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의 시선은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쏠려있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오바마 미 행정부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각 나라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시 주석은 23일(현지시각)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방문하며 양국의 경제협력 의지를 다지는 한편, 자신이 22년 전 들렀던 시애틀 인근의 링컨 고등학교를 찾아 소위 ‘추억외교’를 벌이기도 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산적한 양국의 외교현안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톤 다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시 주석이 보여준 행보는 일단 경제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보잉에 대한 통 큰 결단이 눈에 들어온다. 시 주석은 보잉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38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하는 보잉 항공기 300대를 구입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보잉은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뜻으로 보답했다. 보잉 입장에서 인도의 모디총리가 안겨준 성물에 이어 또 한 번의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지난해 말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는 미국 보잉의 737 제트라이너 여객기를 무려 60대 구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각) 미·중 기업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중국 내 외부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말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큰 잠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천명하기도 했다. 양자간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 BIT)에 대한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이 지점에서 제8차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Internet Industry Forum)이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캠퍼스에서 열린 본 포럼에서 시 주석은 라운드테이블에서 내세웠던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양국의 경제는 상호보완성이 강하며, 이를 기반으로 IT관련 사업에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천명했다.

미국 IT 기업들의 반응도 열정적이었다. 최근 중국진출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현지업체와 협력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구글의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애플의 팀 쿡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현 CEO인 사티아 나델라, 창업주인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선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의 부재가 재미있다. 현재 구글은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모토로라의 모토360 2세대에 중국판 안드로이드를 설치하는 등의 기업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노림수다. 시 주석과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이를 자랑스럽게 페이스북에 남긴 마크 저커버그는 말 그대로 ‘친 중국적 행보’를 보였다. 추후 중국 진출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의미심장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사티아 나델라 CEO는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자사 제품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최근 중국의 바이두와 윈도10 확산에 대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아마존은 미래시장을 두고 중국의 알리바바를 견제하고 싶어 한다. 물론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마하텅 텐센트 회장도 함께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IT적 측면에서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해킹과 지적재산권 보호다. 이 지점에서 시 주석은 해킹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으며,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천명이 생명력을 얻을 경우, IT 거인 입장에서는 상당한 호재가 예상된다. 비공식 만찬 이후 개최될 정상회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미가 양국의 혁신적인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IT적 측면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각)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정책 의도 등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시진핑 주석의 노선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제8차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만 봐도 ‘협력’보다는 시 주석의 일방적인 연설만 부각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IT 거인들 속내도 상당히 복잡해질 전망이다. 중국시장을 원하는 IT 거인들의 행보와, 경제적 협력을 추구한다는 노선을 밝히고 있지만 해킹 및 지적재산권 보호, 여기에 남중국해 영유권과 인권 등의 묵직한 외교현안을 풀어야 하는 시 주석의 의도가 의외의 파열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원하는 IT 거인들의 요구를 수렴한 시 주석의 중국은 추후 다양한 국가 대 국가의 전략에서 약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결국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번 제8차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은 IT 외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일종의 협상카드로 여겨질 가능성도 높다.

그런 이유로 이 아슬아슬한 '균형의 승부수'는 포럼에서 시 주석과 IT 거인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찍은 단체사진과, 시 주석의 뒤를 쫒으며 그를 규탄하는 티베트 시위대의 성난얼굴을 비롯해 시 주석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 및 다양한 외교적 이해관계가 걸린 각국의 초조함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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