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기업은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워지고 변화가 생기는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그 기업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다. 변화의 시대에서 조직 구성원의 대응력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얼마 전 일본에서 진행된 ‘현장관리자 생산혁신대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토요타, 닛산, 덴소, 토토(TOTO)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현장 관리자들의 사례 발표를 들었다. 주로 인재육성과 기술전수에 대한 내용이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団塊世代)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제조업의 자랑인 고유의 ‘모노츠쿠리 혼’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현장 환경이 많이 변화됐다고 했다. 이에 관리자부터 현장직원까지 뜻을 모아 기본으로 돌아가 훗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무엇보다 젊은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우리보다 제조업 역사가 20년 가까이 앞선 일본에서 나타난 이런 움직임은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어쩌면 한국은 보다 먼저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기업이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텔로스(Telos)’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텔로스는 일의 목표나 목적을 뜻하는 단어로, 뛰어난 사람들은 이 텔로스를 찾고 추구한다. 지엽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직업인이라면 그 직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업무를 한다면 업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의 현장이, 엔지니어가, 임원이 각각 그러하다면, 그리고 개개인이 다른 기업의 같은 계층보다 더욱 그러하다면 그 회사는 일류기업이 된다. 일본에서 접한 혁신사례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각자가 현장 관리자로서 현장의 바람직한 모습을 설정하고 그것과 현재와의 차이를 문제화하여 해결해가는 모습이었다. 때가 되면 성과를 내야 하는 품질, 생산성, 안전, 원가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지향점, 텔로스를 추구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개별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 이와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사람들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는 눈(인간력), 이상과 현실(가능한 방법 간)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머리’가 필요하다. 이를 실천적 지혜 ‘프로네시스(Phronesis)’라고 한다. 기업의 인재는 바로 프로네시스를 갖추고, 텔로스를 추구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의식’이다. 수십 년 동안 굳어진 자신의 모습을 탈바꿈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모습을 만든 과거의 자신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몸으로 해보고 필요성을 체득하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 의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수많은 매체를 통해 담배의 유해성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금연이 되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가까이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참여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필요하다. 더불어 참여를 통한 효과의 체득, 성공체험이 있어야 한다.

둘째, ‘분위기’다.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을 때 참여하게 된다. 개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대한 인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다면 열정이 사라지고 ‘견강부회’ 식으로 일을 하게 된다. 사람의 손을 움직이게 하면 능력의 20~30%, 머리를 움직이게 하면 40~50%, 가슴을 움직이게 하면 100~120%의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인정,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가슴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이에 대한 자극은 바로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셋째,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감성까지 움직이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혁신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혁신팀은 기업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의 역할이다. 건강한 체질을 가진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내부의 현상을 진단하고 해결을 위한 방법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숙제검사 식의 지도로는 프로젝트는 진행이야 되겠지만, 종료 후 자체 추진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 내 추진인원을 혁신팀이 밀착 지도하면서 내부 역량을 쌓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오랜 기간 혁신활동을 해온 일본에서는 ‘인간력(人間力)’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일본인들이 왜 이 단어를 이야기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스템으로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관리자’를 키워낼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사람의 감성과 욕구를 이끌어내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의 내일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육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기업 리더는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결정짓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전승해갈 수 있는 씨앗이자 미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