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카드사들의 숙원이었던 ‘부수업무 개방’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넘었음에도 신사업 진출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핀테크를 적용해 ‘플라스틱카드 없는 모바일카드’를 내놨지만 ‘삼성페이’의 인기에 고전하고 있는데다 여행, 도서 등의 부수업무에선 영세사업자들의 반발이 큰 상황.

특히 각 카드사마다 참신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도 후발주자의 유사상품 출시 우려로  인해 서로 '눈치작전'을 펼치면서 신사업 기획은 점차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모바일카드 ‘삼성페이’ 출시로 흥행저조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신사업 진출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카드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지난 5월 금융당국의 카드사 부수업무 허용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범금융권 대토론회를 통해 카드사 신사업 진출에 관한 규제를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지티브 방식은 법률 조항에 적시돼 있는 것들을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나 금지가 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원칙을 말한다. 반면 네거티브는 제한하는 규정과 사항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자유화하는 원칙을 말한다.

카드사들은 네거티브 전환을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54개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실제 관련업계에서는 기존 카드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신사업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 상반기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의 당기순이익은 9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20억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역시 8887억원의 순익을 내는 데 그치며 전년 동기대비 0.9%(77억원)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카드사 실적이 사실상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전업계 카드사의 1인당 생산성은 총 1억4100만원으로 전년대비 2.8% 감소했다. 1인당 생산성은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을 전체 임직원 수로 나눈 평균치로 순수 영업만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근거로 계산한다.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신사업 진출은 부진한 상황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플라스틱 카드 없는 ‘모바일카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출시로 인해 흥행성적은 다소 저조한 실정이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카드 결제기로 암호화된 결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삼성페이는 기존 카드 결제기가 설치된 전 세계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갖다대기만 하면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 8월20일 출시된 이후 1개월 만에 가입자 수 60만명, 누적 결제금액 35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물없는 모바일카드의 경우 성적이 저조해 관련 집계조차 제대로 나와있지 않은 실정이다. 관련 상품을 출시한 카드사들을 상대로 문의해본 결과 “가입자가 너무 저조해서 관련 통계를 밝히기 힘든 상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카드사들이 내놓은 ‘실물없는 모바일카드’는 삼성페이처럼 카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면 결제가 가능하지만, 어플리케이션을 따로 설치해야 하고 해당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하나카드의 경우 관련상품 ‘모비원’ 발급 수가 1만1000여건을 넘기면서 모바일카드 가입자 확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이 부수업무로 기획하고 있는 도서, 여행업 등은 영세한 업체 위주로 구성돼 있어 진출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인 카드사가 ‘골목상권 진출’을 통해 영세상인 죽이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부수업무로 기획할 수 있는 시장들은 다른 대형업체가 선점하고 있거나 영세한 개인사업자 위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자의 경우 처음부터 다시 경쟁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고 후자는 대기업의 횡포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간 '눈치 작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기한이 너무 짧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도 이내 후발주자들이 유사상품을 쏟아낼 개연성이 높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창의적인 신상품을 개발한 금융사의 선발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타사가 유사상품을 일정기간동안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배타적 사용권은 3개월 가량 인정된다. 결국 신상품 출시를 미룰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사업의 경우 먼저 시작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데 사업진출 선언을 해버리면 시장 선점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서로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쉽사리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LED‧서점‧이동통신 판매…창의성 발휘 확대

카드사들은 아직까지 시장타당성 검토와 각종 사업에 대한 법률적 문제 등이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사업이니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성과를 재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사업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딱 무엇을 진행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시장사업성을 조사해보고 준비하는 과정이며, 나름대로 영업적 측면에서 준비할 것들이 많아 쉽게 (신사업을) 확정짓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 힘든 상태”라며 “타당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부분에 있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삼성카드는 최근 아파트 LED 조명 교체 관련 신사업에 진출했다. 이번 사업은 아파트단지에서 LED 설치를 카드로 결제하고 전기절감분으로 LED 설치 대금을 카드사에 분할·상환하는 신개념 금융사업이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경영’ 콘셉트에 걸맞는 서점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현대카드는 뮤직 라이브러리(음악), 트래블 라이브러리(여행) 등 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도서관을 개관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동통신 대리점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리점 시범 운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카드사의 새로운 시장은 해외진출과 부수업무 확장 뿐”이라며 “사업성 검토와 준비를 통해 완벽히 준비한 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모바일카드를 비롯해 여러가지 핀테크 관련 신사업을 많이 추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 하려고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