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스테이트 황금동 견본주택(출처=현대건설)

지난 8월 대구광역시 수성구 황금동에서 문을 연 ‘힐스테이트 황금동’ 모델하우스 현장. 견본주택 오픈 첫날에만 8000명, 주말까지 3일간 총 3만4000명이 방문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모델하우스 마감 시간이 저녁 6시임에도 입장을 하지 못한 방문객들이 발생해 1시간씩 연장 운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초까지 수도권과 비교해 비교적 잠잠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방 분양시장이 올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중 분양권 거래가 절반을 넘게 차지할 정도로 투자 수요가 꿈틀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지방 분양시장의 열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공급 과잉과 단기 투자 유입에 따른 과도한 거품 형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분양, 분양시장 활황 이끌어

최근 1년간 전국 주택시장에서 청약 경쟁률 상위 10위권을 부산·대구를 비롯한 지방 대도시가 모두 차지하는 등 지방의 분양 열기가 뜨겁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전국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부산시 청약 경쟁률은 평균 64.23 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대구광역시(52.06 대 1) ▲광주광역시(29.83 대 1) ▲울산광역시(23.8 대 1), 세종특별시(13.26 대 1) 순으로 나타나 지방 분양시장의 활황세를 입증했다.

특히 8월 현대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평균 경쟁률 6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4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서 분양한 포스코건설의 ‘광안 더샵’은 평균 경쟁률 379대 1을 기록했으며 6월에 공급된 GS건설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자이 2차’는 36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이 지난 9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구역에서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더 퍼스트’ 역시 1순위 청약결과 총 46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4537명이 몰리면서 평균 73.9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경남 지역 분양시장 역시 뜨겁다는 것을 증명했다.

호남지역도 다르지 않았다. 8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서 분양한 EG건설의 ‘빛가람도시 나주 EG the1’은 1순위 최고 45.6:1로 순위 내 모든 평형이 마감됐다. 같은 달 광주 동구동에서 분양한 ‘산수동 이스토리’ 84㎡ A형도 320명이 몰리며 11.85대 1로 1순위 마감을 이끌었다.

이처럼 지방 분양시장에 청약 광풍이 불면서 분양권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 건수는 총 3만4871건으로, 경북이 4409건, 부산이 3455건, 대구가 3214건, 경남이 2805건을 기록했다. 전체 분양권 거래의 40%가량이 영남권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부산과 경남, 대구, 경북의 경우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차지하는 분양권 거래 비중은 31~55%로 조사돼,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보다 분양권 매매 차익을 노리고 청약을 신청하는 사람이 전체 청약자의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청약 쏠림 현상이 가중되며 일부 지역에서만 활기를 보이는 수도권 아파트 시장과 달리 올 분양시장은 지방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최근 지방 혁신도시 등에는 공공기관 이전을 하고 복선전철을 연결하는 등의 개발 호재가 따르고 있어 지방의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 분양시장 열풍 왜?

지난해부터 달궈지기 시작한 지방 분양시장이 올 들어 더욱 뜨겁게 유지되는 이유는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까지 합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1순위 요건이 가입기간 6개월이라 1순위 자격도 얻기 쉽고, 한번 당첨되면 일정 기간 동안 청약을 제한하는 재당첨 금지 규정도 없다. 게다가 전매 제한까지 없어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을 팔 수 있다. 때문에 단기 투자 수요가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은 “전매 제한이 없는 지방에서는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부동산시장이 호황인 데다 이를 노린 외부 투자수요가 몰려 청약 경쟁이 과열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도 “주택청약 1순위 조건이 완화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가수요자도 적지 않다”며 “특히 좋은 입지나 역세권에 브랜드 대단지가 들어서니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분양 ‘열풍’ 이달에도 계속… ‘2만여가구‘ 쏟아져

지방 분양시장의 열기가 지속되면서 이달에도 지방에 신규 아파트가 대거 쏟아질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지방에서 분양 예정인 단지는 총 2만 1342가구(임대 제외)다. 지역별로는 충청도가 8020가구로 가장 많고 ▲전라 4911가구 ▲강원 4168가구 ▲경상 1755가구를 비롯해 지방 5대 광역시인 ▲부산 1968가구 ▲울산 520가구가 예정돼 있다. 특히 경남 거제와 충북혁신도시, 강원도 춘천, 동해, 원주, 그리고 전주 및 경북 경산 등 지방 분양시장의 상승세를 넘겨받을 유망 단지들이 대거 분포돼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특정 지역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지역 수요자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앞으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지방 분양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우려’ 존재

이처럼 지방 분양시장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공급 과잉과 거품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공급 물량에 분양가격도 오르면서 자칫 단기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거품 분양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분양 우려도 도사리고 있다. 최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임대·분양전환임대 제외) 66곳 중 18곳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택형만 미달된 단지까지 합치면 21곳에 달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방 분양시장은 누적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며, “현재 신규 분양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현재의 과열이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키는 부메랑이 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이 과열된 상태에서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면 막상 입주 시기엔 거품이 빠지면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실수요자 입장이라면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청약 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