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당한 성장세에 올라탄 해외 디지털 대행사 CEO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 꽤 관심이 많았는데 ‘빨리빨리’ 문화가 한국의 경쟁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디지털 시대에는 될 것 같으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바로 질러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빨리빨리’는 순발력과 적응성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는 ‘대강대강’과 ‘잔꾀’가 결합되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아울러 디지털로 변화하려면 기존 것과 새로운 것의 간극을 메우는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광고회사 안을 들여다보아도 기존 광고본부와 새로운 디지털 본부 간에는 일하는 방식과 지향점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그 간극을 신속히 메우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느냐가 변화와 혁신에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는 뜻이었다.

그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른바 ‘Digital Transformation’이 광고업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신속한 변신 능력이나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 등 여러 가지 조언들이 넘쳐나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혁신을 주도해 가야 성공할 수 있을까? 특히 Smart Revolution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광고시장도 쓰나미급 변화의 파고에 휩쓸리고 있는 와중인데, 광고회사가 이런 파고를 슬기롭게 헤치고 혁신에 성공할 수 있는 방향성을 단순 명쾌하게 ‘ABCD’로 잡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A- Agile이다. 민첩성이 필요하다. 앞서 외국 CEO의 말처럼 ‘빨리빨리’ DNA를 적극적으로 실력 발휘하게 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 경쟁력이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에 있었다면 현재는 속도의 경제(Economies of Speed)로 변화하는 추세다. 경영의 구루로 꼽히는 존 챔버스 시스코 전 CEO는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고 말하며 조직적 민첩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광고회사 WPP, 덴츠도 이러한 조직적 민첩성의 중요성을 인지, 디지털 분야를 담당하는 독립된 홀딩 컴퍼니를 설립하여 급변하는 디지털 시장에 집중하여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둘째, B-Borderless다. 광고 시장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기존의 전통적 광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섬에 따라 전통 광고 시장 공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글로벌로, 광고 외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전반에 ‘Spirit of Change’ 생성을 통해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C-Connected이다. 열린 사고로 세상과 연결해야 한다. 광고회사 내부의 Silo부터 없어져야 한다. 부서 간 기능 간 연결부터 시급하다. 이를 출발점으로 해서 더 이상 기업 혼자만의 역량이 아닌 소비자, 내-외부 파트너, 사회적 가치와 연결을 통해 소비자 및 고객사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실례로 컨설팅 기반의 디지털 광고 대행사들이 기존의 광고 대행사 대비 짧은 기간에 급격히 성장하여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협업’에 있다. Deloitte Digital은 기존에 보유하지 못한 Tech 역량과 Design 역량을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기간에 확보했고 그로 인해 글로벌 2위 디지털 대행사로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최근 오라클, 닐슨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비자 및 고객사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D-Data이다.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사고와 실행이다. 초복잡성 시대에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광고회사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데이터 분석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고객사 브랜드 위상 관리, 캠페인 효과 측정 등의 진화된 서비스를 광고주에 제공해야 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앞뒤가 분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좌충우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일수록 혁신의 지향점을 마음에 품고 앞으로 전진해가야 목표점에 이를 수 있다. Agile, Borderless, Connected, Data! 혁신의 목표점에 이르게 할 방향타는 이 ABCD에 있음을 항상 유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