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26일(아프간 시간)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에서 1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망자만 최소 2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원에 가까운 산악 지역 상당수 마을이 통신이 두절된 상태여서 피해자는 이 보다 훨씬 많고, 후송 및 치료 지연으로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인도 주재 한국 대사관은 각각 교민 피해상황 파악에 나섰으며 지금까지 우리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진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에서 이날 오후 1시39분 규모 7.5의 강진으로 발생했다. 발생지점은 아프간 북부 힌두쿠시 산악 지역이다. 이 곳은 파키스탄 국경과 가깝다. 파키스탄 북부 치트랄에서 67㎞ 거리에 있다.

이번 지진은 아프간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인도의 주요 도시들에서 감지됐다. 지진으로 인한 전력 공급 중단과 통신 두절 사태가 이어졌다.

바다크샨주 서쪽 타카르주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여학교 학생 최소 12명이 대피하다 압사사고로 사망했다. 또 42명의 학생은 부상해 타카르주 주도 탈루칸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프간 관리는 지진으로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카불 대부분 지역에서 정전됐으며, 주택이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고, 자동차들이 거리에서 굴렀다. 바다크샨주 재난 당국은 진앙 주변 외딴 지역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다수의 주택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최고행정관은 지진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재난 당국의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희생자들의 구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지진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도 주택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국영 TV는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등에서 주택과 건물이 붕괴해 최소 125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수도 이슬라바마드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코란을 암송했다.

이날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정부 관계기관에 지진 피해 지역에 구호품을 제공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또 파키스탄 군부도 병력을 파견해 구호 활동에 동참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피해가 즉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도 여러 건물이 흔들리며 시민들이 놀라 거리로 뛰쳐 나왔으며 주차장 등에 모여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에게 구호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파키스탄 언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샤리프 총리는 감사를 표시했으나 수용 여부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페르베즈 라시드 파키스탄 정보장관은 이번 지진을 국내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며 국제적 구호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지진은 4월말 9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8의 네팔 지진이 난 지 6개월만에 발생했다.

네팔 지진과 이번 아프간 지진은 모두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장-필립 아부아 교수는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네팔 지진 때 지하에 남은 응력(외부 힘을 받아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서쪽으로 이동했다며 네팔 서부와 인도 북부의 지진 위험이 커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타지키스탄과 중국 접경인 아프간 바다크샨주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앙은 바다크샨주 주도 파이자바드 남쪽으로 73㎞ 떨어진 깊이 213㎞ 지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USGS는 지진 규모가 7.7이라고 발표했었다. <사진출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