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문제가 발생한 후 여기에 언론 대응을 하고 나면 종종 ‘오락가락’, ‘말 바꾸기’ 이런 타이틀이 달린 기사들이 나오곤 합니다.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요. 바깥에서는 내부 사정을 모르니 그렇게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 참 매번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내외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창구 인력들에게 중요한 상황 판단 기준을 한번 살펴보죠. 먼저 ‘(자신이) 모르는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실무자들이 자신이 모르는 사안에 대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답변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습관이죠.

이해관계자들에게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 자체를 자신의 상식이나 그간의 경험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에 사실이 맞다 아니다 답변해야 ‘오락가락’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기준은 ‘(자신이) 희망하는 상황과 실제 상황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잘 될 것입니다”, “빨리 마무리될 것입니다” 같은 메시지는 정확하게 사전에 ‘통제 가능하다’, ‘OO(이때) 까지는 마무리될 것이다’라는 내부 확인 후에 이해관계자에게 전달돼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일선 창구들이 자신들의 막연한 희망을 실제 상황처럼 표현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니 문제가 됩니다.

만약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내부 확인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상황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실제 상황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그렇게 빨리는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 내부 보고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신속히 상황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완전하게 상황이 관리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이 훨씬 안전한 메시지가 되겠습니다.

그 다음 기준은 ‘주장과 팩트를 정확하게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마치 팩트가 잘못된 것처럼 자신의 주장을 팩트와 섞어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상황은 명백하게 상대방이 OOO법 OO조 OO항을 위반한 것으로, 최소한 상대방은 징역 O년 또는 벌금 OO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라고 커뮤니케이션했다고 해보죠. 여기에 팩트는 법 조항과 그에 대한 처벌 조항 일부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상대방이 실제로 해당 법을 위반했느냐는 부분은 아직 팩트로 결론지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건 법정에서 결론 날 팩트지요. 근데 일부 기업 창구들이 그렇게 주장을 마치 팩트처럼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추후에 그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일부에서는 이것을 하나의 여론몰이 트릭으로 활용하곤 하는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신뢰성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분별해야 할 기준은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이걸 혼동하게 되면 ‘거짓말’했다는 큰 비판을 받습니다. 이런 실수들은 내부 상황 보고와 공유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가 있어 발생하는데요. 일선 직원들이 상위 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창구에게 허위나 누락된 사실을 보고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일선에서 “그런 이물질은 생산과정에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보고했으니 홍보임원은 언론에 “그럴 리 없다. 그런 이물질이 생산과정에서 유입될 확률은 없다”고 커뮤니케이션하게 되는 거죠.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합니다. 생산 부문이 처음부터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상황이 알려지는 거죠. 정부 기관에서 생산시설을 조사하면서 해당 이물질의 실제 유입경로를 밝혀냅니다. 회사의 생산 부문이 이물질 유입 사실을 그 이전부터 알고 쉬쉬했다는 것도 확인합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회사 측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내부 공유된 정보들이 사실인지 여부가 여러 경로들을 통해 크로스체킹될 수 있어야 안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일 것입니다. 이는 위기 시에는 물론 평소에도 사내 인력 간의 ‘상호 신뢰’라는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위의 많은 기준들이 평시 일관되게 준수되어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된다면, 위기 시라고 그리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습관이 되어 익숙해져 있지 않으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더 큰 문제로 폭발력을 가지게 되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