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애완동물 열풍은 1자녀 정책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 중국인들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대부분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1애완견 정책으로 상하이에서는 한가정에 1마리를 넘는 애완견을 키우지 못하게 됐다. 중국 여성이 애완견과 함께 상하이 난징루(Nanjing Road)를 산책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부터 상하이의 모든 가정은 1마리 이상의 애완견을 키우지 못하게 됐다. 1자녀 정책에 이은 1애완견 정책인 셈이다. 이미 1마리 이상의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경우에는 기존 애완견을 계속 키울 수 있지만 추가로 1마리 이상의 애완견을 키우는 것은 금지된다.

만일 이를 어기고 1마리 이상을 키우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해당 애완견은 다른 주인을 찾아서 보내야 하고 애완견 주인은 벌금을 물게 된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애완견 증가 추세를 늦추기 위한 고육책으로 광저우와 청두에 이어 상하이가 3번째로 1애완견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인구 2200만 명의 상하이에만 애완견의 숫자가 무려 8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등록된 애완견의 숫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구 2000만인 베이징에는 100만 마리 이상의 애완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약 1억5000만 마리의 애완견, 애완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키우는 새와 물고기까지 포함할 경우 중국의 애완동물 숫자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애완동물이 일반화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전체 애완견과 고양이의 숫자는 1억6500만 마리 수준이다.

중국의 급속한 애완동물 숫자 증가는 경제 성장과 함께 1자녀 정책이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1명뿐인 자녀가 취업이나 진학 등으로 다른 도시로 떠나고 남은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애완동물은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이 과시하기 위해 키운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1자녀 정책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스스로를 애완동물의 부모로 자처하는 등 자식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중국 애견잡지의 장린 편집장은 “중국의 애완동물 열풍은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 중국인들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대부분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애완동물 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를 발표한 적이 없어 구체적인 숫자는 없으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추산하는 중국 내 애완동물 시장의 올해 규모는 무려 400억위안(한화 6조6600억원)선으로 전망했다.

국내 애완동물 시장의 규모인 연간 1조~2조원과 비교해서 월등히 큰 시장 규모다. KOTRA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애완동물 시장은 지난 2005년 약 46억위안(한화 7659억원) 규모에서 2007년 70억위안(한화 1조1665억원)규모로 껑충 뛰었고 2008년에는 100억위안(한화 1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베이징, 상하이 등 큰 도시의 경우 대체로 매달 200~300위안 (한화 3만3000원~5만원)의 돈을 동물 사료나 미용, 장난감 구입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졸 신입사원의 월급이 평균적으로 약 2000~3000위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급의 10% 가량을 애완동물에 쏟는 셈이다.

상하이에서 애완용품 상점을 운영하는 장치웨이씨는 고객들이 대략 500위안(한화 8만3000원)가량을 매달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애완용품 상점을 시작했던 지난 1997년 만 해도 사람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는 굉장히 낮았다.

“당시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다 남은 음식을 애완동물에게 주곤 했는데 약 5년 전부터 변화가 나타나면서 애완동물 전용사료와 장난감, 목욕용품 등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상하이 주민 10명 중 1명꼴로 애완동물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애완동물이 늘어나면서 그가 취급하는 애완용품도 대폭 늘어났다.

사료는 물론 간식, 샴푸, 누르면 소리와 함께 불빛이 나오는 애완동물용 장난감까지 다양하다.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애완동물용품은 대략 5000여 가지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완동물의 분양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상하이에서 인기가 높은 애완견인 비숑 프리제의 가격은 2000위안에서 4500위안(한화 33만~75만원)선이다. 슈나우저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또 다른 인기 견종인 푸들의 가격은 1000위안에서 9000위안(한화 150만원)까지 그 차이가 크다.

가장 비싼 견종은 흔히 사자개로 불리는 티벳탄 마스티프로 가격이 1만위안~1000만위안(한화 166만~16억66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1미터나 되는 몸길이와 100kg에 달하는 체중 때문에 상하이 시내에서는 티벳탄 마스티프를 키우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들 비싼 견종을 교배하고 분양하는 사육사를 비롯해서 2500~3500위안의 월급을 받는 애완견 전문미용사, 4500~5000위안의 월급을 받는 애완견 조련사 등 새로운 직업도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애완견 의류를 만드는 전문 디자이너도 등장, 애완견을 위한 각종 의류 상품이 38위안에서 100위안 사이에 팔리고 이들 애견의류 전문 디자이너의 옷만 취급하는 애견의류점도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애견을 위한 홈메이드 과자와 케이크를 파는 애견 제과점도 등장하면서 애견 전문 요리사라는 직업도 선보였다. 지난 3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애견제과점인 ‘파오파오’는 오픈 한 달 만에 수백 개의 애견 케이크와 수천 개의 애견 과자를 파는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애견 케이크는 개당 200~300위안 선으로 일반 제과점의 케이크와 가격이 비슷하다.

상하이의 고급 애견미용숍인 베이비넘버원은 털을 깎는 미용에서부터 목욕, 발톱 손질 등의 서비스를 60위안에서 280위안의 가격에 제공한다. 이 상점에서는 애완동물의 주인들이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을 몰고 와서 루이비통 이동장에서 애완동물을 꺼내는 모습이 아주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사료 부분이다. 프랑스 애완동물 사료업체인 로얄 캐닌은 지난 1995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30% 이상의 연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애완동물 사료가 외국산인만큼 애완동물 사료의 수입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이들 사료 시장의 대부분은 여전히 해외 업체들이 주도하면서 페디그리, 위스카스 등 유명 해외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매출도 함께 증가해왔다.

중국의 애완동물 사료 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전체 애완동물 시장 규모가 400억달러인데 반해 영국의 애완동물 사료 시장의 규모가 120억달러라는 점이 전문가들이 중국의 애완동물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