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인공지능(AI)의 영향 아래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에 근접하지 못했어도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이 삽입된 자동화 시스템은 포괄적으로 AI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미 일자리를 바꾸고 있다. 숙련도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자동화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 전파되는 AI의 수준이 기껏해야 곤충의 두뇌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기초적인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만약 AI의 수준이 동물을 넘어서 유인원 정도에 이른다면 인간이 안심하고 도맡아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AI가 생산성을 높여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시장의 거래가 왕성하고 구매력이 높아지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AI는 경제성장의 불씨가 되려면 AI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고,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보다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만 한다. 즉 기존 일자리의 업무를 고급스럽게 만들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이다. AI가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의미는 기존 일자리가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한 차원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더욱 더 어려워지므로, 시장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전자일꾼 전성시대, 당신 머리 노린다

경제성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한 자동화는 멈출 수 없다. 자동화가 가능한 모든 업무는 머지않아 전자일꾼으로 바뀐다고 본다. 어떤 일이 자동화되기 힘든가? 엄밀한 의미에서 자동화되기 힘든 일은 거의 없다. 그 경계선의 판단은 ‘과연 이 일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면 품질이 형편없어지는가?’라고 스스로 물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절대로 사람이 아니라면 해결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 자동화 순번이 뒤로 밀린다고 본다.

지난 산업혁명 때는 힘쓰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수준에서 멈췄지만, 이제는 기계가 머리 쓰는 일에까지 침투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는 업무는 모두 자동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효율성이 자동화를 부추기는 요소다. 사회적으로 보수가 높은 직업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화는 중산층의 일자리를 먼저 없애게 된다. 로봇이나 AI가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단순한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본다. 기능장이나 공장노동자, 법률가, 회계사 등 상당히 복잡한 업무도 모두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에 해당된다. 서비스 업무라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교대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일들은 저임금 일자리로 전락하게 된다. 반면에 임무교대가 불가능하거나 업무 매뉴얼이 없는 일은 자동화되기 어렵다고 본다.

 

걱정스런 관점이라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지금까지 자동화 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블루칼라 종업원들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종업원들의 일자리도 잠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고도로 숙련된 인력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버텨내겠지만 숙련도가 낮은 인력은 쉽게 일자리를 잃고, 다시 고용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더욱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미래의 일자리를 대비할 만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정치나 경제적인 담론도 이에 대처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분업화에 적절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조립라인에 노동자, 법률가, 회계사, 판매원, 관리자들이 일렬로 서 있는 형국이다. 현재의 교육은 암기 위주이고 숙달해야 할 기본 지식들을 배우는 과정으로 짜여 있다. 각 훈련과정은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다.

AI의 허점을 파고들어 인간의 권위를 세워라

미래시대에는 모든 지식을 스마트기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왓슨 같은 AI에 질문을 던지면 핵심을 분석해서 나온 답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구시대의 일 처리 능력을 가르쳐주고 있다. 21세기의 문제는 컴퓨터가 너무도 말끔하게 처리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데에 있다. AI를 활용하면 누구나 공통의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차별화된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21세기형 인재가 되려면 시스템에 숨겨진 문제를 발굴해내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비판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터득되는 것이 아니고 토론과 깊은 사고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AI가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인력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컴퓨터 AI가 못해낼 일도 없겠지만 반대로 AI가 해낸 일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컴퓨터의 능력을 미화하지만 사실 컴퓨터란 썩 똑똑한 존재는 아니다. 컴퓨터란 논리회로가 필요한 거대한 계산기일 뿐이다. 이 논리조차도 사람이 주입한 것이다. 지능형 기계가 사람보다 계산을 잘해낸다고 해서 사람보다 창의적이거나 판단력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계가 스스로 법칙을 정하는 주체가 될 수는 없고 인간이 정해준 기준과 법칙에 따라서 작동하는 종속체일 뿐이다.

AI가 인간의 두뇌보다 월등히 우수한 장기는 빅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의미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두뇌능력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물론 컴퓨터가 발굴해낸 새로운 의미의 가치는 사람이 판단한다. 그래서 통찰력, 창의력, 직관력, 의미부여, 이야기 전개, 개념의 종합, 예술적 감각, 소통 등은 모두가 인간의 사고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개념이다. 컴퓨터는 주체가 아니므로 이런 개념들을 결정할 수 없다.

컴퓨터가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등 예술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계의 예술 활동이 대중을 감동시킬 만큼 예술성이 높아서 어떤 상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주체적으로 새로운 이론이나 개념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평범한 지식 소유자라도 좋은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줄 알면 손쉽게 숙련된 기능과 제법 지식 높은 판단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차별화된 실력을 갖추려면 전혀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사고력, 변화를 감지하고 받아들이는 유연성, 남들이 깜짝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내밀 수 있는 창의성, 그리고 남들의 마음을 공유하는 사교성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최고의 권위는 남다른 사고력에서 나오며, 시스템이 제공하는 AI의 허점을 파고들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내는 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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