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첫눈이 오고 나서 며칠 뒤에 비가 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보다는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운치가 있어 더 좋다. 그런데 사실 비와 눈은 동일한 물성적 특성이 있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무거워져 땅으로 낙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 지역의 온도가 높으면 비가 되고, 온도가 낮으면 눈이 되어 떨어지는 것이다. 본질은 동일한데 온도라는 주변 조건에 따라 다른 결정체가 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전략 또는 메시지라도 주변 환경 즉 맥락에 따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달라질 수 있다. 본질도 중요하지만 본질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인 맥락도 중요하다.

맥락 효과의 예를 들어 보자. 중동의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했다는 뉴스를 들은 후에 8기통 5000㏄ 대형 세단 자동차가 새로 출시되었다는 광고를 보았다면, 유지비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소형 자동차가 교통사고 시 사망률이 높다는 뉴스를 들은 다음이라면, 유지비 생각보다는 대형차라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맥락의 힘이다. 하지만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전략을 집행하는 경우도 많다. 케이스 스터디를 활용하는 경우가 그렇다. 특히 영리에서 성공한 케이스를 비영리에서 집행하면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영리와 비영리의 맥락이 달라서이다.

필자는 효율과 효과의 차이가 영리와 비영리의 맥락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라고 생각한다. 영리에서는 효율, 즉 Input(이하 인풋)에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 인풋 대비 Output(이하 아웃풋)이 많아야 효율이 높은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영리 관점에서 볼 때, 효율성이 평가의 제일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왜냐하면 비영리의 목적은 임팩트 즉 효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효과는 아웃풋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서 비영리 마케팅은 효율이 아니라, 효과를 더 크게 낼 수 있는 임팩트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이것을 이해하는데 필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너무 효과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놓치는 것도 있다. 마케팅은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의 인사이트와 소비자의 인사이트가 만나는 기회의 접점은 오래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순간에 적절한 의사 결정을 해주어야 하는데, 비영리는 그게 쉽지 않다.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포인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영리 마케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효율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예산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효과와 효율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맥락도 존재한다. 바로 전달자의 맥락이다. <쿵푸팬더>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로 주방장 Mr. Ping이 나온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국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To make something special, you just have to believe it is special.” 만드는 사람의 진정성과 자부심이 콘텐츠에 담겨있어야 한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비영리 메시지의 특징은 코즈(Cause)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다. 기관의 진정성과 신뢰도 그리고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부심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달자로서, 긍정적이며 매우 강력한 맥락으로 작용된다. 누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메시지의 신뢰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맥락은 본질을 호도할 수도 있지만, 본질을 숨기면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맥락을 만들어 행간에 숨겨두고 그 의미를 소비자가 찾아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어쩌면 이것이 비영리 마케팅에서 더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맥락점화를 통한 메시지 전달은 강력한 브랜드 연상을 유발하여,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브랜드 평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Dahlen, 2005; Shen & Chen, 2007). 효과와 효율,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법으로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