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수 회장 ‘이젠 Mr 그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별명은 ‘Mr 오일’이다. 45년 간 석유화학업종에 종사하며 업계를 이끌어 왔다. 그래서일까. 정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에너지전문가들도 허 회장 앞에선 고개를 숙인다. 위기 때마다 공격경영을 앞세워 정면 돌파 했고, 선보였던 경영전략은 GS칼텍스를 세계적 수준의 정유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런 그가 미래 GS칼텍스의 사업구조에 녹색에너지를 추가시켰다. 그것도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히든카드다. 허 회장은 재계 어떤 CEO보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조회가 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한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도 그다. 이런 의미에서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플라텍의 폐기물처리 산업이 갖는 의미는 크다. 환경오염 규제 움직임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이밖에도 GS칼텍스의 석유설비 고도화 작업을 통해 저탄소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찌꺼기 ‘코크스’를 재활용해 리튬이차전지용 음극재를 만든 곳이 GS칼텍스다.

또 아시아 최초로 감압잔사유 수첨분해시설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감압잔사유 수첨분해시설은 초중질유 아스팔트를 경질유로 바꾸는 최첨단 설비이다. 폐기물로 여겨졌던 것을 고부가가치 재료로 만들어 내고 있다.

GS칼텍스가 금맥을 찾았다. 폐기물더미에서다. 버려지는 산업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생활 쓰레기도 마찬가지. GS칼텍스 손만 거치면 에너지로 재탄생 된다. 석유화학업체의 진화다. 환경오염업체라는 인식을 한 번에 뒤집었다.

쓰레기를 돈으로 만든 역발상

GS플라텍 본사 전경.

우르르르 쾅! (번쩍) 쾅! 쾅! 뭔가가 쪼개지는 듯 한 소리가 귀청을 울린다. GS플라텍에서 폐기물이 에너지로 바뀌는 소리다. 폐기물은 삽시간에 고온의 인공번개와 함께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남은 것이라곤 한 주먹 남짓의 슬래그다. 슬래그는 일반적으로 철광석을 녹일 경우 쇳물위에 뜬 찌꺼기를 말한다. 그러나 GS플라텍의 슬래그는 먼지다. 폐기물이 사라지며 남긴 흔적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GS플라텍에선 이 같은 과정 모습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연출된다.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 폐기물에는 각종 원자재들이 뒤섞여 있다. 고온의 열기에 녹아 내릴 때 생기는 슬래그는 신재생원료로 탈바꿈 된다. 발생하는 고열의 기체는 열에너지로 환원이 가능하다.

아직 초창기 사업으로 매출을 집계할 순 없지만 산업폐기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발생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쓰레기뿐 아니다. 생활쓰레기도 가능하다. 산업폐기물보다 슬래그가 적지만 양이 많아 재생 가능한 재료 확보엔 문제가 없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각종 폐기물 처리를 통해 친환경적이면서 산업에 활용이 가능한 자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각종 폐기물을 처리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곳이 그동안 없던 것은 아니다. 쓰레기를 모아 화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되긴 했다.

또 폐냉장고와 폐TV에서 금, 은, 동 등 재료를 추출하는 중소형 도시광산업체들이 많았다. 리코금속·애강리메텍·토리컴 등 중소기업에서부터 LS-니꼬 동제련·고려아연 같은 대기업도 활약 중이다.

그렇다고 GS플라텍을 도시광산업체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특정 폐기물만을 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GS플라텍은 산업폐기물과 생활폐기물 등 모든 폐기물을 돈으로 바꾼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GS플라텍 용융로.

GS플라텍은 지난 2010년 4월,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에너지로 회수하는 기술을 통해 본격적인 폐기물 에너지화사업에 진출했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는 고효율 에너지로 회수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폐기물이 산화되며 발생하는 다이옥신 같은 환경오염 물질이 거의 배출 되지 않는다.

산화되고 남은 슬래그는 산업재료로 재활용이 가능해 쓰레기 매립 문제까지 해결된다. 배출된 오염물질을 처리해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배출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플라즈마 기술이 이를 가능케 했다. 플라즈마란 물질의 제4상태로 자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번개다.

6000~2만도의 열을 갖고 있는 인공번개를 24시간 연속적으로 만들어내는 플라즈마 토치는 폐기물을 금맥으로 만들어 낸다. 플라즈마 토치를 통해 만들어진 슬래그는 인체에 무해한 유리결정질 물질로 토양 복원용이나 건설자재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통해 연료전지 및 반도체 산업 등에 이용할 수 있다.

GS플라텍은 2008년 최초로 청송군에 생활폐기물 가스화 용융설비를 건설 및 운영을 해왔다. 2008년 환경부로부터 환경신기술 인증 및 검증을 모두 획득했고,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생활폐기물로부터 고순도 수소를 정제 회수해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발전 설비를 2011년 상반기 중으로 건설하여 시범 운영 예정이다.

GS칼텍스의 신성장동력은 녹색에너지에 맞춰져 있다. 저탄소 등 환경오염 규제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만큼 지속성장을 위한 노력에서다(박스기사 참조).

녹색에너지 선도기업 우뚝

GS칼텍스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및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선정했다. 연료전지 및 탄소소재 분야 등에서 연구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녹색에너지 사업의 중심엔 GS칼텍스 신에너지연구센터가 있다. 2006년 12월 서울 성내동에 연면적 1800평, 7층 규모로 설립된 연구소엔 최첨단 실험장비 및 시험용 생산시설이 설치돼 있다. 최고의 환경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허동수 회장의 배려다.

현재 신에너지연구센터에선 가정용 연료전지, 전기이중층커패시터용 탄소소재 등 신에너지 및 신소재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