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경쟁사와 경쟁사 사주를 받은 거래처들이 자꾸 우리 회사에 대한 부정 기사들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이 건에 상당히 민감해서 우리도 그들에게 맞서 대응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전을 펼치라 하는데요. 기자들을 좀 만나고 반박 자료를 내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 중에서 “(그들이) 부정 기사들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런 시각이 실제 사실 확인이나 확실한 증거에 기반을 둔 것인가요? 혹시 심증만을 가지고 그들이 언론에게 부정적인 정보들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가장 먼저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언론전을 펼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경우’입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심증’만을 가지고 대응하면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업 홍보실의 그런 하소연을 듣고 ‘카더라’ 투의 기사를 써주기도 하는데요. 그런 경우 큰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으니 실무 그룹은 심증만을 가지고 언론전을 시도하는 습관은 극도로 제한하셔야 합니다.

어떤 임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업계에 다 알려진 이야기라고요. 출입기자들도 와서 제게 그런 말을 전해줘요. 저쪽에서 기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흘리고 다닌다고요…. 이 정도면 증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런 소리 소문들도 심증과 별 다른 게 없습니다. 혹시 그 말을 전해 준 기자가 추후 ‘(법적) 증인’이 되어 주거나, 경쟁사 측에서 기자 자신에게 전달하는 마타도어를 문서나 기타 기록으로 받아 넘겨줄 수 있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외에는 모든 풍문은 기본적으로 심증입니다.

심증에 기반해 공식자료인 해명이나 보도자료를 내어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는 대부분 위험합니다. 만약 꼭 대언론 자료를 내야 한다면 최대한 주의해야 합니다. 해당 자료로 인해 추후 상대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여러 종류 소송이 발생된다면 이는 실행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한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료 표현에 흥분이나 분노를 담지 마십시오. 그리고 모든 표현을 근거에 기반해 정리하십시오. 아주 조그마한 심증도 빼야 합니다. 법적 검토를 여러 번 거치십시오. 법무팀이나 로펌 등 전문가들에게 해당 자료가 어떤 사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전달받고 사전에 그 가능성을 없앨 방법을 찾으십시오. 끝까지 안심하면 안 됩니다.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한 자료는 회사의 공식문서입니다. 여기 표현된 내용들은 추후 법적 책임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또한 나아가 해당 자료를 작성 승인한 임원들이나 CEO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경쟁사 등에 대한 언론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후 큰 문제가 되는 케이스들은 CEO나 기업 오너가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주장한 개인적 시각을 상당 부분 포함한 보도자료입니다. 이를 그대로 실무자들이 개발 배포하면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CEO가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전달만 하면 되지’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실무그룹에서는 심증과 사실 근거를 분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안전합니다.

이를 건너뛰고 홍보 실무자들이 사적으로 기자들에게 ‘쪽지’ 형식으로 비방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찌라시’를 가지고 장난하는 기업들이 이런 행동을 하다 시끄러운 소송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한두 번은 통할 수 있어도 계속 안전할 수는 없는 기반의 언론 활용입니다.

그렇다고 기업 오너나 CEO는 강하게 맞서 싸우라 하는데, 그 명령에 대해 이런 저런 위험성만을 들어 실행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럴 때는 가능한 홍보와 법무 임원들이 외부 전문가를 대동해서라도 함께 해당 VIP의 흥분 상태를 최대한 관리하는 선제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업무는 VIP를 진정시키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심리 상태로 가능한 빨리 유도하는 것입니다. 소규모 미팅을 통해 VIP의 하소연을 계속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상당시간 하소연의 시간이 지나면 그때 이후부터는 좀 더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홍보와 법무그룹이 만든 대응 자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법적 논란의 소지를 충분히 제거한 내용으로 VIP의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소송도 불가한 내용으로만 공식 메시지는 전달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홍보와 법무는 가까울수록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