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십 수주 세계 최고… 해양 플랜트 기술 업계 최초 국제규격 인증도

삼성중공업은 주력사업인 조선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았다. 다른 중공업그룹이 비조선분야의 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주력사업의 기술력을 특화시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기술을 만들겠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징완 부회장이 취임했던 2001년부터 고부가가치 중심 사업분야를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왔다. 이후 2009년 대표로 취임한 노인석 사장이 작은 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 단계란 평가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삼성중공업의 201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 539억원, 9972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888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초 계획했던 연간 수주 목표인 80억달러(한화 8조7000억원)를 21% 초과 달성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올해는 수주 목표를 115억달러(한화 12조5000억원)로 잡고 5월 말 기준 85억달러(9조2000억원)를 수주했다. 상반기 중 목표치의 74%를 달성한 셈. 드릴십 7척, LNG선 8척, 컨테이너선 13척, FPSO 1척 등 31척을 수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주 물량은 대부분 고부가가치선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강점으론 고부가가치선 제조 기술의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고유가와 동일본 강진 여파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소 수요가 늘면서 LNG를 실어 나르는 LNG선을 올해 최초로 수주한 곳이 삼성중공업이다. 영국 해운사인 ‘골라 LNG 에너지(Golar LNG Energy)’ 로부터 LNG선 6척과 다른 선주로부터도 2척을 수주했다.

LNG-FPSO


극지용 드립십·쇄빙선 새 영역 개척

드릴십 분야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드릴십은 유전 시추장비를 탑재한 선박을 말한다. 석유자원 고갈에 따라 해양에 있는 석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각광을 받게 됐다.

육상 유전만으로 충분했던 과거에 드릴십은 조선분야에서 비주류 분야에 불과했다. “육상 석유가 고갈되면 해양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해야 할 시대가 분명 온다.” 삼성중공업은 이점에 주목한 듯 하다.

조선업의 호황기를 맞았던 2003년에도 컨테이너선보다 고부가가치선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성공의 정도는 수치로 보면 이해가 쉽다.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70척 가운데 39척을 수주, 세계 시장점유율 56%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 세계에서 발주된 17척 가운데 7척을 수주했다.

유전 개발 지역이 대륙붕에서 심해로 옮겨가고 극지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드릴십 기술을 발전시킨 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극지용 드릴십은 얼음 덩어리들이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을 가능케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5년 러시아 최대의 국영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사로부터 7만t급 ‘극지운항용 전후방향 쇄빙유조선’ 3척을 수주하며 조선업계 최초로 쇄빙유조선 사업에 진출, 2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쇄빙유조선 건조라는 블루오션시장을 개척한 결과 극지 유전개발에 따른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향후 예상되는 쇄빙LNG선과 쇄빙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LNG-FPSO는 시장점유율 100%를 자랑한다. 해상에서 천연가스의 생산, 정제, 액화 및 저장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설비로 전 세계 2400여 곳에 달하는 매장량 1억t 이하의 중소 규모 해양가스전뿐만 아니라 대형 가스전에도 투입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세계 최초로 LNG-FPSO를 수주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FPSO 6척을 모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의 미래를 저탄소 배출에서 찾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녹색기술을 확보하는 기업이 향후 조선ㆍ해운업계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 감축한 친환경 선박 개발에 돌입했다. 세계 조선업계에서 친환경 제품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녹색경영을 선포한 것은 삼성중공업이 최초다.

드릴십


저탄소 배출기술에 역량 총동원

선박 제작부터 운항, 폐기에 이르는 선박 생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통해 친환경 제품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11만5000t급 유조선이 건조돼 25년간 운항하고 폐기되는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총량은 약 117만t. 이중 98%가 운항 단계에서 배출된다.

운항 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는 기술 개발이 삼성중공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까지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 개발에 약 5000억원을 투입, 관련 특허 약 1000건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 한국위원회로부터 탄소경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란 전 세계 534개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분석하고 기후 변화가 기업의 미래가치에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상장회사의 탄소 배출 관련 데이터와 전략을 수집, 연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저탄소 선박 개발 개봉박두

삼성중공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저탄소 선박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각종 친환경 기술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나무 1200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 규모. 1년에 60척을 건조하는 삼성중공업은 매년 ‘7억2천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