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열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박재성 기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6일 서울 두산타워에서 열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 “동대문 발전은 면세점 유치와 상관없는 두산의 책무”라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단상에 올라서 원고를 읽지 않고 차분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준비해온 원고가 있지만) 원고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개인적 소회를 말씀드리려 한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생각을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대문에 처음 입성 했을 때를 회상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두산타워로 사무실을 이전 한 게 1999년 말이었다. 당시는 IMF를 넘은 직후라 아직도 사회 여러 구석이 어렵고 두산도 서바이벌을 위한 첫 여정을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여기 동대문에) 새로운 빌딩을 짓고 이사와 더 없이 감회가 컸다.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도 사실"이라며 두산타워 완공 당시 감회를 전했다.

이어 그는 "두산타워 사무실에 들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33층 창밖으로 보이는 동대문 전경이었다. 그전에는 롯데호텔 맞은편 을지로 입구에 있던 건물 사무실을 사용했는데, 을지로 사무실에서 보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창문 가득 고층빌딩 숲과 백화점이 있고, 외국인들이 걸어 다니는 전형적인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풍경을 보다가 동대문 시장의 모습을 보니 깨닫는 바가 많았다"며 "동대문 상인들의 활기찬 삶의 현장과 동대문 시장의 물건을 공수하는 창신동 일대가 보였다. 대한민국 상업을 대변하는 이 지역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기업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박 회장은 "치열한 삶의 현장 앞에서 나 혼자 갖는 번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며 "함께 상생하며 동대문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게 올바른 대기업으로서 할 일 이라고 생각했다"며 동대문 지역 번영이 박 회장의 오랜 비전이었음을 밝혔다.

박 회장은 두타를 비롯한 쇼핑몰의 등장으로 동대문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됐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박 회장은 "동대문에 패션 종합 쇼핑몰 두타와 밀리오레가 문을 열고 전에 없던 희망의 물결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매상권에서 활동하던 업소들이 쇼핑몰에서 소매고객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업을 하기 시작한 것. 이어 13개 정도 되는 현대식 쇼핑몰 공간이 이 지역에 세워졌다. 하지만 동대문 거리는 점점 시들어가기 시작했다"며 동대문 지역의 불경기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야구 돔구장 짓기를 건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야구단을 운영해서 그런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박 회장은 동대문 지역의 침체를 중국인 관광객 유입과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다시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동대문은 이미 수많은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상표를 가진 수만 명의 디자이너 등 창의성을 기반으로 둔 콘텐츠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 상공업을 100년 이상 이어왔기 때문에 상업에 대한 철학이 깊은 곳이다"라며 동대문이 가진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함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과 바늘을 꿰는 역할을 동대문 미래 창조재단이 하겠다”며 “면세점 유치 경쟁이 한창이라 면세점 유치 전략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그 노력이 계기가 됐음을 부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면세점 유치와 상관없이 두산은 동대문 터줏대감이자 지역사회 일원이다. 두산이 동대문 지역사회에 지고 있는 최소한의 책무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통해 동대문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두산그룹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하는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했다. 초기 재원으로 두산그룹이 100억 원, 박 회장이 사재 100억 원 등 모두 200억 원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