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LG경제연구원이 ‘가격(Price) 2.0 세상, 새로운 가격의 시대가 오고 있다’라는 주제로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일한 제품의 가격은 동일하다’는 고정 가격 개념이 ‘가격 1.0’ 시대를 지배했다면 ‘가격 2.0’ 시대에는 이런 고정 가격제보다는 유연한 가격제가 대세라고 하고 있다.

최근 가격 2.0 시대가 주창되는 이유는 공산품에 한정됐던 유연한 가격제가 서비스업 분야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산품 판매 시장에서는 몇 년 전부터 최저가몰, 공동구매, 원데이몰 등을 통해 유연한 가격제가 주창돼 왔다. 반면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측정 불가능한 서비스 판매로 인해 유연한 가격제 형성이 어려웠지만 최근 반값 할인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반값 할인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산술적으로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50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공산품이 아닌 서비스의 품질을 어떻게 믿고 반값에 구매할까? 소비자들의 정보 수집에 대한 자신감과 블로그 및 카페 등에서 수집한 정보에 대한 신뢰,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적인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서비스를 기꺼이 반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음식점, 헤어숍, 피부관리숍 외에도 청소업, 정비 서비스 등에도 반값 할인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소셜 커머스 사이트 역시 인기다. 지난해 3월 국내에서 위폰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스몰몽키 등 500여 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5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3000억∼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비스의 새로운 판로와 마케팅 가능한 장이 열린 셈이니 창업자들이 가격 2.0 시대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반값 할인을 통해 붕괴된 정가 체계는 창업자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가격 1.0 시대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 1인분을 먹을 때 2만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이를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면 소비자는 1만원의 가격 할인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해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반값 할인이 지속되면 2만원이라는 정가 개념이 희미해지고 스파케티 한 그릇의 정가는 1만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2만원이라는 스파게티를 매번 1만원에 먹을 수 있다면 소비자는 ‘지금까지 2만원을 내고 먹었을 때 창업자가 얼마나 많은 이윤을 남겼을까?’하는 의문이 들고 이는 불신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유연해진 가격 체계 속에서 창업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창업자는 새로운 가격 체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업종 특성에 충실해야 한다. 외식업에서는 음식 맛, 서비스업에서는 전문직 종업원의 관리, 판매업에서는 재고 관리와 상품 기획력 등을 최상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가격 2.0 시대에는 소비자가 납득하면 얼마든지 더 고가에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열린 소비자에게는 열린 창업자가 어필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창업·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