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polongo Children, 114.3×86.36㎝ Oil on canvas, 2007.

‘그 시절이나 상황’ 등의 특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미술작업 방법에 인물화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는 사물을 잘 관찰하고 선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사진처럼 정확히 기록된 것과 ‘살아있는’ 이미지는 차이가 있고 소재의 외면과 내면 모두를 비추어 발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물화는 행복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아빠가 귀가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벽에 걸린 내 아이들의 그림에서 휴식과 위안을 얻고, 아내가 자상하면서도 위엄이 풍기는 남편의 인물화에서 애정의 깊은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인물화의 힘이다. 서정인 화백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평범한 소재를 고상함으로 화폭에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물 그리고 독특한 아우라

 

 

Mr. Marvin Hopkins, 81.28×76.2㎝ Oil on canvas, 1998.

△‘The Capolongo Children’은 꾸밈없고 즉흥적인 어린이들의 특성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뉴욕 시 북부외곽 Bedford Hills 대저택에 살고 있으며 부모 카폴롱고(Capolongo)박사는 의사로서 바쁜 생활을 한다. 큰 딸이 여덟 살, 아래 두 아이는 쌍둥이로 다섯 살이다.

큰 딸이 다니는 사립학교 자선경매에서, 서 화백의 그림을 선택했고 의견을 존중한 부모의 배려로 인연이 됐다. 앤티크(antique)하며 클래식한 분위기로 야외가 밝음에도 배경을 어둡게 함으로써 인물을 더 두드러지게 했는데 영국의 초상화가 토마스 로렌스(Thomas Lawrence)의 영향을 받았다.

 

 

 

 

The Invitation, 53×45.5cm Oil on canvas, 1994.

구도는 큰 아이를 중심으로 V자를 형성해 통일감과 친밀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들이 다른 포즈와 방향을 향하는 것은 각자의 개성과 자유로움을 존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부모의 조국 이탈리아 터스카니(Tuscany) 지방의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해 관련성을 부여한 이 작품은 마치 명화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Mr. Marvin Hopkins’ 작품의 주인공 마빈 홉킨스씨는 미국 ‘Hunter-Douglas North America’ 기업의 CEO이다. 어릴 적 농장에서 자란 그에게는 무척 아끼던 말이 있었고 광활한 대지를 이동하고 가축을 몰던 유년의 추억은 성공의 밑거름이었는데 이를 잘 아는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해 주고 싶었던 것.

이 그림에서는 하나의 드라마(drama)를 볼 수 있는데 바로 구름이다. 단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걸맞게 넓은 붓 터치(brush stroke)로 비즈니스맨의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표현했다.

△‘초대(The Invitation)’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성다움이 나타나고 있다. 사선(斜線)의 구도를 사용함으로써 정체된 느낌을 탈피하려 했다. 가장 단순한 붓의 사용으로 실내의 공간감과 테이블의 금속, 유리, 도자기 등의 질감을 표현하고 옷 무늬 율동감을 드러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나타내고 있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