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영국식 보더가든 전경.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싱그러운 초록 기운을 듬뿍 머금은 강원도권 수목원은 5월보다 지금이 더 화려하다. 남쪽에서는 이미 지고 없는 봄 식물들이 여름 식물과 더불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의 제이드가든은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최근 문을 연 수목원이다. 지난 주말 찾은 제이드가든은 내리쬐는 초여름 날씨에도 휴일을 즐기기 위해 나온 관광객들과 경춘선 전철을 타고 찾아온 수도권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수목원으로 올라갔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탈리아 투스카니풍으로 지어진 방문객센터다. 이국적인 건물에 사용된 붉은 벽돌은 중국에서 40년 전에 사용됐던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란다.

제이드가든은 16만3528㎡에 가든과 웨딩 가든, 이끼원, 로도덴드론 가든 등 총 24개의 분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만병초류와 단풍나무류, 붓꽃류, 블루베리 등 총 2622종의 식물이 있다. 강렬한 원색보다는 수수하고 은은한 멋을 뽐내는 화훼류 위주로 꾸몄다.

수목원은 계곡의 우거진 산림 그대로의 멋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수목원 입구와 마주한 곳은 영국식 보더가든. 사암 성분의 로마노라임스톤 바닥이 깔린 중앙 양편에 다년생 화초류를 식재해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분수와 식물의 정형미가 살아 있는 이탈리안 가든이 그 옆에 자리한다. 길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잔디밭과 아담한 담장이 도열하듯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수목원에서 볼 수 없는 ‘키친 가든’에서는 흔치 않은 파와 마늘 등 먹을거리 식물을 만난다. 특히 백두산파로 불리는 차이브는 식용도 가능하지만 작고 앙증맞은 분홍색 꽃을 머리에 이고 있어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그 옆에는 ‘한국산 바나나’로 불리는 으름이 넝쿨을 휘감아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어른 주먹 두 개를 합한 것만큼 자란다는 ‘엘리펀트 갈릭’(코끼리마늘)도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제이드가든의 자랑거리는 로도덴드론 가든이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만병초를 비롯해 약 200여종의 다양한 만병초 품종들이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양치식물, 노루오줌류들이 잘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꽃물정원을 물들이고 있는 화훼들.


고산온실과 드라이 가든은 친환경적인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물과 에너지 부족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것. 고산식물 온실은 겨울철에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식물들 위주로 식재했다. 달 표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고 해서 ‘문스톤’이라 불리는 터키산 돌들 틈 사이로 에델바이스가 고고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알프스와 백두산 등 해발 1000m 이상에서 가져온 15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웨딩 가든은 가족 또는 연인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로맨틱한 공간이다. 결혼을 상징하는 순백의 빛깔을 지닌 식물들을 식재해 야외 결혼사진 촬영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제이드가든의 하이라이트는 지리적으로 가장 높이 있는 ‘스카이 가든’이다. 근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병풍처럼 둘러싼 숲 사이로 멀리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눈 호강을 하고 스카이 가든의 찻집에서 왼편 길을 따라 내려오면 야생화언덕과 습지식물을 모아 놓은 고층습지, 목련원, 블루베리원 등을 만난다. 제이드가든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대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방문객센터에서 왼쪽 코스를 따라가면 50분, 가운데 코스는 40분, 오른쪽 코스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어느 코스에서 시작하든 왕복 2시간 이내에 둘러볼 수 있다.
춘천=글·사진=조용준 아시아경제 기자 jun21@asiae.co.kr

멋&맛 Tip

가는 길 = 서울춘천고속도로 화도IC를 나와 마석, 금남IC를 지나 춘천 방면으로 46번 경춘국로 이용. 대성리, 청평유원지, 가평, 경강교 지나면 된다. 지하철은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행 전철을 타면 1시간 만에 굴봉산역에 닿는다. 역에서 오전 10시45분부터 오후 4시45분까지 경춘선 운행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있다.(033)260-8300

먹을거리 = 제이드가든 방문객센터의 레스토랑에서 먹는 산나물숙채비빔밥(9000원), 허브꽃비빔밥ㆍ연잎밥(9500원) 등이 별미다. 춘천까지 갔다면 명물인 닭갈비(1만원)와 막국수(5000원)를 빼놓을 수 없다. 춘천 명동 일대에 소문난 닭갈비집들이 많지만 온의동 닭갈비거리에 있는 유림닭갈비(033-253-5489)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집이다.

볼거리 = 가평 방향으로 나오면 남이섬를 비롯해 강촌유원지, 자라섬, 호명호수 등 볼거리가 많다. 쁘띠프랑스는 꽃과 별, 그리고 어린왕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2008년 7월에 오픈한 ‘
프랑스 문화마을’이다. 지중해 연안이나 알프스 산록의 전원마을을 보는 듯한 쁘띠프랑스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유명해졌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031-584-8200)

춘천=글·사진=조용준 아시아경제 기자 jun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