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 3일 ‘쿠팡의 혁신과 변화’를 화두로 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4만 명을 채용하고 전국의 물류센터를 14곳에서 21곳으로 늘린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김범석 대표의 발표 이후 등장한 전 알리바바 물류부문 대표 헨리로 쿠팡 수석부사장은 로켓배송을 기술과 배송기사, 주문처리, 고객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라고 명명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과 더불어 쿠팡의 비전을 의심하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쿠팡의 키워드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찬사도 나온다. 누구 말이 맞을까? 쿠팡의 약속이 전격적으로 이행되고 추가투자자들이 등장해 실탄을 탑재하는 분위기를 살펴야 하겠지만, 사실 양쪽 모두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간격에서 묘한 지점도 보인다.

쿠팡의 정체는? O2O는?

우선 전제해야할 지점이 있다. 쿠팡의 정체성이다. 이들이 소셜커머스인가? 아니다. 당초 우리나라에는 소셜커머스가 없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매일 새로운 제품을 기습적으로 제공하는 ‘데일리딜’ 방식으로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핫딜’을 추구하며 수단적 방법으로 SNS를 이용하는 기업이 소셜커머스다. 그런데 쿠팡과 위메프, 티몬이 SNS를 통해 핫딜을 주력으로 삼는가? 아니다. 이들은 오픈마켓의 변형이다. 정확히 말하면 판을 깔아주는 선에서 머물러 있던 오픈마켓이 더욱 모바일 친화적으로 변하고, 데일리딜의 방식을 교묘하게 삽입한 상태다. 여기에 로켓배송과 같은 재미있는 수단이 삽입된 것이 쿠팡이다.

더 자세히 보자. 쿠팡은 데일리딜 방식을 유지하며 거의 오픈마켓처럼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강조하며 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취급하는 물품도 오픈마켓처럼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픈마켓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데일리딜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지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필요할 물건을 구입할때만 쿠팡에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무슨 물건이 저렴하게 나올까?’라는 기대감으로 접근하게 된다. 더욱 동적이다. 여기에 쿠팡을 비롯한 한국형 변종 소셜커머스들은 적극적인 큐레이션 기능을 작동시켜 상품의 발굴과 마케팅, AS까지 책임지고 있다. 3인방의 적자구조가 심한 이유다.

이 지점에서 O2O 개념도 짚어보자면, 이는 철저한 빅데이터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O2O는 온디맨드 서비스의 방향성까지 바꾸는 막강한 저력을 바탕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여기에서 관문을 맡은 플랫폼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체화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도 도전할 여력이 생긴다. 넷플릭스가 어떻게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라. 사용자에게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대하면서도 유용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세분화가 가능해지는 무한루프가 가능해진다.

다만 조심해야할 부분은, O2O의 특성 중 배송에 있어, 특히 쿠팡맨의 존재를 설명하며 ‘사람냄새’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맨에게서 풍기는 사람냄새는 부차적인 결과며, 언젠가 대체되어야 하는 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일종의 징검다리일 뿐이다. 극단적으로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결론적으로 O2O는 쿠팡과 같은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의 측면에서 강조되어야 하며, 사람냄새는 철저히 걷어내야 한다. “쿠팡맨이 참 친절해, 쿠팡 잘 될거야”라고 말하지 말자.

현실가능성? 중요한가? 중요하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쿠팡의 전략을 살피자. 일단 쿠팡이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4만 명을 채용하고 전국의 물류센터를 14곳에서 21곳으로 늘린다는 점에 주목하자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해진다. “이게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야?”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주목해야할 부분은 쿠팡의 이러한 목표가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은 소셜커머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커머스도 아니다. 변종이다. 이 지점에서 공격적인 물류 시스템을 확충한다? 이 단계에서 이미 쿠팡은 온라인을 뛰어넘었다. O2O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생태계를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크기를 말하며 쿠팡의 비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틀린 말이다.

여기서 시야를 더욱 넓혀보자. 소프트뱅크를 기점으로 아시아를 훑으면 인도의 스냅딜과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이 일종의 블록을 형성한다. 스냅딜은 빠르고 강하며, 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및 유럽을 연결할 수 있는 교두보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주춤하고 있으나, 또 의외로 배송시스템이 허약하지만 말이 필요없는 글로벌 상거래 시장의 강자다.

이 대목에서 소프트뱅크가 쿠팡을 지목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목표로 쿠팡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것이 아니다. 알리바바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지에, 변종 소셜커머스의 콘텐츠적 기능도 품으며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블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커진다.

재미있는 지점은 또 있다. 방금 말한 논리를 따라가면 시장의 사이즈가 커지니 ‘대대적인 투자를 생각할 여지는 있겠네’라는 추측이 가능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뤄지지 않아도 그만이다. 기업이 정책을 세우고 공언했다지만 이를 어긴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책을 발표하고 강하게 추진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게다가 쿠팡은 현재 불법배송 문제로 기존 물류업체의 견제에 시달리는 상황인데, 4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입장에도 매우 달콤하다. 일자리 창출! 카카오가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물론 쿠팡이 대책없이 정책을 발표했을 가능성은 낮다. 어느 정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기존 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시장 제패를 위해 강력한 물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굵직굵직한 투자를 이끌어내면 금상첨화다.

축차투입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영악하다. 비전을 빵빵 터트리며 소소한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꽤 훌륭한 모델을 내세워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아 이를 생태계 구축에 ‘무자비한 방식’으로 투입한다. 언제까지? 국내 온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을 제패하고 스냅딜-알리바바-쿠팡의 블록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때까지. 쿠팡맨도 이러한 전략에 스스럼없이 녹아있다.

결론적으로 쿠팡은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의 공세를 피해 절벽 위에 스스로 섰다. 그리고 밑에는 안전펜스를 설치한 후 하늘을 보며 외치고 있다. “더 높은 곳을 보여주겠습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쿠팡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쿠팡은 절벽에서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떨어질지, 비상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쿠팡은 이 대목에서 “하늘로 올라갈테니 우리를 믿어 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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