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발표에 의하면 ‘무어의 법칙’이 느려지고 있다. 칩 안에 포함된 트랜지스터 밀도가 두 배로 늘어나는 기간이 1년 반에서 2년으로 바뀌었다. 무어의 법칙이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산업의 발전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고 예상된다. 반도체 선폭을 그리는 식각공정에서 실리콘 칩을 깎아내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방식에서 레이저 빛다발의 굵기를 더 이상 줄이기 힘든 조건에 다다랐다. 새로운 칩 생산 공장을 지으려면 100억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데 비해 이 최신 설비의 수명은 5년 정도에 불과하다. 무어의 법칙을 추종하기에는 제조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최근 인텔은 내년에도 14나노미터 공정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0 나노미터 제조공법을 2015년 후반기부터 시험생산하고 2016년 하반기엔 대량생산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10 나노미터 제조기술로 제조된 차세대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갤럭시 S7에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만반도체(TSMC)도 2016년 후반에 10 나노미터 칩을 개발한 후 2017년 초에 10 나노미터 칩을 대량생산할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삼성전자와 대만반도체가 10 나노미터 칩을 실리콘 반도체로 제조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 7 나노미터가 되면 다른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말은 실리콘 반도체로선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을 구현하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흥미롭게도 아이비엠은 최근 7 나노미터 공정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재료는 실리콘-게르마늄(SiGe) 합금으로 만든 칩이다. 문제는 앞으론 무어의 법칙을 이어가는 것이 점차 무의미해진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로 확산되면서 개별 컴퓨터는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높여 크기를 줄이는 일보다 경제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어의 법칙을 추종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클라우드와 인터넷 기반 컴퓨팅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하는 기능이 필요했다면 앞으론 컴퓨터의 본질이 대량의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분석하는 일로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 괴물기업들인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이를 위해 칩 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트랜지스터가 작아진다고 해도 이들이 원하는 컴퓨터 성능이 얻어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칩도 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선폭이 너무 줄어들면 기록된 데이터가 변경되기 쉽다. 선폭은 줄이지 않고 데이터 저장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칩을 32단, 48단으로 적층하는 방식으로 칩 설계를 바꿨다. 포토리소그래피 대신 적층방법으로 메모리 용량을 증가시킨 방식이 3D-NAND 메모리다.

비디오 게임과 과학계산 영역에선 CPU(중앙처리장치)에 비해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데이터 클러스터를 다루기 쉽다. 알파벳 등 인터넷 기업들은 CPU보다 GPU를 구매하여 데이터를 처리한다. 결국 GPU를 주로 공급해온 엔비디아(Nvidia)의 주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초에 12달러이던 주식이 지금은 31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을 그래픽 칩이 점령했기 때문이다. 둘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확장되면서 가상플랫폼이 강한 엔비디아 칩의 수요가 급증했다. 셋째 자율운전차량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원래 강한 그래픽 게임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스코 자료에 의하면 현재 인터넷 사용자는 30억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기술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연결 기기의 수가 2020년까지 500억개 정도 된다고 예상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수에 비해 사물 속에 삽입되는 마이크로 칩이 15~20배나 많아지게 되고 이들 칩들은 주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물에 삽입된 칩은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지능적인 판단을 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봐야 한다. 즉 사물이 똑똑해지려면 인공지능을 삽입해야만 한다. 사물에 삽입되는 칩은 전력소모가 매우 낮고, 하나의 칩 속에 감지기능, 조작기능, 처리기능, 통신기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지능 칩이어야 한다. 이미 자동차나 드론에서 또는 특수 목적에 맞춘 장치에서 이미 시작된 현상이다.

 

자율운전은 지능형 칩이 해결한다

모빌아이(Mobileye)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가 세운 시스템반도체 기업이다. 모빌아이가 개발한 알고리즘과 아이큐(EyeQ) 칩은 자율운전차량용 칩이다. 차량 운행 중에 만날 수 있는 모든 장애물, 즉 다른 차량, 보행자, 동물, 도로 요철, 도로 낙하물, 차선, 도로 경계, 시설물 또는 자연 장애물, 기타 물체들을 인식하여 피하고 신호등과 교통표지판 그리고 도로 마크 등을 인지한다. 특히 이런 시각판단 능력은 구글이 자율운전차량에 채택한 라이다(LIDAR)와 달리 한 개의 카메라로 모두 해결해낸다는 점이 강점이다. 카메라 가격은 펄스 레이저를 채택한 라이다 센서의 1/10도 안 되지만 아이큐칩은 자율운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내는 알고리즘을 내장했다. 아이큐칩은 이미 전 세계 18개 자동차 업체의 160개 고급차 모델에 장착되었으며 2016년에는 20개사 237개 모델에 채택될 만큼 독보적인 기술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모델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모빌아이 측 자료에 의하면 2014년 3월까지 330만대의 차량에 채택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운전자지원시스템(DAS) 개념으로 고속도로와 혼잡도로에서 자율운전을 권장하지만 2018년까지 차선이 없는 시골길과 시내주행모드를 추가하여 완전 무인운전이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차량 출고 시에 미리 장착하지만 이미 운행 중인 차량에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는 애프터 마켓용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엠바렐라(Ambarella)는 고프로(GoPro)에 장착한 카메라를 구동하는 지능 칩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상업용 드론의 카메라 구동용 칩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상업용 드론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시장이 팽창했고 카메라가 없는 드론은 장난감이라 할 만큼 드론의 핵심기술은 공중 사진촬영과 비디오 촬영에 있다. 드론은 매우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고품질 비디오 촬영이다. 하늘을 나는 대부분의 드론 로봇의 카메라 구동칩을 엠바렐라가 공급한다. 디지털카메라는 이미지 센서가 읽어 들인 데이터를 비디오로 인코딩하기 전에 지능적으로 사전처리를 해야 한다. 암바렐라가 개발한 칩은 초고속 픽셀처리 기능과 함께 동적인 영역에서 노이즈를 걸러내고 뛰어난 색채감으로 고해상도를 재현해 내는 이미지 알고리즘을 내장하고 있다.

브로드콤(BrodCom)은 광대역 통신 기능과 메모리를 결합한 칩이 강점이다. 와이파이 환경에서 5.4Gbps 속도로 통신이 가능한 칩을 생산한다.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물 간 통신 속도를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용 통신칩도 공급하여 웨어러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이프레스(Cypress) 반도체는 각종 센서, 터치 스크린, LED 광원, 전원 관리 등 다양한 환경에 맞춰 프로그램이 가능한 칩을 주로 공급한다. 시놉시스(Synopsys)는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순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툴을 제공하며 학습기능을 갖는 로봇장치에 편리한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미래형 시스템 칩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은 스마트 연결시스템이 득세하는 세상이라고 본다. 기계장치, 건물, 자동차, 개인용 기기들이 모두 지능을 갖고 서로 연결된다고 봐야 한다. 사물들끼리 그냥 연결된 세상이 아니고 사물들이 지능을 가지고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반도체 칩은 특별한 알고리즘을 해결하기 위해 100~1000배로 지능이 향상된 칩, 즉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삽입된 칩이 필요하게 된다. 스마트 시스템들은 눈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로, 값이 비싸지 않고 적은 전력으로도 구동이 가능한 지능장치라고 보면 된다. 센서, 액츄에이터(조작단), 지능 처리, 무선통신기능을 갖춘 스마트 장치가 한 개의 반도체 칩으로 통제된다고 본다. 국내 반도체 산업체가 그런 통합기능을 갖는 미래형 시스템 칩을 남보다 앞선 기술로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