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재성 기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 공동 창업자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와 함께 말이다. 그가 한국에 왔다. 그리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났다. 의외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기술과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18일 경기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DMZ 2.0 음악과 대화’ 포럼이 열렸다.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도가 주관하는 행사다. 워즈니악과 남 도지사는 이 행사 첫 번째 세션 ‘기술, 미래 그리고 인류’의 연사로 나섰다.

사회자는 두 사람을 혁신가로 소개했다. 워즈니악은 사적 영역에서, 남 도지사는 공적 영역에서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혁신’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릴까. 먼저 남 도지사는 “사람들과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즈니악은 자신이 고등학생 시절 컴퓨터를 설계한 일화를 소개하며 혁신을 정의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혁신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나는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워즈니악의 말이다.

오늘의 구체적인 혁신 키워드는 무얼까?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같은 것일까. 워즈니악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날 혁신은 많은 분야에 아울러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특정 키워드가 혁신이라 말하긴 어렵다. 정벽을 없애고, 세상을 지금보다 낫게 하는 것이 혁신이다.”

화두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혁신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경기도에서의 혁신은 애플의 혁신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았다.” 남 도지사의 말이다. 그는 애플을 따라 경기도를 오픈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 영역으로부터의 혁신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 사진=조재성 기자

“공공 영역이 혁신하기 시작하면 사적 영역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예산과 인력과 땅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오픈 플랫폼으로 묶어내면 사적 영역은 우리를 허겁지겁 따라오게 될 것이다. 또 우리에겐 사적 이익 추구가 아닌 공공 이익 증대라는 목표가 있다.” 남 도지사의 말이다.

워즈니악은 남 도지사의 계획을 듣고 조언을 남겼다. “공공분야가 사람과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고, 멘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의 방안이 가능하다.”

그러면서 애플의 사례를 들었다. “애플에는 엔지니어 누구나 부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오픈 랩이 있었다. 이 부품들은 개인 프로젝트에도 쓸 수 있었다. 나도 여기서 부품을 가지고 와서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는 것들을 만들 수 있었다.

이를 듣고 남 도지사는 물류 분야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공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은 자체 물류 단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작은 기업은 그러지 못하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적 영역이 이러한 물류단지를 만들어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혁신을 이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들은 미래의 '똑똑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워즈니악은 나만의 해답을 알고 있는 사람을 똑똑한 혁신가로 칭했다. 정해진 정답을 아는 것만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는 IQ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해답을 아는 사람이 IQ가 높은 사람”이라고 했다.

남 도지사 생각은 어떨까. 그는 “미래에는 마음을 열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리더는 배의 선장 역할이다. 그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만 보고도 지금 위치가 어딘지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자기 조직과 자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DMZ2.0 음악과 대화' 이튿날 행사엔 친환경기술 회사 CEO인 로렌스 캠벨 쿡이 '녹색한반도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평화교육과 동반성장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마지막 날엔 미학자 진중권과 물리학자 정재승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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