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전문성 무장… 문화재 관리사도 고소득 각광

흔히 공사나 공기업, 국책은행 등은 이렇게 회자된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정년 보장, 짭짤한 보수(報酬), 충분한 휴일 등 3박자를 모두 갖춰서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엔 ‘신도 모르는’ 직장으로 불리는 곳도 있다. 꽤 괜찮은 직장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경우다. 정부 산하기관, 공공기관 몇몇이 여기에 속한다.

전문 직종으로 가는 지름길인 ‘자격증’에도 이러한 ‘신(神)’이란 글자를 과감히 빗댈 수 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희귀하거나 전문성이 뛰어나 높은 소득이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편자를 만들어, 말발굽에 부착하는 ‘장제사(裝蹄師)’는 최근 승마 등 말 산업의 성장과 함께 고소득 유망 전문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장제사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으로 치부되며 푸대접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지금은 대접이 달라졌다. 억대 연봉자까지 나오면서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근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블루오션 직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시행하는 2년 과정의 장제보조 교육과정을 마치고 장제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3급 KRA 공인 장제사(국가공인자격)가 될 수 있다. 3급 면허 획득 후 5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2급 면허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또 2급 면허 획득 후 10년 실무 경험이 있어야 최고의 1급 장제사가 될 수 있다.

‘바다 위 파일럿’ 도선사 최고의 대우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년 직업별 연봉 순위에서 평균 9147만원으로 당당히 1위를 기록한 직종은 무엇일까. 정답은 일반인에겐 이름도 생소한 ‘도선사’다. 도선사란 항만이나 운하 등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배에 오르고 난 뒤에는 선장으로부터 선박 조종의 권한을 갖는다.

4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 부산, 여수, 울산, 평택, 대산, 마산, 포항, 군산, 목포, 동해 등 11개 도선구에서 총 240명의 도선사가 항만 물류의 첨병으로서 선박의 입출항을 책임지고 있다. 수출품이나 수입품의 90% 이상을 실어 나르는 선박이 도선지역을 안전하게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돕기 때문에 국가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군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해안선이 복잡하고 경제 성장으로 바다를 통한 운송량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유망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격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 많은 경험이 요구되며 시험도 엄격하다. 우선 6000t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5년 이상 근무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때문에 보통 40대가 넘어야 이 직업에 들어설 수 있다.

한국도선사협회 천성민 홍보담당은 “도선사면허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처럼 특정분야의 지식을 열심히 습득한다고 해서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해상운송에 오랫동안 종사한 해기사에게 수여되는 훈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 수리에 관한 기술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문화재 수리 기능자의 작업을 지도·감독하는 ‘문화재관리사기술자’도 개인사업이 가능해 능력에 따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색 자격증이다. 보수, 단청, 실측설계, 조경, 보존과학, 식물보호 등의 다양한 분야가 있으며 문화재 지정 업체 소속의 회사에 취업할 수 있고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해마다 보유 기능자가 늘고 있으며 전국의 문화재보수회사만 140여개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어 지금은 ‘신도 모르는 자격증’이란 명성이 다소 빛을 잃은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높은 소득’ 보다는 전통문화를 사수하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재를 온전히 지켜 낸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의 보수 주기가 짧아져 보수 예산의 규모가 커지고 있어 문화재 수리 기능자의 인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FRM, CIA 뜨는 유망직종

금융권에도 ‘신의 자격증’이 있다. FRM(국제금융위험관리사)은 국제재무위험관리전문가협회(GARP)에서 공인하는 재무위험관리 분야의 유일한 국제공인자격증이다. 금융자격증 중 난이도와 공부의 양 모두 최고 수준으로, 합격 후에도 관련 분야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자격증이 나오는 등 취득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취득하면 ‘애널리스트’로 취업 시 매우 유리하며 통계학, 경제학 전공자는 CFA와 함께 취득 시 리스크&컴플라이언스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 중 최상위 자격증인 증권분석사(CIA ; Certified Investment Analysts)도 취득자가 국내 1560명에 불과한 희귀 자격증이다.

금융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기업가치의 분석 및 평가를 통해 유용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증권사, 투자자문회사, 자산운용사 등의 증권관계기관 및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의 운용파트 등 조사분석 및 자산운용부문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서석기 한국증권분석사회 사무국장은 “금융산업에서는 조사하고 분석하는 전문인력이 핵심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인식이 저조해 많은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로부터 보험료를 얼마나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남길지를 계산해 주는 보험계리사는 미국에서 2009년 한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신의 직장’으로 칭송받고 있다.

보험사의 상품 개발과 보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에 일반 직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계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할 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보헙업법상 보험사업자는 보험계리사를 의무 채용하게 되어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위험관리 등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로 확대되는 추세다.

“편자 대장장이 匠人을 꿈꿔요”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마들의 생명과도 같은 귀한 발에 편자를 박는 윤신상(28), 장원(26)씨는 올해 최연소 KRA 공인장제사다. 장제사라는 직업은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60여 명 밖에 없는 희귀 직업이다.

서울경마공원 승마훈련원에 위치한 장제실. 두 사람은 뜨거운 화덕 앞에서 쉴 새 없이 메질을 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두들기고 다지고, 벌겋게 달궈진 편자들은 두 사람의 손기술에 의해 경주마의 발에 맞게 맞춰진다.

대학에서 토목과를 졸업하고 승마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말이 좋아 이 일을 선택하게 됐다는 윤신상씨는 “진정한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좋아하고 잘 알아야 하며 고가의 경주마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야간대학 기계설계학과를 다니며 장제일을 하고 있는 장원(26)씨는 한국 장제의 최고봉에 오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뜨거운 화로 속에서 힘들게 작업해 완성된 편자를 부착한 마필이 편안하게 잘 걷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풀린다고 한다.

말이 걷는 모습과 소리만으로 말의 아픈 다리를 찾아낼 수 있는 1급 장제사는 국내에 단 5명뿐이다. 때문에 최고 수준의 1급 장제사의 연봉은 약 1억 5000만원에 이른다. 3급 신입 장제사의 경우는 연봉 2000만 원 정도다. 1급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20년 가까운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마다 얼굴과 체형이 다르듯 말의 발굽도 크기와 형태가 다양해 경험에 의한 노하우와 전문성이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