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를 기억하는가? 미국 남부에서 온 이 거대한 녀석은 몸을 쭉 폈을 때 전체 몸 길이가 40cm를 넘는 거대한 '피지컬'로 온 국민을 경악시켰다. 게다가 천적도 없어 뱀까지 삼켜버리는 놈이었으니, 그 위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덕분에 200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은 황소개구리와 전면전을 벌여야만 했다. 그 결과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맥통법의 등장
가칭 맥주통일법이 생길까? 13일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맥주통일법, 즉 맥통법은 맥주업계의 천하통일을 꿈꾸는 호방한 법안이 아니다. 맥주의 기준가격을 제시해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쉽게 말하면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대상과 현실을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 맥통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수입맥주다. 수입맥주는 수입신고 가격, 즉 출고가격 외에 도매가격을 당국이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기준이 되는 가격'을 정한 상태에서 할인율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수입맥주는 통상적으로 재고물량을 모조리 유통시키기 위해 대량 할인에 나서는 일이 많다. 참고로 국내맥주는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제공과 도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원천금지한다.

일단 맥통법이 사실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워보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외국과 통상마찰이 벌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맥통법을 만드는 것일까? 설명했듯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 가격 외 도매가격을 알 수 없으니 가격할인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수입맥주가 국내시장에 무섭게 파고드는 것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실제로 수입맥주 수입액은 2013년 8967만 달러, 2014년에는 무려 1억1168만달러로 폭증하고 있다. 대충 감이 온다. 또 지난달 한 식품수입판매업체가 베트남 현지에서 6개월인 하노이 맥주 3800병의 유통기한을 1년으로 조작해 붙인 사건도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냉정하게 보자면, 맥통법 자체가 아예 말도 않되는 법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산맥주는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이 금지되고 도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수입맥주는 기준가격을 알 수 없으니 할인율 제한을 걸 수 없다. 당연히 국내맥주 업계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맥주를 제공해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일부 선량한 국내맥주 업체들에게 맥통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신의 축복이다. 그들의 지극한 마음을 헤아려야한다. 믿는다.

단통법과 책통법의 추억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쭉 훑으면 맥주통일법을 맥통법이라 부르며 이를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도서정가제와 비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도서정가제도 통일의 염원을 담아 책통법이라 부르며 '라임'을 맞춘다. 단통법과 책통법, 그리고 맥통법이라니. 역시 통일은 대박이다.

그런데 이 흐뭇한 마음 한켠이 살짝 불편하다. 단통법의 존재의의가 무엇인가? 들쑥날쑥한 보조금 지원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투명화하고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함이 아닌가.

또 책통법은 어떤가.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15%로 제한해 시장의 거품을 줄이고 대형업체의 편법할인을 막는 한편, 중소형 서점의 활성화를 돕기위한 훌륭한 법안이 아닌가. 그런데 왜 맥통법에 이르러 더욱 마음이 불편할까?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실 아무리 좋은 것도 왠지 억지로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것이 사람마음이다. 게다가 시장을 동일한 잣대로 측정해 하달하는 방식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더욱 불편하다. 이를 세련되게 표현하면 정부의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시장경제가 정부의 엄정한 잣대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가? 슬퍼지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왜 역사교과서를 두고 싸우는지 어렴풋이 알것같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 부분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단통법과 책통법, 맥통법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상일이 참 쉬운것이 없다. 시장경제의 자유성을 해친다는 약간의 불안요소만 없으면 별 문제가 없는 이런 훌륭한 규범을, 사람들은 비판하고 지적하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필자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논리가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확인해보자. 먼저 단통법이다. 현재 단통법은 지난해 아이폰6 대란과 같은 전국민적인 쓰나미를 원천봉쇄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격분자들은 단통법을 비판하며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도록 만들었다'고 외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과다경쟁을 방지하고 그 역량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함임을 왜 모르는가. 단통법의 소기목적은 충분히 달성됐다. 시장과열의 척도인 번호이동은 주춤하고 있으며, 중저가 라인업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우리 모두 저렴한 가격의 스마트폰과 요금제를 찾아 열심히 공부도 한다. 필연적으로 전국민 통신 전문가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또 하나, 프리미엄 스마트폰만 최고인줄 알고 구매했던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보조금 제한을 설정하고 이를 공지하는 방식은 얼마나 투명한가! 고로 우리는 스마트폰을 모두 비싸게 사는 시대에 살고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짜 스마트폰 가격을 만났으며, 이를 평등하게 누리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스마트폰 경제민주화다.

도서정가제, 책통법도 마찬가지다. 법 시행 1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시장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한 결과 신간 단행본의 평균가격은 1만7916원을 기록해, 전년 1만9106원 대비 6.2% 낮아졌다. 또 신간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리는 기현상도 꾸준하게 사라지고 있다. 맥주에 거품이 빠지듯,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여기에서 일부 과격론자들은 책통법이 과다한 규제를 내세우는 바람에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2015년 상반기 출판산업 지표 분석’보고서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 가구당 월 평균 서적 구입비는 2만2123만 원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구조가 안정화되면 이러한 현상은 곧 일변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부작용이 꼭 책통법이 원인이라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전자책 시대가 아닌가! 불평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투명한 시장이 보여줄 장기적인 미래에만 집중해라. 어서 현행법상 제휴카드 할인을 규제하지 않는 대목을 비롯해 다양한 부가적인 요소가 바로잡히길 바랄 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맥통법을 비롯해 단통법, 책통법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측정해야 한다. 솔직히 고객은 당장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경쟁을 위해서라도 이는 과감하게 넘어가야 한다. 모두 기억하자. 통신사나, 서점이나, 국내 주류회사들은 언제든 국민들을 위해 기꺼이 할인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이를 규제해, 더욱 미래지향적인 유통구조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이익은 황소개구리? 맞다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일률적인 정책을 펼치며 가격하한제한을 통해 당장의 출혈만 감수한다면, 우리는 3통법(단통법, 맥통법, 책통법)의 진정한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를 위한 이익은 없다. 하지만 없는게 어때서? 없어도 된다. 멀리 가는 마차가 길가의 벌레를 일일히 보살필 수 없다. 황소개구리처럼 잡아들여 생태계를 보강하자.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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