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류의 밀폐용기가 출시되면서 주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1최근 TV광고를 보면 아기들이 락앤락의 밀폐용기를 갖고 노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깨지지 않는 신소재 밀폐용기라는 카피가 나온다. 한때 환경호르몬에 대한 염려로 플라스틱 밀폐용기 사용을 꺼리던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플라스틱’으로 락앤락은 친환경 소재 트라이탄을 적용, 깨지지 않으면서도 기존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하고 투명한 락앤락 비스프리를 선보였다.

#2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는 글라스락은 환경호르몬 이슈에 민감한 미국시장에서 지난해만 6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살림의 여왕인 마샤 스튜어트 콜렉션으로 미국 메이시백화점에 입점됐고, 유명요리연구가인 레이첼 레이 콜렉션으로 대형마트 콜스에서도 판매, ‘굿하우스 키핑’과 ‘리얼심플’ 등 미국 언론에서 선정한 가장 우수한 보관용기로 선정되며 국산 유리 밀폐용기의 위력을 과시했다.

2000년 초반부터 본격 형성된 밀폐용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 성장이 돋보인다. 식재료를 취급하는 식기의 특성상 건강과 관련된 주제로 민감해 하는 소비자들은 언제나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식기의 안전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린 것일까, 세계적인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국내 기업인 락앤락, 삼광유리의 글라스락, 코멕스산업 등 밀폐용기 3인방은 환경호르몬 없는 안전한 식기용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결코 길지 않은 밀폐용기 역사에서 환경호르몬 등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꾸준히 국내외 안팎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락앤락, 삼광유리 글라스락, 코멕스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락앤락
환경호르몬 ‘제로’ 신소재 도전
‘비스프리’ 브랜드 100개국 수출


최근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아기들이 밀폐용기를 입에 넣고 장난을 치며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리는 락앤락의 이 광고는 매번 전자레인지에 식기를 넣을 때마다 불안해하며 결국 도자기 그릇으로 바꾸는 소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문득 2006년 ‘플라스틱에서 유출되는 환경호르몬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SBS 스페셜 방송 보도 이후 집 안의 모든 플라스틱 용기가 찬장 구석으로 유배를 당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언론의 뭇매를 한 몸에 받았던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당시 락앤락 밀폐용기 중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을 유발할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PC) 용기는 전 제품의 5%에 불과했어요. 나머지는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미래의 보고’ 라고 했을 정도로 무해한 PP (폴리프로필렌) 용기를 사용했는데 마치 락앤락의 모든 용기들이 환경호르몬 덩어리로 취급받았었지요.

당시 수많은 플라스틱 전문가를 찾아다녔는데 공통적인 반응이 PC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수 있지만 그 양은 인체 유해한 수준의 1만분의 1도 안 되는 극미량이며 PC 소재가 유해하다고 단정지을 수 는 없다고 했습니다.”

건강과 직결된 식품용기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급선무였던 락앤락은 2009년 신소재 ‘트라이탄’을 사용한 친환경 브랜드 ‘비스프리(Bisfree)’를 론칭, 이어 그보다 진화한 ‘비스프리 테이블탑 시리즈’를 지난 4월 출시했다. ‘비스프리(Bisfree) 테이블탑’ 시리즈는 비스페놀 A(BPA)의 우려가 없는 친환경 신소재 ‘트라이탄’을 사용해 전자레인지, 냉동실, 식기 세척기 등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내구성이 강해서 잘 깨지지 않고, 일반 플라스틱 소재와 달리 유리처럼 맑고 투명해 용기 안의 내용물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환경호르몬 검출로 뭇매를 맞았던 회사가 친환경 신소재 개발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굳히게 된 것이다.

락앤락을 외국기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워낙 해외에서 선전을 했기 때문이겠지만 락앤락은 1978년 수입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국진유통으로 시작된 회사다. 1998년 신개념 4면 결착 밀폐용기 ‘락앤락’ 출시를 통해 돌풍을 일으키며 브랜드를 알린 락앤락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3879억원의 매출을 올린 락앤락은 2020년 매출 10조원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00년 미국 홈쇼핑 채널인 미국AVC에 제품을 소개한 것을 신호탄으로 중국시장을 눈여겨본 락앤락은 2004년 상하이 영업법인을 설립한 후 베이징, 선전에 영업법인을 세우고 이후 14개 도시에 분공사를 설립했다.

중국 시장 진출 후 올린 매출액만 지난해 1435억원. 전년 대비 약 22%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으로 락앤락은 지난 2003년 이래 매년 30% 이상 성장하며 세계 밀폐용기 시장에서 러버메이드와 타파웨어에 이어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락앤락은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남미 지역도 진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독일 영업법인을 통해 유럽시장에 대한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코멕스산업
디자인 기능성 제품 개발 앞장
유럽 등 선진시장서 인기몰이


최초로 밀폐용기를 국내에 출시한 코멕스 산업은 후발주자인 락앤락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밀폐용기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과 친환경 신소재 밀폐용기 ‘클로켄’으로 독일 ‘iF 디자인상’을 수상한 저력있는 기업이다.

최근 친환경 소재가 화두가 됨에 따라 코멕스 역시 지난 4월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유리처럼 투명한 무환경 호르몬 무검출 친환경 신소재 ‘트라이탄’으로 개발한 ‘클로켄’을 출시, 국내외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코멕스 산업의 박형열 대표는 “클로켄은 테이블웨어로도 활용 가능한 밀폐용기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기능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은 ‘디자인 측면을 강조한 기능성 제품’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진출에 주력을 하고 있는 코멕스산업은 특히 유럽 매출이 전체 수출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태리 등 동종업체보다 높은 유럽 매출은 품질을 중요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성향상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할 수 있으며 이는 아시아권 수출 비중이 높은 락앤락과 비교된다. 코멕스 산업은 올해 중국 현지에 플래그숍과 현지 사무소를 열어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나선다.

박형열 대표는 “이달 중 중국 상하이에 ‘코멕스갤러리’ 1호점을 오픈하는데 이어 연내 2호점 개설을 위해 중국 후베이성의 주도 우한에서 적절한 입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일리시하고 친환경적인 밀폐용기를 추구하는 코멕스산업은 다른 기업과는 달리 주부 커뮤니티 등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코멕스의 박 대표는 “6개월씩 진행해 온 주부 모니터가 벌써 16기에 이르렀다” 며 자신의 경영철학 1순위인 ‘소통’ 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직원과 직원, 직원과 임원 간의 소통을 중시해 자신의 사무실 문도 살짝 열어놓는다는 박 대표는 자신들이 다루는 상품이 생활용품이기에 관련 의견들이 사내에서부터 소통돼야 제품 개발에 적용·응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부 모니터 역시 같은 맥락으로의 소통이다.

단지, 제품을 홍보하고 제품을 팔기 위한 관계(relationship)가 아니라 관계 그 자체를 중시여기고 코멕스와 동지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으며, 매 해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 김장 담그기 행사 등 봉사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꿈의 신소재 ‘트라이탄’

최근 밀폐용기 업계는 무겁고 깨지지 않으면서도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로운 트라이탄 소재의 식기가 화제다. 과거 문제가 됐던 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PC). 이 안에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A(BPA)’가 포함돼 있는데, 뜨거운 물이나 열에 의해 이 물질이 용출되면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대체 소재로 떠오른 트라이탄은 비스페놀 자체가 아예 포함되지 않아 환경호르몬에 대한 염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트라이탄’을 사용해 만든 용기는 전자레인지, 냉동실, 식기 세척기 등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내구성이 강해 잘 깨지지 않고, 일반 플라스틱 소재와 달리 유리처럼 맑고 투명해 용기 안의 내용물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락앤락의 ‘비스프리’와 코멕스의 ‘클로켄’ 모두 트라이탄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글라스락
초경량·고강도 유리용기
미주지역 소비자에 어필


일명 환경호르몬 사건으로 인해 밀폐용기 업체에 찬바람이 불었을 때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된 업체가 있다. 바로 글라스락으로 유명한 삼광유리. 2005년 12월 직사각 모양의 유리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출시했던 삼광유리는 ‘유리는 깨지기 쉽고 무겁다는 인식’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2006년 9월, 플라스틱에서 발생될 수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불신이 유리용기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며 시장의 인식도 180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 환경호르몬 발생에 100% 자유로운 유리 용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글라스락은 2006년 9월부터 12월까지 단 4개월 동안 약 9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글라스락은 플라스틱 용기의 단점으로 꼽히던 물이 들어 색상이 변하고 냄새가 배는 등의 위생상의 문제와 환경호르몬에 안전하고, 음식의 신선도 유지에 탁월한 제품으로 동종업계와의 가장 큰 차별성을 내세웠다.

또한, 특화된 유리제조 기술력으로 일반유리보다 최소 2배 이상 충격에 강하면서도 최소 120℃ 이상의 내열성을 확보해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내열강화유리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강조한다.

또한 무겁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 중량을 10~15% 이상 경량화해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유리 밀폐용기 시장 규모는 약 700억원 수준.

글라스락은 약 7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유리 용기시장 기준) 국내 1위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내열유리 밀폐용기 업체인 락앤락글라스는 약 23%, 코맥스 등 기타업체가 약 7%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글라스락은 특히 환경호르몬에 대한 인식이 높은 미국, 캐나다 등 미주지역의 선호도가 높다. 유리 밀폐용기의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가 미국 음식문화와 잘 맞아 인기가 높은데다 젖병 등 베이비 용품과 시리얼, 견과류 등을 보관하는 ‘캐니스터’, 접시형 밀폐용기 등 서구 식문화를 분석해 내놓은 제품이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는데 일조했다.

글라스락은 현재 뚜껑이 부착된 (밀폐용기 포함) 유리식기 시장에서 약 2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판매율의 40% 이상을 해외수출에서 올리고 있는 글라스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생활용품업체인 월드키친과 파트너 관계를 갖고 글라스락 브랜드로 미국의 Costco, Macy’s백화점, Bed, bath & beyond 등 유명 유통업체에 진출해 판매 중이다.

삼광유리는 다른 유리 밀폐용기 업체들이 중국, 동남아 등에서 유리를 OEM하는 것과 달리 대규모 국내공장을 직접 운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순수 국내 제작 능력 덕에 2011년 상반기에 출시된 신제품의 수만 30여종이 넘는다.

글라스락은 앞으로 선진국의 안정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럽, 남미, 중국시장 등의 현지 식문화에 적합한 신제품을 개발해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3월에, 유리공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논산공장 준공을 계기로 삼광유리의 성장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