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9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렸다. 주택 부양 정책 효과 및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주택매매가 늘고, 공급도 쏟아졌다. 사실 수요자들은 7년째 오르는 전셋값에 지치기도 했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기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매에 나섰다. 그 결과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2006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61만796건)를 기록했다. 덕분에 건설사들은 간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으로 올 한해만 52만 가구를 쏟아냈다. 이는 2000~2014년 분양 물량 평균(27만 호)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재개발 재건축 시장도 재건축 허용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감축되면서 사업 진행속도가 빨라졌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많게는 수백 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3.3㎡당 4000만 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저금리에 은행 예금은 수익형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갔다. 실수요자를 비롯해 투자수요까지 몰려 인기지역 물건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부동산 시장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 지속해서 펼쳐진 한 해였다.

그러나 ‘반짝 활기’ 였을까. 최근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청약 미달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전국 미분양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경제 연구원, 금융권 부동산팀, 부동산 정보업체 등 15인의 전문가들을 통해 ‘2016 부동산 전망’을 들어봤다. 이들은 부동산 정책과 수요자 변화를 예측해 상승세가 꺾이거나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 금리 인상, 공급과잉 등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갈릴 것으로 판단했다.

▲ 출처=건설산업연구원

전세난 지속…아파트 매매 올해보다 위축  “상고하저 흐름”

2015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동산 연구진들은 내년 아파트 시장이 제한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 114는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의 매매전환이 2016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상반기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하반기 들어서는 상승폭이 둔화되는 이른바 ‘상고하저’의 가격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상고하저’ 흐름에 동의하면서 “내년 하반기에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에 내놓은 ‘부동산주택경기전망’ 보고서에는 “20대 총선(4월 13일)의 영향으로 상반기 상승세가 이어져 상고하저 현상이 뚜렷할 것”이라며 “수도권 주택시장은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어, 상승세가 이어지나 상승폭은 둔화되어 3.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는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이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해 향후 주택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인호 KDI 연구원은 “내년 부동산 거래량은 올해보다 주춤할 것”이라며 “분양시장도 상반기에 건설사의 밀어내기가 일정부분 지속되다가 하반기에 크게 둔화되고, 전세시장도 상고하저 흐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최근 부동산 전문가 25명과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30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내년 수도권 주택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전문가의 83.3%가 “2~3년 내 수도권 집값도 조정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장전문가들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분양률은 하락하면서 미분양 아파트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공급 급증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공급 물량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내년 분양시장 물량도 올해 50만가구에서 35만가구로 축소된다. 올해 이뤄진 다수의 공급은 일부 시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미분양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하반기 이후에는 공급과잉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하반기로 갈수록 베이비부머의 은퇴, 공급과잉 현실화 우려, 1100조가 넘어선 가계부채 등 하방압력 가능성이 존재한다.

“올해와 같은 호황세 이어진다”

올해 부동산 시장 훈풍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형렬 KDB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은 재건축 멸실주택이 늘어나서 입주 물량이 많아도 상쇄시킬 것”이라며 내년까지는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도시와공간’ 관계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은 호조세가 이어진다”며 “재건축 재개발로 인한 멸실은 보지않고, 공급물량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보다 재건축, 재개발 멸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6년 서울 입주예정 물량은 2만3665가구이며,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9만여가구가 입주될 예정이다.

반면 정비사업에 의한 멸실은 서울시에서 추정한 결과 6만호 이상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입주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수도권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욱이 과거 5년 이상 걸리던 재개발 재건축이 최근들어 1~2년만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와 저금리에 따른 전세의 월세전환으로 전셋값 상승이 예견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분양시장은 오히려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공급물량이 내년 상반기 줄어드는데다, 투기수요로 청약에 당첨되지 못한 실수요자가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도권 보다 지방이 먼저 하향국면”

광역시 등 지방 도시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공급된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입주물량은 24만2389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국의 89%를 차지하는 수치다. 게다가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 고점(2011년 11월)을 통과한 상황에서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가격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부동산 114는 “지방은 3년 연속 10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공급초과로 가격조정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매매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형렬 KDB 대우증권 수석연구원도 “지방은 전세상승률이 이미 꺽이기 시작했다. 입주는 내후년까지 늘어나니까 지방 부동산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방 부동산 시장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라며 “대출규제는 지방부터 시작해 수도권으로 점차 확대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기 NH투자증권 팀장도 “부동산 경기가 꺽일때 부동산 가격 하락은 수도권 외곽부터 나타날 것이나, 이것이 서울 핵심 블루칩 영역까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변수별로 수도권과 지방의 여건이 다른 상황”이라며 “지방은 몇 년간 지속되어 온 공급이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임대차시장의 불안도 진정되는 양상으로 공급 물량 감소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재 은행들은 집단 중도금대출 부실 방지를 위해 지역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지역 신규 분양시장에 형성된 분양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은 떨어져도 투자자 관심 여전

초저금리 상황에서 비교적 안전 투자상품이라 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201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884.4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89.7조 원 증가한 것.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은행 이자수익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므로, 임대수익을 챙기려는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인상폭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역세권 위주의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대학가, 업무밀집지역 등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곳 위주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송기욱 젠스타 선임연구원은 “2016년 서울시 오피스 임대 및 매매시장 모두 올해와 유사한 수준인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결과는 아직까지 오피스의 임대, 매매, 투자시장의 환경여건이 모두 양호할 것이라는 기저심리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피스텔 역시 매매가격이 상승했지만 임대수익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임대수익률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5년 10월에는 5.70%를 기록했으며, 2016년에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민영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상가 인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대부분의 상가분양이 신도시, 택지지구와 같은 초기 조성지에서 공급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규제와 공급과잉이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내년도 주택·부동산 경기의 최대변수로 공급과잉, 금리인상, 대출규제 정책 등을 지적했다. 2016년부터는 상환기간 및 방법, 대출금액 등에 문턱을 높아지며, 은행권 중도금대출 규제 움직임도 보여 향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주택시장 관련 정책 방향을 부정적 시그널로 인식해 이미 아파트 매수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3~27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오르면서 지난 1월 둘째 주(0.03%)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 114 서성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 대출규제 강화 등 매수심리를 위축시킬 대내외 변수와 아파트 공급물량 증가 등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에 매수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에 공급될 약 27만여 가구의 신규아파트 입주물량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의 경우 3년 연속 10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으로 현재 공급초과로 가격조정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매매가격 상승은 제한적 일 수 밖에 없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인허가 물량은 시장 호황기였던 2007년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2016년까지 공급 증가가 지속되면, 하반기 이후에는 미분양, 미입주 등 재고적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시경제 여건도 여전히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 후반대로 전망하는 기관도 다수 존재하여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약세, 내수회복의 제약 등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에 비해 민간소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나, 노령화 등으로 개선 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