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올해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재입찰을 앞두고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 사업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해 주목된다.

두 주인공은 하반기 면세점 지키기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규 진출로 출사표를 던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다.

12일 신 회장은 ‘상생 2020’ 비전을 선포, 면세업계 최대 규모로 향후 5년간 1500억원 사회공헌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은 면세점 사업의 이익 대비 사회 환원 비율을 기존 계획인 5%대에서 10~20%까지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저녁 면세점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동현수 사장이 오후 7시 두산타워에서 면세점 사업 관련 향후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그룹 오너들이 면세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공식적으로 전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2일 오전 오는 12월 운영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롯데면세점(소공점·잠실 월드타워점) 수성을 위해 직접 나섰다. 신 회장은 1인천 운서동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롯데면세점의 ‘상생 2020’ 비전을 직접 선포했다. 상생 2020은 △중소 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를 통해 2020년까지 13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 29조원의 외화수입과 19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중소 파트너사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면적 확대, 인큐베이팅관 도입,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총 1500억원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중소상인들이 롯데면세점 생태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상생 프로그램을 다수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동반성장펀드가 있다. 총 200억원 규모로 조성될 동반성장펀드는 롯데면세점 우수 파트너사들의 성장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된다.

신 회장은 면세점 내 중소브랜드 매장도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중소기업 매장 면적은 각각 1505㎡, 1318㎡이지만 내년 12월까지 각각 2배 정도 확장한 2805㎡와 2975㎡로 넓혀 유통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들의 성장을 돕기로 했다.

박용만 회장의 역시 면세 사업에 대한 오너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모양새다. 박 회장은 사회환원 비율을 면세점 이익의 10% 수준으로 정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특허를 잃은 사업장에서 나오게 되는 인력을 최대한 흡수해 면세사업부 직원 전원 정규직화, 소외·취약 계층 10% 이상 채용, 청년 고용비율을 46%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두산은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두산타워를 시내면세점 입지로 결정한 상태다. 서울 중구 장춘단로 두타(두산타워) 빌딩 내 약 9개 층에 17,000㎡(4200평)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차릴 예정이다. 특히 두산은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위해 국산품 매장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전체 매장의 40%로 채우고, 이 비율을 5년 뒤에는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한 ‘K-스타일’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날 그룹의 오너가 면세점 관련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롯데의 ‘지키기’와 두산의 ‘빼앗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면서 “반면 이번 입찰에 참여한 SK, 신세계그룹의 오너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인데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