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은 내용과 방식의 문제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내용보다 방식을 먼저 생각해 보면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교육방식이 학교 교육방식보다 지식을 전달하고 배우는 효과 면에선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많다. 학교는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다니는 곳이고 실제로 학습은 온라인 과외 시스템이나 학원 시스템을 선호하는 추세다. 학원 교육을 차단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을 쉽게 바꿀수록 변별력은 떨어지고, 이에 불안해진 학부모는 더욱 더 특수교육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젠 학교만 다녀도 최고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졌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는 지금 온라인교육을 통해 새로운 학문을 습득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버드대학과 MIT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edX의 CEO인 아난 아가왈(Anant Agawal)은 교육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 교육과정(MOOCs)은 기술을 통해 교육의 질적, 양적, 그리고 접근성 등 모든 측면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면 진도가 더 나가지 않는다

온라인 교육에서는 어려운 내용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칸(Kahn) 아카데미는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 화학, 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 금융, 역사, 예술에 이르기까지 4000여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서 예술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과목을 선택하면, 맨 처음에 디즈니 만화영화의 배경화면에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들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는지 가르쳐 준다. 풀줄기의 굽어진 곡선 모양을 포물선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데 세 점을 움직여서 베지에 곡선(Bézier curve)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단지 10여분 동안의 강의만으로 실감나는 만화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수학적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준다. 그리고 직접 들풀을 그려보는 연습도 할 수 있다. 수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수학을 익히는 방법이 어려웠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온라인 교육은 쉬운 언어로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학문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신천지다. 칸 아카데미의 특징은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알 때까지 배우게 해준다는 점이다. 과정을 통과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일단 과목을 통과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이 같아진다.

학생들의 학습 속도가 모두 같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교실 교육은 옥수수 알맹이처럼 줄맞춰 앉아서 교단에 선 선생님의 강의 내용을 듣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강의 내용을 알아들었는지 물어도 모르겠으니 다시 설명해 달라는 학생은 거의 없다. 강의가 끝나도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나마 알았던 내용마저 다 잊고 만다.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숙제를 낸다. 강의, 숙제를 반복하다가 학기 중간에 모아서 시험을 치른다. 60%가 맞든 80%가 맞든 그 학생들은 모두 다음 단계의 학습과정으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는 전 단계를 모두 이해했다는 가정 하에서 가르친다. 60%를 이해했던 학생이나 80%를 이해했던 학생이나 모두 이제부터 이해도가 더 낮아진다. 학기 말에 시험을 치르면 이해도가 50%, 70% 정도로 떨어진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불완전한 학습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학급 학생들 사이에도 학습능력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결국은 서로 다른 민족을 뒤섞어 놓은 것처럼 소통이 전혀 안 되는 학급이 되고 만다. 영리한 학생들이 훌륭한 교사에게서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대수학에서 낙제하고 미적분에서 낙제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알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전학습과 거꾸로 수업

온라인 칸 아카데미에서는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학습자가 완벽하게 알 때까지 반복해서 예제를 풀면서 설명한다. 이런 식으로 가르치면 학생마다 진도는 다를지라도 고차원 수학도 따라잡게 되고 시뮬레이션이나 고급물리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온라인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교과과정이 없다. 각자가 배우고 싶은 과정을 선택해서 배우면 된다. 스스로 교과과정을 짜고 열심히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면 된다. 세계 도처의 교실에서 칸 아카데미 동영상 강좌를 교실 수업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학습 원리는 칸 아카데미 동영상으로 대체하고, 이를 미리 학습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앉아 차원 높은 응용문제를 풀면서 이해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교실 학습 후에 가정에서 복습하는 기존의 순서가 아닌, 가정 학습 후에 교실 복습하는 거꾸로(Flipped) 수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거꾸로 학습을 시도하여 엄청난 학업성취도를 높인 사례가 알려졌다. 학생들은 수업 전에 교사가 제공하는 영상수업을 가정에서 시청한 다음 수업에 참가한다. 교실에선 팀별로 모여 앉아서 자습한 내용을 기초로 서로 토론을 하면서 과제를 수행한다. 또는 개별적으로 문제풀이나 과제연습을 한다. 교사는 교과내용을 가르치지 않고 각 팀을 순회하면서 토론에 참여하거나 개별 문제 풀이에 조언을 한다. 사전에 영상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은 별도의 공간에서 영상수업을 먼저 보도록 한다. 거꾸로 수업에선 조는 학생이 없다. 개인별 진도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당연히 높다. 학업성취도는 학습 속도와 달리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에 의해 판단한다.

전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래세상은 전혀 새로운 문제라도 수학과 물리적으로 재해석하여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세상이다. 과학과 예술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예술도 컴퓨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게 된다. 소설이나 인문학적 통찰조차도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을 다루지 못하고는 새로운 문명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경쟁에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밀려나게 된다.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엄청난 실업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는 생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틀린 것으로 여겨졌다. 경제학자들은 기술이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등장하고 첨단 로봇기술이 현실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고 있다. 20년 안에 모든 일자리의 거의 반 이상이 자동화된다고 믿고,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도, 시장을 뒤엎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도입해서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슈퍼스타 기업’들이 고용한 직원은 겨우 수십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장치 산업들은 엄청난 투자와 수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만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 기업’들에 비하면 인당 기업가치가 부스러기에 불과한 상황을 보면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문제해결 능력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기업의 미래경쟁력은 자본력이나 설비장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직원들의 창의력에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훌륭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본도 모을 수 있고 생산도 외주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다. 창의적 미래 인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부여받는 능력이 아니고 성장과정에서 교육을 통해 육성되는 능력이다. 당연히 미래 인재의 잠재력은 지식의 암기능력에 있지 않고 주어진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앞으론 누구나 똑같은 지식을 암기하는 보통의 교육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직된 교과서와 교과 과정을 없애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잠재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평가방식도 없애야 한다. 필요한 지식은 대규모 온라인 공개교육 시스템(MOOCs)을 통해 학습하고, 학교 수업은 거꾸로(Flipped) 수업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미래사회는 같은 잠재력을 경쟁하기보다 서로 다른 장기로 상호 협력하는 사회가 된다고 본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기술을 끊임없이 배우면서 각자의 장기를 발전시키고 차별화하는 새로운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미래를 대비하는 스마트한 사회가 되려면 미래에 닥칠 문제점들을 발굴하고 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구들을 미리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스마트한 개인도 마찬가지다. 지식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된다. 개인이 필요한 역량은 미지의 문제에 봉착할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남다른 가치를 발굴하는 창조력이다. 어릴 적부터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에도 빅 데이터 기술을 도입하여 개인별로 차별화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맨토링해주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