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안국수치과 원장.

앞서 ‘왕관과 다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치과에도 왕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소개한 바 있었다. 어금니의 머리 부분의 형태가 왕관과 유사하여 치아의 머리 부분을 영어로 ‘CROWN’이라고 부른다는 내용이다. 이 명칭은 치아에 있는 왕관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말로는 치관(齒冠)이라고 한다.

치아의 머리 부분을 칭하는 표현으로 ‘CROWN’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고도로 손상된 치아를 깎아서 덮어서 씌우는 치료 또한 영어로 ‘CROWN’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말로는 표현할 용어가 없어 ‘크라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는 ‘이를 씌워야 합니다’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엔 이를 씌운다는 표현을 ‘금니를 해넣었다’고 말했다. ‘나쁜 놈들이 금니를 빼갔다’, ‘도굴꾼들이 시신에서 금니를 빼간다’라는 풍문이 있었을 정도로 이를 씌우는 재료로써 금은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재료이다. 이미 여러 차례 칼럼에서 언급했을 정도로 치과와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금니의 장점은 극한 환경인 구강 내에서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만고불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금 원소의 안정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물리적 저항성이 매우 높아 50㎏의 힘으로 하루 900번에 이르는 위아래 치아의 저작(씹기)을 견뎌낼 수 있다. 그리고 주조 정밀성이 매우 높아 정밀한 보철물로 만들 수 있다. 더불어 반짝반짝 윤이 나는 매끈한 표면을 만들 수 있어 맞은편 치아의 마모를 줄인다.

그럼에도 귀금속을 대표하는 만큼 높은 몸값과 치아의 색과 상이한 비심미성이 치과 내에서 금의 활용에 한계를 나타냈다. 흑인 래퍼가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앞니에 금니를 씌우지 않는 이상 앞니에 사용하기란 힘들다.

그래서 도재(陶材, 세라믹)가 쓰이기 이전에는 고육지책으로 앞니를 씌우기 위해 오픈크라운(개창크라운)이라는 방법을 썼다. 지난 2005년 개봉한 <홀리데이>라는 영화에서 악덕 형사로 나온 배우 최민수가, 찢어진 일회용 대나무 비닐우산 아래서 총을 겨누며 씨익 웃고 있는 유명한 장면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금의 높은 몸값으로 인해 저렴한 메탈크라운이 개발됐다. 녹슬지 않는 금속인 스테인레스 스틸을 크라운 치료에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과거에 많이 쓰였지만, 비심미성과 낮은 주조 정밀성, 그리고 대합되는 치아를 과도하게 마모시키는 단점으로 현재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금과 메탈의 비심미성은 도재라는 재료를 치과에서 활용하게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법랑의 기법을 치과에서 사용한 것이다. 금이나 메탈로 만든 얇은 크라운 위에 도재를 올려 치아의 외형과 색상을 재현해 내는 방법이다. 그래서 예전의 어른들이 ‘사기로 씌운다’라고 표현하곤 했다. 앞니와 어금니를 다 아우를 수 있을 정도의 강도와 심미성을 가졌으며, 메탈-도재 크라운의 경우엔 경제적이기도 하다. 오래된 청자와 백자가 보여주는 도재의 안정성은 구강 내에서도 훌륭하게 기능했다. 그러나 도자기의 단점은 깨지기 쉽다는 것, 즉 금속재료보다 낮은 내구성이 가장 큰 단점이다. 또한 도재는 치아대비 높은 마모도 지니고 있어 대합되는 치아의 마모 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금속-도재 보철물은 금속 보철물보다 심미적이었으나 내부의 금속빛으로 심미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올 세라믹(All Ceramic)’이다. 치아를 도재로만 씌우는 것이다.

‘금속-도재 보철물도 깨지기 쉽다는데 도재로만 이를 씌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내부의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강한 도재를 개발해 그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여태 나온 재료들 중 최고의 심미성을 보이지만,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연약함과 연결되듯이 낮은 내구성 탓에 앞니 위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제작 난이도가 높고, 시술이 까다로워 치료비용도 높다.

이렇게 크라운을 만들 수 있는 금속과 도재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각 재료의 가장 큰 장점인 금속의 내구성과 강도, 그리고 도재의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재료를 실현하기 위한 열망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러한 열망은 최근 들어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냈으며, 이 결과로 ‘지르코니아’라는 재료가 나타났다. 초기에는 메탈-도재 크라운의 메탈을 대체하기 위한 재료로 쓰였으나, 요즘은 ‘풀(Full) 지르코니아 크라운’이라고 하여, 지르코니아만을 이용해 크라운 제작을 한다. 금속에 버금가는 내구성과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치아색도 가지고 있어 어금니 쪽 수복물로써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최신의 술식인 만큼 고가(高價)라는 단점이 있다.

크라운은 치과의 치료 시술에서 가장 대표적인 치료 중 하나이다. 그만큼 많은 환자들이 선호하는 치료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어떤 재료를 사용해 치료를 받을 건지 자주 설명하게 된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꼭 특정한 종류의 크라운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 상황에서는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크라운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쓰이는 크라운을 전반적으로 소개한 만큼, 치과에서 크라운 치료를 받을 때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