며 한국 정부를 향해 시위를 한 것으로 읽혔다. 당시 한 우버엑스 기사는 “우버는 프로모션을 할 때 적어도 3개월은 진행한다”며 “기사들은 우버가 연말까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버는 9일 만에 꼬리를 내렸다. 프로모션을 종료한 것이 아니라 아예 우버엑스 서비스를 접겠다고 전했다. 일부 서비스는 현행법에 맞게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불법 유상운송영업행위를 한 혐의로 우버코리아 지사장을 비롯한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운수사업자 면허가 없는 운전자가 유상 운송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위치기반서비스 사용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승객의 개인 위치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혐의 등을 받았다.

다시 기자간담회로 돌아가 보자. 이 자리에서 우버는 한국 정부에 제안을 했다. ‘금지’ 말고 ‘규제’, 그것도 ‘스마트한 규제’를 달라고 했다. 정확히 말해 우버 파트너 기사 정부등록제를 제안했다. 데이비드 플루프 우버 수석 부사장은 “우버 파트너 기사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신원조회도 가능하게 만들면 우려되는 안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가 찬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우버가 차를 뺀 자리에 카카오택시가 그대로 주차했다. 카카오택시는 카카오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기본 아이디어는 우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행보가 판이하게 달랐다. 우버가 택시 업계와 적대 관계를 풀어내지 못했다면, 카카오는 처음부터 ‘상생’을 강조했다. 이들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카카오택시는 현재 경쟁자가 없을 만큼 확실히 입지를 구가하고 있다.

우버는 여전히 투쟁 중

우버는 최근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일단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디콰이디라는 현지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시장에 무모하게 진출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중국 21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9개월 전 2%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렸다. 기세를 몰아 상하이에 중국 지사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철저히 현지화를 이뤄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마냥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버의 현재 시장가치가 과대평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불법과 합법을 경계를 두고 각국 정부와 샅바싸움도 여전히 벌이고 있다. 팽팽하던 것이 최근에는 우버가 대체로 밀리는 분위기다. 여러 국가의 법원으로부터 영업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으며, 규제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자진 철수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승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우버 기사가 종신형 판결을 받았다.

한국 영업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우버는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택시 해피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피존은 서울시가 주말 심야시간 특정지역 택시 승차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우버는 해피존 참여 우버택시 기사에게 여정마다 1만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축소 운영 중인 우버블랙도 다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아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우버는 시스템 정비와 기사 모집·교육, 서울시 승인을 거쳐 연말부터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택시 블랙과의 대결에도 시선이 쏠린다. 강경훈 우버코리아 대표는 “고급택시 도입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교통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우버

다시 보는 우버 퇴출

왜 우버는 한국에 쉽게 정착하지 못했을까.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먼저 우버는 일종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줬다. 한국 택시업계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으며, 법적인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정부를 적으로 돌려세웠다. 여기에 ‘불법 영업’ 이미지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의 지지도 차츰 잃게 됐다.

물론 문제는 우버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다. 우버가 등장하기 전부터 택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만연했다. 승차거부, 웃돈 요구, 카드결제 거부, 택시기사 처우 등 이미 여러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버는 분명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기존 문제들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두고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던 이유다.

우버는 카카오택시와 비교해도 혁신적인 측면이 있다. 목적지를 사전에 묻지 않아 승차거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카카오택시에는 없는 간편한 결제 시스템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정부와 관련 업계가 그 혁신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강경하게만 대응했던 것은 아닐까.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