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나사(NASA)의 계획에 의하면 인류가 화성에 착륙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려면 앞으로 적어도 20여년은 더 지나야만 한다. 영화 <마션(화성인)>은 2030년대 화성탐사대가 겪는 일을 흥미롭게 엮은 영화다. 항상 그렇듯이 우주탐험 영화가 등장하면 기술적인 흠을 들추게 된다. 물론 공상과학영화들은 세밀한 과학적 공증을 거쳐서 제작하지만,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할 수 없이 억지 영상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2013년에 개봉했던 <그래비티>에서는 우주유영하는 장면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벌어지는 현실과는 많이 다르게 표현됐다는 점이 지적됐고, 2014년에 개봉된 <인터스텔라>에서는 벽면의 서가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블랙홀로 연결된다는 황당한 설정이 있었다.

<마션>에서도 영화 도입부에 모래폭풍이 몰아쳐 사람 등이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기압이 지구의 0.6% 내외인 화성에서는 폭풍이라 해도 워낙 약하므로 절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화성에 거주 기지를 건설하러 와 있던 ‘에이레스-3(Ares-3)’ 탐험대가 화성의 모래폭풍에 타고 온 우주선(船)이 파손될까봐 화성을 탈출한다는 이야기가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화성에서의 모래폭풍이 그렇게 위협적이라면 기술적으로 미리 대비했어야 했고, 실제로는 화성 표면의 기압이 지구에 비해 아주 희박한, 거의 진공 상태나 마찬가지이므로 풍압을 느낄만한 폭풍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션>에서는 미래에 우주탐험 시에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기술적 과제들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우주탐사선은 우주정거장에서 조립한다

제일 먼저 흥미로운 점은 우주탐사선을 사전에 우주궤도에서 조립한 모함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주여행은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船)을 타고 직접 목적지까지 항해하기 때문에 우주발사체가 매우 복잡하고 무거워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마션>에 등장하는 모선 ‘헤르메스’(Hermes)는 마치 국제우주정거장처럼 매우 복잡한 구조의 우주탐사선이지만, 지구에서 제작해서 출발한 탐험선이 아니고 우주정거장에서 조립한 우주탐험선이다. 우주탐험 임무가 없는 공백기에는 저궤도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 같은 곳에 정박해 두고 있다가, 우주 탐사 임무가 있을 때만 우주비행사들이 왕복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 먼저 간 다음에 우주탐사선에 옮겨 타고 우주로 나간다는 설명이다.

우주탐사선이 지구 궤도로부터 화성 궤도까지 반복해서 운항하려면 우주탐사선의 추진 엔진이 중요하다. 통상 우주선(船)을 중력권 밖으로 내보내려면 화학연료 같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을 이동하는 경우에는 화학 로켓처럼 연료가 빠르게 소모되어 버리는 것보다 장시간 동안 추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온 엔진이 유리하다.

이온 엔진은 제논(Xenon), 크립톤(Krypton), 아르곤(Argon) 등의 추진제를 플라스마로 만들어 전기적 특성을 띠게 한 후, 이를 정전기 혹은 전자기 방식으로 가속시켜 방출함으로써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추진력을 얻는 전기 추진 방식의 일종이다. 이온 엔진 앞쪽에는 소형 플루토늄 원자력발전기가 있어, 여기서 전기를 생산해서 추진체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한다. ‘헤르메스’ 동체에는 많은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하고 있는데 이는 선내 공조시설 용도로 사용할 뿐 우주탐사선 추진에너지와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여행거리는 2억2530만킬로미터로, <마션>에서는 200일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6~8개월이 걸린다. 이온 엔진의 추진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화성까지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나아가 기술적으로는 태양계의 끝까지 인간을 보낼 수도 있다. 나사는 획기적인 제논 추진체를 개발해서 약 5년 반 동안 연속해서 엔진을 가동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온 엔진의 처음 추진 속도는 화학 로켓에 비해 크게 밀리지만 나중에는 수십~수백 배 빨라지게 된다. 우주 공간에서는 공기 저항 등으로 운동에너지를 상실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추진력이 더해질수록 빨라지기 때문이다.

화성의 거주 조건은 지구와 전혀 다르다

<마션> 속 ‘에이레스-3’ 탐험대의 임무는 화성에 사람이 거주할 기지를 건설하는 일이다. 화성에서는 산소 결핍, 고준위방사선, 먼지폭풍, 영하 100여도까지 떨어지는 기온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기지가 필요하다.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표면에서 38㎞ 상공에서의 공기밀도와 유사하니 거의 진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우주복이 조금이라도 찢어지고 샌다면 1분 내에 바로 인체가 부풀고 체내 수분이 바로 증발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중력은 지구의 0.38배이므로 지구에서의 움직임보다 2.63배 정도 몸놀림이 가벼워야 한다. 평균 기온은 섭씨 영하 63도인데 극지방에서는 겨울에 영하 125도까지도 내려간다. 여름에 적도에서의 온도가 20도 정도다. 평소에도 밤에는 영하 75도 정도로 내려간다. 당연히 밤에는 서리가 얼고 아침이 되면 공기가 덥혀지며, 서리가 증기가 되면서 습도가 100%에 달한다고 한다.

화성도 지축이 경사로 되어 있어서 지구처럼 사계절이 있다. 겨울에는 극지방에 이산화탄소 얼음이 뒤덮고 있고 여름에는 한꺼번에 녹아내린다. 이산화탄소 얼음 층 아래 물이 약간 있을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판단이다. 화성의 대기는 인간에게는 독가스나 마찬가지다. 95%가 이산화탄소이고 산소량은 0.13%에 불과하다. 대기밀도가 거의 진공 상태와 비슷하므로 태양에너지가 대기 중에 저장되지 않는다. 태양이 뜨면 바로 뜨겁고 태양이 지면 바로 얼어버린다. 기압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섭씨 10도만 되어도 인체 수분이 증발한다고 한다.

<마션>에서는 화성의 거주 기지를 만들기 위해서 기지 안의 기압을 1기압이 되도록 압력을 높이고, 화성의 공기를 모아서 사람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산소분위기를 공급하는 장치를 기지에 설치했다. 6명의 우주비행사들이 한 달 동안 머물 수 있는 거주 기지를 건설했는데, 화성에 낙오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1년 반 동안 화성기지에서 생존해야 했으며, 그동안 기지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화성에는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태양풍 입자나 우주 선(線)이 화성 표면에 쏟아져 내리므로 모든 생물체의 DNA가 파괴되기 쉽다. 태양풍이 화성의 거주 기지에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마크 와트니는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우주 선(線)이 내리쬐면 전자제품들은 모두 꺼지고 우주비행사들은 과도하게 방사선에 노출되므로 생명이 위험하다. <마션>에서는 거주 기지와 우주복이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방어할 수 있을 만큼 특수 재질로 제작된 데다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가정한 것이지 실제로는 간단하지 않다. NASA에서는 현재 탄소와 붕소, 질소로 구성된 수소화합 나노튜브(Hydrogenated BNNT)를 방사선 차단 후보 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이 나노튜브는 높은 열에도 견디는 특징이 있는데, 나노튜브 사이의 빈 공간에는 수소와 붕소를 넣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차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완벽한 우주복이 없다면 우주 선(線)이나 외부 온도로 인해 사람이 바로 사망한다고 봐야 한다. NASA는 나노튜브라는 물리적 차단막 외에 ‘포스필드’(Force Fields)라 불리는 인공 자기장을 연구하고 있다. 지구 둘레에 있는 자기장처럼 우주선(船) 주위에 인공적으로 전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면 우주방사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생명이 안전한 장기간의 우주여행 방법은 아직 없다

거주 기지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는 300일 동안 견딜 수 있는 식량 등 물자를 확보했지만, 다음 구조대가 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 <마션>의 설정이다. 그가 거주하는 공간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공급되지만 식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화성에서 감자 재배를 시도한다. 감자는 단위 면적당 생산할 수 있는 칼로리가 가장 높은 작물이다. 보유한 식량에서 감자 씨를 구한 뒤 화성의 흙에 인분가루를 뿌려서 거름을 주고, 물은 대기 중에서 뽑아낸 산소와 땅에서 뽑아낸 수소를 결합해 만들어냈다. 우주에서 식물 재배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깨닫게 해준다.

NA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 매니저 짐 에릭슨은 “<마션>은 인간이 화성에 가는 것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님을 알려주며 이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 실제 과학을 담고 있다”고 호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공상과학소설을 현실과 혼동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우주비행사들이 장기간 지구를 떠나 있어도 생명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왜 목숨을 걸고 화성에 직접 가서 실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