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세계 1위 조선사… 에너지·건설장비 사업 강화 새로운 금맥 캐기

현대중공업은 불황을 모르는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도 가뿐히 넘겼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201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 4000억원, 3조 7000억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선 세계 1위 조선사로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매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전체 매출액 중 조선분야의 매출액은 7조849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4조5560억원은 비조선분야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6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8∼2009년 닥쳤던 글로벌 금융 위기를 가뿐히 넘긴 것도 이 때문. 2002년부터 시작된 조선업의 호황기를 맞아 꾸준하게 신규사업 투자에 나선 결과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회사인 동시에 엔진, 해양, 플랜트,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7개의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를 넘어 세계 1등 종합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현대중공업 충북 음성 태양광 공장 전지 생산라인에서 근로자가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핵심기술 개발 R&D 인력 확충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초 임직원에게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고객 성향의 변화를 전망,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사장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태양광사업과 풍력사업을 전담하는 그린에너지사업본부가 신설됐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10년 전부터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즉시 실행이 가능했다.

세계 각국에 관련 생산 공장의 증설도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 될 예정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연간 생산 규모 1만4천MVA의 미국 앨라배마 주 중대형 변압기 공장 완공이 사업 확대의 신호탄이다.

단일 세계 최대인 울산 변압기 공장과 유럽의 불가리아 공장, 북미 앨라배마 공장 등 글로벌 변압기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장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휠 로더 공장도 설립된다.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졌다. 중국 산둥성에 연간 8000대 생산 규모의 휠 로더 공장을 건설, 향후 5년 내 연간 1만대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변화의 중심엔 기술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1983년 산업기술연구소를 시작으로 선박해양, 기계전기, 테크노디자인연구소 등 4개의 국내 연구소와 헝가리에 기술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4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상하이에 ‘현대중공업 글로벌 기술연구(R&D)센터’를 설립했다. 글로벌 기술연구센터는 매년 급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사례로 꼽힌다.

건설장비, 중전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형 혁신기술 개발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스마트그리드, 해상풍력, 로봇 등 미래 글로벌 전략상품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2012년까지 120명으로 연구인력을 늘리고, 2013년까지 5개 연구실에 연구인력을 7배 가까이 늘린 200여 명으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대중공업의 연구 전문인력은 1000여 명을 넘어서게 된다.

현대중공업만의 장점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조기에 발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하는 신성장동력 분야를 현대중공업이 먼저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최소 10년 이상 준비를 했고,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1997년부터 사업성 연구를 시작, 2005년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진출 1년 만인 2006년, 국내 최초로 스페인 태양광 발전단지에 에 6000만달러 규모의 자체 브랜드 태양광 발전설비 수출이란 쾌거도 이뤘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KCC와 공동 설립한 KAM에서 연간 3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품 생산,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모듈·발전시스템까지 국내 유일하게 태양광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풍력 사업은 1998년부터 이뤄졌다. 풍력 발전용 발전기와 변압기, 전력변환장치의 자체 상품을 개발해 해외 업체에 납품을 했다. 2009년 9월에는 미국 웨이브 윈드(WAVE WIND)사와 1.65MW 풍력발전기 6기 수출 계약을 체결,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을 시작으로 사업 영역을 점자 확대 하는 중이다.

꾸준한 에너지 투자 성과 가시화

지난해 4월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시(威海市)에서 웨이하이시 인민정부 및 다탕산둥발전(大唐山東)유한회사와 풍력발전설비 합자사 설립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합자사는 현대중공업과 다탕산둥발전이 각각 80대 20의 비율로 중국 산둥성 동북부에 위치한 웨이하이시에 총 23만㎡(7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2MW급 풍력발전기용 터빈을 연간 최대 300대, 600MW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풍력사업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11월 강원도 태백에서 ‘태백풍력발전단지’ 착공식을 갖고, 남부발전, 효성, 삼협건설 등 3사와 태백풍력발전주식회사를 공동 설립, 태백지역에 국산 풍력발전기 10기(20㎿)를 설치 중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 확대를 위해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해 전담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그린에너지 시장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고, 관련 사업을 더욱 전문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과 전북 군산에 각각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풍력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에서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음성의 태양광 공장은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현재 연간 생산 규모가 600MW로 국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충북 오창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박막태양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 산둥성에 세워지는 연산 600MW 규모의 풍력 공장도 2011년 상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전라북도 정읍과 남원시 등 8개 시군에 국산 풍력산업 육성을 위한 200MW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풍력 발전기 200기 설치를 완료할 경우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최강의 조선분야 경쟁력 보유 세계 최초 ‘스마트십’ 건조 결실

현대중공업의 주력사업은 조선이다. 1972년 설립이후 여전히 그렇다. 조선 관련 기술력은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31개의 세계 일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일류 상품이란 세계 점유율 5% 이상이면서 5위 이내의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상품을 뜻한다.

국내 기업 중 10개 이상 세계 일류 상품을 보유한 기업은 3곳 뿐. 현대중공업은 2, 3위 기업의 세계 일류 상품 개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특히 31개 제품 중 선박 및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 선박용 대형엔진, 이동식 발전설비 등 15개 제품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원격 제어·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십’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