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삼성SDI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2차전지를 둘러싼 삼성SDI와 LG화학이 본격 경쟁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명 시장의 분위기는 LG화학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다급한 삼성그룹 측은 화학계열사를 매각하고 2차전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LG화학은 기존 화학과 전지부문의 꾸준한 성장세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LG화학은 최근 중국 남경 시 전기차 배터리 준공식 행사를 가지며 2차전지 시장의 입지를 굳건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투자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기준 LG화학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25.93배,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85배다. 한편, LG화학의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삼성SDI는 같은날 기준 PER은 20.67배, PBR은 0.65배다.

시장에서 두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차이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대수치 기준으로만 본다면 분명 삼성SDI의 주가는 LG화학대비 저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주가는 미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의 주가로 고평가 혹은 저평가를 논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PER, PBR의 절대적 비율은 삼성SDI에 ‘저평가’라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는 반대로 시장이 삼성SDI의 성장성을 낮게 본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LG화학과 삼성SDI는 태양광 및 2차전지 등 신사업 모멘텀으로 각광을 받으며 두 기업의 주가 또한 이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9년 1월 삼성SDI의 주가는 현재 기준 5만6000원, LG화학의 주가는 7만1456원(감자 등으로 인한 변경)으로 출발했다. 이후 두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상승, 하락 모두 LG화학의 변동성이 컸다.

하지만 2009년 1월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두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SDI가 90.1%, LG화학은 326.1%를 기록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기업가치 지표 중 이익과 현금흐름 수준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기업잉여현금흐름(FCFF)의 두 지표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및 2차전지 산업의 '막연한' 기대감이 사라질 무렵인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LG화학의 ROE는 연평균(산술평균) 14.6%이며 삼성SDI의 ROE는 7.5%로 LG화학이 큰 폭으로 앞섰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연평균 FCFF는 3842억원인 반면, 삼성SDI는 -4966억원을 기록해 대조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ROE는 9.6%, FCFF는 5921억원이며 삼성SDI의 ROE는 -4.3%, FCFF는 -1335억원으로 더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 2차전지 산업 포기할 수 없어...여유 있는 LG화학

2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부정적검토’ 대상에 등재했다고 밝혔다. ‘부정적검토’ 대상에 오르는 것은 기존의 신용등급을 무시하고 향후 3개월 내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검토해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우려가 불거진 이유는 삼성의 화학계열사 지분 인수 대금 여파다.

지난 10월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와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 지분 90%를 약 2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다른 측면에서 삼성SDI에도 작용한다. 삼성SDI는 소형 2차전지 부문이 지난 2013년 2470억원, 2014년 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5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대형전지도 2013년 2250억원, 2014년 2270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3280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삼성SDI의 수익구조가 있다. 전지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소재부문이 보완하는 불안정한 수익구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케미칼, 전자재료 등 주수익원이 흔들리고 두각을 나타냈던 소형 2차전지마저 적자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SDI가 케미칼 사업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전지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케미칼 사업부가 없어질 경우 단기적 실적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대형 전지는 최근 전기차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재차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삼성SDI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셀 가격 하락 추세가 너무 가파르다”며 “실제 GM의 볼트 1세대에 들어간 배터리의 MWh 당 가격은 350~400달러였으나 이번에 발표된 배터리 가격은 145달러 수준으로 가격하락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전기차 업체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모듈, 팩 등에 집중하면서 셀 업체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삼성SDI 사업부문별 실적전망(단위:십억원, %) [출처:동부증권]

따라서 2차전지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삼성SDI 입장에서 볼 때, 투자대비 수익성을 높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삼성SDI의 주력 수익원이 매각되는 만큼 삼성SDI의 롯데와의 딜은 분명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의 2차전지에 대한 관심과 소위 ‘올인’ 전략을 취하는 만큼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주가의 상승탄력은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

반면, LG화학은 삼성SDI대비 다양하고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3.5% 감소한 9조9882억원을 기록했으나 오히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2%, 16.8% 늘어난 7217억원, 5128억원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꾸준히 실적을 올린 이유는 전 사업부가 양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2차전지 성장이 가시화 될 경우 LG화학의 실적은 날개를 다는 셈이다. 지난 2분기 LG화학의 전지부문은 42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 전지부문은 1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 LG화학 사업부문별 실적 전망(단위:십억원, %) [출처:NH투자증권]

전지부문 외 제품 라인업이 탄탄한 LG화학은 2차전지 산업의 성장과 함께 삼성SDI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LG화학은 전지 부문에서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GM, 르노, 포드, 볼보 등이 LG화학의 전기차 2차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전지 부문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올해 하반기 중국 전기 버스향 매출, 신규 자동차 업체향 매출이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시장은 빠른 '토끼'보단 꾸준하고 묵묵히 달리는 '거북이'를 선호하는 듯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