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뒤처지기 싫어 웨어러블을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딱히 장만해야 할 이유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를 발견했다. 집안의 연로하신 장모님이 소화가 잘 안 된다고만 생각했지 병이 깊어지는 것도 모르고 지내시다 그만 큰 병이 깊어졌다. 매일같이 건강관리를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사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바이오 리듬 등 신체 건강관리 항목들의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고령자들은 다르다. 평소에 건강에 이상이 나타나도 그저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다 큰 병을 놓치기 쉽다. 대체로 고령자들은 자신의 신체변화에 대해서 자식들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뚜렷한 증상을 알지도 모르는데 병원에 찾아가서 진찰을 받자니 호들갑스럽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다룰 일이 아님을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평소와 다르게 소화가 안 되거나 감기가 잘 나가지 않고 몸이 고달프면 그저 사소한 병일 거라고 지나치면 안 된다. 모든 병들은 깊어지기 전엔 사소한 징후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사소해 보이는 건강변화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장수사회를 맞았다고 하지만 의술의 혜택을 보려면 평소에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야만 한다. 건강이 악화되는 속도는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이상 징후를 초기에 발견해낼 수 있다면 모든 병은 고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100세 장수는 누구에게나 굉장한 도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100세 장수의 기회는 굉장한 도전이다. 가만히 있다고 누구나 장수하지는 않는다. 선천적으로 건강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에 온갖 질병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때마다 질병을 이기려면 신체의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어야만 한다. 고령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허약해지기 마련이다. 잘못하면 비싼 병원이나 요양원 신세를 져야 할 만큼 만성질환이나 낙상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위험은 독립적인 삶을 이어 가고픈 고령자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 보호자, 그리고 의사에 이르기까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4년도에 총인구의 12.7%, 2030년엔 24.3%, 2060년엔 40.1%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금도 5가구 중 1가구(20.1%)는 고령 가구이며 그중 1인 고령 가구가 7.1%라고 한다. 2012년 기준 60세 고령자의 기대여명은 남자 21.6년, 여자 26.6년이고 유병기간을 제외하면 기대여명이 남자는 12.6년, 여자는 13.4년이다. 이 말은 남자는 9년, 여자는 13년 동안 병을 앓다가 사망한다는 의미다. 2013년 고령자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34.5%로 진료비가 인당 305만원이었다. 이는 1인당 평균 진료비 102만원보다 3배 정도로 많은 액수다.

다행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0세 이상 가입자에게 매 2년마다 무료로 종합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 건강하다고 자부하며 바쁘고 귀찮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검진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건강한 상태니까 더욱 더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일단 자신이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질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확진을 거쳐서 큰 수술을 받거나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하게 된다. 겉보기에 멀쩡한 상태 즉, 건강해 보이더라도 건강검진을 통해 이상소견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엔 설혹 질병이 있더라도 간단한 치료만으로, 또는 약물치료 없이 운동이나 식사 요법만으로도 건강상태를 돌이킬 수 있다.

 

고령자도 일상 건강관리로 질병을 피할 수 있다

고령자가 되면 당연히 질병이 늘어난다는 선입관도 잘못된 생각이다. 얼마나 더 살겠다고 귀찮게 건강검진을 받느냐고 객기를 부리지만, 사실은 혹시나 몹쓸 병이 발견될까봐 건강검진을 기피하는 고령자가 많다. 하지만 고령자도 질병을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처치만으로 쉽게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초기에 질병을 발견하면 환자가 치료기간 동안 고생도 덜 하고 가족의 보살핌도 줄고 치료비용도 적게 든다. 장기적으론 전 국민의 의료보험 수가를 낮출 수도 있다. 그래서 당장 우리 집 고령자들은 모두 건강관리 웨어러블을 착용하기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는 2013년도부터 필립스와 공동으로 의료비 지출 상위 5%에 드는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관리해 주는 원격의료서비스를 해왔다. 환자들에겐 특별히 설계된 태블릿 컴퓨터와 기타 검진장치들을 배포하고 매일같이 의사가 환자들의 생체신호변화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분석결과를 기초로 조치사항들을 환자에게 직접 권고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병원에 환자가 입원하는 사례가 100명당 11.5명에서 6.3명으로 45%나 줄었다. 치료비도 27%나 감소했다. 건강관리팀이 환자에게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주말이라도 전화로 식단이나 약물치료를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매달 병원을 찾던 환자가 원격건강관리를 받은 이후로는 1년에 한두 차례만 병원을 방문해도 되었다. 환자들에게 지급된 장비는 웨어러블, 스마트 장비, 실내에 부착한 모션 센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수집된 데이터를 다양한 패턴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모니터링 방법도 개선해왔다. 혈압이나 기분 변화와 같은 사소한 생체신호만으로도 놓치기 쉬운 미세한 변화들을 알아낼 수 있다. 많은 환자들에서 수집한 데이터들의 유형을 분석하면 좀 더 광범위하고 정확도가 높은 질병 예측이 가능해진다. 거동성이나 사소한 신체변화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닥칠 커다란 문제점을 예측해준다. 예를 들면 어떤 고령자가 즐겨 앉던 의자에서 일어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면 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이런 사소한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질병이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면 곧바로 환자나 간병인에게 조치사항을 전달해준다. 원격 건강관리는 질병의 악화를 막고 병원에 직접 방문해야만 하는 사태를 줄여 환자와 간병인의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고령자들은 건강관리팀과 연결된 상태에선 원하는 장소에서 장시간 혼자 머물 수도 있게 됐다. 이런 건강관리 소프트웨어는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면서 차별화할 수 있다.

피트니스 모니터링이 점차 중요한 삶의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가지 센서들을 한 가지 기기 안에 삽입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생체현상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의 발달이 긴요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다섯 종류의 바이오 센서를 한 개의 칩 안에 설계해 넣은 바이오 프로세서를 개발해 상품화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바이오칩은 칩 안에 PPG(Photoplethysmogram), ECG(electrocardiogram, 심전도), 체온, GSR(Galvanic Skin Resistance), 체지방을 모두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칩이다. 이 바이오 센서들을 MCU(마이크로 콘트롤러 유닛), DSP(디지탈 시스날 프로세싱), AFE(아날로그 프론트 앤드), 전력관리, 보안 유닛 등과 함께 한 개의 칩으로 통합해서 부피를 크게 줄인 점이 특징이다. 바이오 프로세서 내부의 보안모듈을 하드웨어 암호로 새겨 넣어서 데이터의 기밀성도 높였다. 각 부품들을 전원관리 집적회로 안에 포함해서 전력소모도 적다. 웨어러블 헬스모니터링 디바이스로 최적 설계된 전용 칩이다.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복지부, 미래부, 법무부, 국방부, 산업부, 해수부가 협동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원격의료의 안전성, 유효성, 편의성 등을 검증하고 개선점 등을 도출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을 보완하는 등 입법 논의를 펼칠 계획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원격의료의 수혜자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장애인, 산간벽지 주민, 군장병, 교정시설 수감자, 만성질환자 등이다. 원격의료가 제대로 운영되면 병을 키우는 일이 줄어들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도 줄어들 수 있다. 간단한 웨어러블을 가지고도 웬만한 질병의 징후를 미리 추정해볼 수 있을 만큼 의료기술이 발달해 있다. 특히 IT 장비 기술이 발달한 국내 산업의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도 크다.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들의 데이터가 쌓이고 패턴이 상세히 분석되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엄청난 원격의료경험이 쌓이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원격진료가 조기에 국내에 정착되도록 의료법 개정을 서둘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