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사막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는 IT 거물인 마크 저커버그와 트레비스 칼라닉, 엘론 머스크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수잔 서랜든과 케이티 페리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버닝맨’ 이라 불리는 매년 여름 네바다주 리노(Reno) 주변 블랙록 사막에서 펼쳐지는 카니발이다.

▲ 출처=인스타그램 treyratcliff 계정

미국 노동절을 앞두고 8일간 진행되는 행사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사막 위에 임시 도시를 짓고 공연과 축제를 즐긴다. 해마다 정해진 주제에 맞는 설치물들을 제작한다. 축제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함께 만든 도시를 해체해서 사막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사람 모양의 목조 조형을 태우는 것(Burning man)이다.

자칭 '버너(Burner)'인 참가자들은 일주일간 숙식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기업 스폰서는 받지 않기 때문에 상업시설도 없고 인터넷도 사용 불가다. 대신 공동체 안에서 서로 물물교환하면서 자급해야 한다.

처음에는 예술가, 환경운동가들이 사막에 자립공동체를 만들고 도시를 건설하는 '버닝맨'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것이 현재는 IT업계, 대체 에너지업계, 스타트업 종사자, 연예인을 비롯한 전세계 7만명이 모여 드는 대형 행사로 커졌다.

의식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음악, 미술, 환경, 과학기술을 함께 고민하는 문화 축제... 그 것만으로도 설명이 어렵다. 참가자들은 이전에 참가해본 그 어떤 축제와도 다르다며 버닝맨을 규정하기를 꺼려한다.

엘론 머스크는 2004년 버닝맨 축제에서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영감을 떠올렸고 2년 뒤 미국 1위의 태양광패널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실리콘밸리 정신’이라고 불리는 구글의 기업 문화도 버닝맨에서 비롯된 것이다. 버닝맨의 열렬한 참가자였던 두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아무 것도 없는 사막 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버닝맨에서 영감을 얻었다.

참가자들이 밝히는 버닝맨의 묘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을 감은 채 바이크를 타고 사막을 누빌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구조물을 여러 예술가,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낮 시간 텐트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치킨을 곁들인 와인을 즐겨도 된다. 난생 처음 치마를 입은 남자들이 사람들 사이를 신나게 돌아 다닌다. 밤이 되면 여러 조형물들에서 환상적인 조명과 음악이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이면 참가자들은 잠 못들며 사막의 밤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올해의 버닝맨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영어 튜터 매칭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캠블리’의 이희승 아시아 총괄도 올해는 서둘러 버닝맨 캠프에 합류했다. 즐거움만큼 어려움도 큰 일주일이 시작됐다. 그는 “새벽에 몰아친 모래 바람으로 밤을 지낼 유르트 천막을 짓지 못할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축제의 마지막 사막 한가운데 커다란 사람 모양의 구조물이 불태워지면 불길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이 불길을 둘러싸고 하나의 거대한 원이 된다. 며칠 동안 공들여 만든 모든 것을 부수고, 태우고, 완전히 소모한 뒤에 사막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된다. 이들은 버닝맨 축제에서 개방과 창조성, 협업과 공유, 파괴를 통한 혁신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