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드(OLED)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올레드 사용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19일 올해 3분기 올레드 TV 판매량이 9만1200대로 집계되어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900대보다 무려 5.4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4만1700대와 비교하면 2.2배 상승이다. 이런 분위기면 4분기부터 분기 판매량 10만대도 꿈이 아니다.

▲ 출처=LG디스플레이

올레드에 매혹되다
글로벌 올레드 열풍의 중심에는 LG가 있다. LG전자는 지난 3일 올레드 TV 10월 판매량이 4500대를 넘어섰다고 밝히며 지난달 올레드 TV 판매량은 연초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10월 첫 주에는 올레드 TV 주간 판매량이 2000대에 육박하며 상반기 평균 주간판매량의 3배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LG전자는 하반기 들어 올레드 TV 라인업을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늘리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4.8mm 두께의 올레드 TV, 평면 울트라 올레드 TV, HDR(High Dynamic Range)를 적용한 울트라 올레드 TV 등 차별화된 기술로 국내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굳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 출처=LG전자

반응도 좋다. 미국의 일간지인 USA투데이(USA Today)가 운영하는 리뷰 전문 매체 리뷰드 닷컴은 지난 10일 드럼세탁기, 가스 오븐레인지를 비롯해 LG전자의 올레드 TV를 올해 최고 TV와 최고 4K TV로 선정하기도 했다. 울트라 올레드 TV로는 처음으로 평면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부품과 회로의 부피를 줄여 아트 슬림 디자인을 구현했다. HDR(high dynamic range) 기술로 화면의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밝은 곳은 더욱 밝게 표현함으로써 한층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어필했다는 후문이다.

CES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도 수상했다. 77형 울트라 올레드 TV가 비디오 디스플레이 부문(Video Displays category)에서 CES 최고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이에 힘입어 LG전자는 4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도 LG전자의 올레드로 물들었다. 19일 인천국제공항에 세계최대 규모의 올레드 사이니지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구역의 동편과 서편 두 곳에 각각 초대형 올레드 사이니지 ‘올레드 모멘트(OLED Moment)’를 설치했다.

천장에 설치된 ‘올레드 모멘트’에는 55형 곡면 올레드 140장씩 총 280장이 투입됐다. 이 조형물은 가로 8미터, 세로 13미터 길이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올레드 모멘트’는 올레드 사이니지 중 세계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LG전자 B2B부문장 노환용 사장, 인천공항공사 박완수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올레드 모멘트’ 준공식을 열었다.

▲ 출처=LG전자

LG가 주도하는 올레드의 강점
LG의 올레드 전략은 대형패널 중심의 TV로 방향성을 잡았다. 물론 중소형 패널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은 TV다. 이 지점에서 LG디스플레이도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IFA 2015에서 디스플레이 진영을 올레드와 비(非) 올레드 진영으로 나눈 LG디스플레이는 사실상 해당 생태계를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IFA 2015 현장에서 올레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올해 IFA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바꿀 우리의 삶(How displays will change our lives)’이라는 주제로 올레드의 가능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그는“우리는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소통하고 더 나아가서 미래를 보고 꿈을 꾼다. 이제 디스플레이는 우리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며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화질과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가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미래 디스플레이고 이것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디스플레이가 바로 올레드”라고 말했다.

▲ 출처=LG디스플레이

또 IFA 2015 종료 후에는 중국 북경에 위치한 르네상스 캐피털 호텔에서 LG전자, 스카이워스, 콩카(Konka), 창홍(Changhong), 하이얼(Haier), TPV 등 중국을 대표하는 6곳의 TV 제조사와 중국 양대 유통 업체인 수닝 및 고메를 비롯한 주요 4개 유통 업체, 여기에 시상협회, 전자상회, 표준화연구원, 중국전자기업협회 등을 초청한 가운데, ‘올레드 파트너스 데이(OLED Partner’s Day)’를 열기도 했다.

▲ 출처=LG디스플레이

넘어야 할 '산'
사실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특히 TV시장에서의 신경전은 상당히 날카로운 편이다. 단적인 최근의 사례가 IFA 2015 현장에서 불거진 M+ 논쟁이었다. 당시 LG전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올레드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M+ 기술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았다.

이에 황정환 LG전자 TV/모니터사업부 전무는 IFA 2015 전 국내에서 M+ 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남긴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선의의 경쟁구도를 흐리는 그 발언이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그분의 개인적인 사견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패널은 RGB의 부분화소가 'RGB-RGB-RGB'로 일렬배치된다. 3개의 색을 합치면 백색광이 되며, 이는 가장 보편적인 패널이다. 그런데 M+는 RGB에 화이트, 즉 W가 들어간다. 이 지점에서 3개로 묶이는 것은 동일하지만 'RGB-WRG-BWR-GBW'로 부분화소가 배치된다.

즉 W가 들어간다고 '3개'의 부분화소배열은 변하지 않고, 단지 W가 2,3,4번째부터 순차적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부분화소의 개수는 2488만3200개가 된다. W를 빼면 2880개의 부분화소지만 W가 들어가며 UHD 기준이 된다.

여기에서 논란이 발생한다. M+ 기술이 들어가면 백색, 즉 W가 들어있기 때문에 백색라이트 LED가 덜 필요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백라이트 LED가 더 적게 소모되며, 같은전력에서 밝기, 즉 휘도는 더욱 강하게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M+가 의미없다고 말하는 쪽은 기본이 되는 RGB 부분화소가 2880개라는 점에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색을 표현하는 부분화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UHD TV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김현석 사장은 삼성전자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M+에 대해 "화소수가 부족하니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민감한 반응이다. 올레드의 가능성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강력하게 공략하고 있는 LG전자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 효율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진 M+의 가능성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 출처=LG전자

TV시장 전반의 추이도 민감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HS의 19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 분기보다 2.3%포인트 상승한 27.2%를 기록하며 31.7%의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점유율은 13%에서 12.3%로 0.7%포인트가량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지난달 26일 올해 3분기 전체 TV 패널 출하량이 6999만9000개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8% 늘어난 가운데, UHD TV패널의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3분기 UHD TV 패널은 1152만9000개로 집계되어 사상 첫 분기 출하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79.8% 증가한 수치다. 결국 TV시장의 대형화 현상이 빨라지고 있으며, 4K의 경쟁력은 일종의 운명이라는 뜻이다. IHS는 지난달 26일 올해 세계 시장의 TV 평균 크기는 39.4인치, 2016년에는 40.8인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018년에는 무려 41.9인치 TV가 대세일 것으로 예상했다.

▲ 출처=LG

다만 삼성이 올레드의 경쟁력을 중소형 패널에서 찾은 것과 달리, TV용 대형 패널에서 올레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LG도 고민은 있다. IHS에 따르면 3분기 UHD 올레드 TV 패널 출하량은 8만3000개에 머물러 전체 UHD TV 패널의 0.7%에 그쳤다. 아직 상용화가 다소 요원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의 올레드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상용화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LCD의 대안이자 미래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