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감성적 접근… 시장 트렌드 발빠른 대처가 키 포인트

아이폰 총쏘기 게임 ‘아이건’으로 북미진출에 성공한 바닐라브리즈의 직원들이 아이건 슈터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최근 게임 전문업체 게임빌의 ‘에어펭귄’ 앱이 애플 앱(Apps) 스토어 1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국내 개발 앱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쉽게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많은 앱이 개발되며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만 생각만큼 진입이 쉽지 않은 것도 해외 앱 시장이다. 그러나 분명 성공 스토리는 있다.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앱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 성공 스토리와 함께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한 노하우도 알아보자. <편집자주>

아이폰이 총으로 변했다. 아이폰을 쥐고 화면을 드래그하면 총알을 장전해 쏘는 것처럼 총성이 울리는 앱 ‘아이건 (i-Gun Ultimate)’. 사격 시뮬레이션 앱으로 스마트폰의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가상의 사격 경험을 제공하는 이 휴대폰 총이 소위 대박을 쳤다.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다운로드 수 천만 건 이상을 올리는 성과를 낸 것이다. 업그레이드나 재 다운로드를 포함하면 2500만건 이상이다.


총 쏘기로 북미장악, ‘아이건’

아이건을 개발한 회사는 바닐라브리즈. 2008년 10월 3명의 직원으로 설립돼 첫 달 35만원 매출을 올렸던 회사가 지금은 한 달에 수억 원대 수익을 올리는 30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75%는 북미 시장에서 올리는데 일부 광고 수익(10~15%)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료 앱을 판매한 데 따른 수익이다.

35살의 젊은 CEO인 한다윗 대표는 2008년 10월 바닐라브리즈를 창업했다. 디자이너 1명, 개발자 1명과 의기투합해 시작한 앱 개발, 당시만 해도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이라 국내에서 앱 계발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 달 수입이 35만원, 두 번째 달 수입이 48만원이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개씩 앱을 만들다보면 1년 안에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앱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그에게 2009년 3월 반전이 시작되었다. 열 번째 앱 ‘아이건’ 이 출시 5일 만에 앱 스토어 전체 랭킹 100위에 진입한 것.

‘휴대폰으로 총 쏘는 경험을 하게 해보자’고 해서 만든 ‘아이건’은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아이건에 실리는 총의 종류를 늘리고, 러시안 룰렛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더불어 아이패드용 앱과 결합시켜 아이패드가 과녁 구실을 하고, 아이폰 4대로 ‘사격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아이건 슈터’(2.99달러)를 만들었다. 그 결과 아이건은 글로벌 랭킹 22위까지 오르며 20억원 매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클래식 음악 앱으로 일본 앱 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클래식 뮤직 마스터 콜렉션’이라는 앱으로 저작권이 소멸된 클래식 1000곡을 한 앱에 담고 가격을 999.99달러로 붙였다.

일부러 ‘앱 스토어 최고 가격, 최대 음원, 최대 용량’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나서 한시적으로 0.99달러에 팔겠다고 ‘최대 가격 할인’ 이벤트를 벌였다. 일본에서 반응이 폭발했고 하루 만에 일본 앱 스토어 1위에 올랐다. 일본뿐 아니라 벨기에·이탈리아·타이완 등에서도 호응이 좋았다.

한다윗 대표는 해외에서 성공한 요인으로 “빠르게 경험을 축적해 현지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의 트렌드를 주시하며 아이디어를 빠르게 상품화시킨 점”을 꼽는다.

덧붙여 그는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앱 개발자에게 “기술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난이도 기술의 접근에서만 그친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Wow’를 불러일으키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제작해야 소비자가 우리를 대신해서 입소문을 내줄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애플 앱 스토어 1위 ‘에어펭귄’

모바일 게임 ‘에어 펭귄(Air Penguin)이 애플의 앱 스토어 1위에 올랐다. 출시 4일 만에 부동의 1위를 고수했던 ‘앵그리버드’와 ‘타이니윙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에어 펭귄'은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남극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을 건너뛰며 흩어진 가족들을 찾는 펭귄의 이야기를 아이폰 특유의 틸트 기능으로 구현한 모바일 게임이다.

특히 이 게임은 게임빌이 틸트 기능(휴대폰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센서에 반응,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기능)을 채택한 첫 번째 게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게임빌 마케팅팀의 정연일 과장은 “에어 펭귄이 중력 가속 센서를 통한 아이폰 틸트 기능을 적용해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것과 누구나 좋아할 펭귄 캐릭터, 그리고 해외 유저들에게 꼭 맞는 철저한 현지화를 진행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에어펭귄은 벤처개발사인 엔터플라이의 기획과 개발력, 그리고 게임빌의 퍼블리싱과 게임 운영이 더해진 작품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이 함께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게임빌 측은 “애플과의 계약으로 다운로드 건수와 매출액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지만 지난 4월 18일부터 4월 말까지 미국 앱 스토어에서 ‘전체 유료 게임 순위, Top 유료 게임 순위, 어드벤처 장르 순위, 아케이드 장르 순위’에서 1위를 석권한 이력을 볼 때 매출적인 요소뿐 아니라 게임빌을 비롯한 한국 모바일게임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회사 마케팅팀의 정연일 과장은 “한국과 다른 소비자들의 성향, 선호하는 게임 스타일 등 해외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큰 차이가 있는 해외 게임 사용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난이도 조정, 호감 가는 디자인 등은 개발 단계부터 진지하게 고민돼야 할 요소”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게임에 대한 자신감만으로 출시해서는 안 된다”며 하루에도 수백여 개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해외 모바일게임 오픈마켓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게임 개발 못지않은 해외 시장에 대한 연구, 조사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게임빌은 이 같은 현지화와 해외 시장 조사를 위해 2006년부터 미국 현지에 지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삼성바다폰 앱으로 해외진출 성공한 ‘와모카메라’.


앱 명예의 전당에 오른 ‘홈런배틀3D’.


명예의 전당에 오른 홈런배틀 3D

국내 모바일 게임제작사인 컴투스의 홈런배틀 3D (Homerun Battle 3D) 역시 해외에서 선전하는 국내 대표 앱이다. 2009년 6월 애플 앱 스토어에 출시한 이래 해외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스마트폰용 게임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게이머와 1:1로 홈런 대결을 펼치는 3D 스포츠 게임이다.

게임 화면에 상대편 게이머의 경기 모습이 나오고, 홈런을 치면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자신과 상대편의 홈런 성적이 막대그래프로 동시에 표시돼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칠 수 있는 홈런배틀 3D는 홈런을 날리는 재미와 게임상에서 야구용품을 구입해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고 능력치를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9년 출시할 당시 전체 유료 게임 중 5위, 스포츠 장르 1위(2009년 7월 15일 기준)를 달성했으며 IGN이 선정한 ‘2009년 최고의 스포츠게임’으로 뽑혔다.

미국 ‘베스트 앱 에버(Best App Ever)’가 주최한 ‘2009 베스트 앱 어워즈(Best App Ever Awards)’에서도 2009년 베스트 게임으로 선정되었으며 2010년 8월에는 전 세계 누적 네트워크 대전횟수 6000만건을 돌파, 10월에는 세계적인 인기 게임들과 함께 ‘앱 명예의 전당’(App Hall of Fame)에 오르고 2011년 5월에는 전 세계 누적 네트워크 대전횟수 2억건을 돌파하는 등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개발되었기에 게임 규칙을 단순화했고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캐릭터 디자인을 고려했다. 홈런배틀 외에도 2010년 8월 말 애플 앱 스토어에 서비스를 시작한 ‘슬라이스 잇!’(Slice It!)은 출시 후 일본, 영국, 독일 등 31개 국가에서 전체 유료 앱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앱 스토어 최고의 인기 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는 2008년 애플 앱 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등의 글로벌 오픈마켓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게임 등록만 하면 세계 90여 개 국가의 수천만 사용자에게 바로 서비스 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시장을 위해 2008년부터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위한 게임을 개발해 왔고 대규모 개발 인력 확충을 통해 국내외 다수의 게임 라인업을 확보했다.

그 결과 홈런배틀 3D를 비롯한 해외 진출 앱들이 거둬들인 수익은 지난해만 89억원(스마트폰 기준)이며 애플 앱 스토어에 31개 이상 게임을 출시할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2011년도에는 259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컴투스는 미국, 일본,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해외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다.

바다폰으로 세계 시장 진출한 와모카메라

앱을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이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를 사용해 다양한 영상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와모카메라(WAMO Camera))’가 바로 그것.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와모카메라가 애플 앱 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앱이 아니라는 점이다.

와모카메라는 삼성 앱 스토어에 등록된 바다폰 플랫폼 앱이다. 앞에서 소개한 앱처럼 앱 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은 많다. 하지만 오픈된 지 1년이 겨우 넘은 삼성 앱스토어에서 건당 3.99$(미화)에 판매되는 유료 앱이 ‘한 달 동안 50만 다운로드’ 기록이 나왔다는 것은 와모카메라는 물론 삼성 바다 플랫폼의 시장성이 증명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게임빌과 엔터플라이사가 합작한 ‘에어펭귄’이 앱스토어 장르별 1위를 했다.

와모카메라, 옴니아노 등으로 국내·외 앱 공모전을 휩쓴 형아소프트의 신석현 대표는 사장이자 개발자다. 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 손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와모카메라 역시 해외 시장에서의 출시를 우선으로 개발했다고 전한다.

해외시장 성공 포인트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하는 앱이 적은 바다폰의 특징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앱이 적다는 것은 곧 개발사에게는 경쟁 상대가 적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신 대표는 이점에 착안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했고 결국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바다라는 신규 플랫폼에서 먼저 진출해 회사가 가질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설립 초기인 형아소프트란 회사의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해외 진출 시 고려할 사항에 대해 신 대표는 “내수시장에서의 기술 트렌드와 해외에서의 기술 트렌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것은 기술보다 마케팅이라고 강조한다.

앱 스토어는 B2C 시장이기에 바이럴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러나 “국내시장은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운영이 쉬운 반면, 해외의 경우, 그것도 수십 개국의 다양한 나라에서 마케팅 하고자 할 경우 언어, 문화, 채널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