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코노믹리뷰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아직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으나 최근 폐막한 IFA 2015를 보면 대략적인 방향성과 플랫폼은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허브를 어디에 두느냐, 무대의 범위나 장소를 어디에 위치시키느냐, 가치를 속도에 두느냐와 연결에 두느냐 등에 따라 제각각 다른 결론이 나오는 분위기지만 중요한 교집합은 존재한다. 모든 사업자들이 격렬하게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각각 브릴로와 홈앱을 무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운영체제의 강자들인 구글과 애플의 전략은 존재하는 운영체제를 바닥에 깔고 다양한 기능을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지만, 구글은 위브라는 '일종의 언어'를 바탕으로 소물인터넷과 비슷한 전략을 펴고 있으며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 그대로 자사의 모델을 규정할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거실을 사로잡으려는 아마존이 에코와 대시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기업들도 속속 사물인터넷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까지 더해지면 그 치열한 복마전은 참 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의 샤오미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여행용 캐리어까지 만든 샤오미는 일단 제품을 가성비 대마왕으로 엄청나게 만들어 낸 후 이를 스마트폰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샤오미가 미유아이라는 운영체제를 키우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점을 잊으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통신사, 5G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은 초연결을 지향한다. 사물과 인터넷을 기본으로 삼고 피드백을 일으키는 센싱, 여기에 발생하는 시너지가 거의 대부분이다. 솔루션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며 플랫폼과 그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약속의 땅이다. 하지만 통신사는 이미 연결, 즉 네트워크를 장악하던 플랫폼 사업자다.

이들 입장에서 사물인터넷이라는, 고속도로 자체가 아닌 그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만드는 일이 더욱 쏠쏠한 새로운 사업의 등장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법. 통신사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 광화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마트 클라우드쇼 2015’에서 나온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1세대부터 4세대 LTE까지 잘 터지고 저렴한 망을 구축하는 것이 통신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며 “하지만 더 이상 네트워크 만으로는 가치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단 통신사는 자신들의 강점인 연결에 주목했다. 5G를 통한 빠른 속도를 무기로 삼아 사물인터넷의 '인터넷'을 선점하고 이후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지점에서 국내 통신3사의 행보가 숨가쁘다.

먼저 조직개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일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단말기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지원단을 장동현 사장 직속으로 출범시켰다. 현재 SK텔레콤 신사업개발팀과 함께 다양한 앱세서리를 개발하고 있는 아이리버를 기본으로 삼았다. 지난해 8월 지분 39.3%를 인수한 아이리버의 박일환 대표가 이 조직의 단장을 맡는 것도 흥미롭다. 이후 정기 조직 개편 시즌이 되면 기존 사업 부문으로 편입시킬지 여부를 결정한다.

KT는 지난해 12월 주요 임무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을 담당하는 미래융합사업추진실을 미래융합사업추진실로 확대개편했다.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난 7월 사물인터넷 사업담당 내에 신사업발굴팀과 사물인터넷 솔루션팀을 신설한 LG유플러스도 이상철 부회장의 강력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미국 전기자동차 개발업체 레오모터스와 전기자동차, 전기어선 등에 적용할 통합관리 솔루션을 포함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각의 로드맵은 어떨까. SK텔레콤은 최근 폐막한 IFA 2015에서 자신이 보유한 제조 동맹군을 바탕으로 다양한 강자들과 연합하는 것에 목숨을 걸었다. 이미 스마트홈에 상당한 관심이 있던 상태에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코맥스와 굳건한 라인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기존 강자의 플랫폼과 연계시키는 한편, 부족한 제조 인프라를 풍부한 동맹군으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주거 환경에 최적화된 연동기기를 연내 20개 이상 출시하며 2016년 상반기까지 30개 이상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KT는 경쟁사와 달리 자체적인 스마트홈 제품이 없다. 그런 이유로 경쟁에서 제일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한 방은 있다. 생태계 협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지난 17일 '제1회 올레 기가 IoT(사물인터넷) 얼라이언스 메이커스 데이’가 유력한 단서다. 협력체 참여사가 3주만에 200개로 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쟁력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 출처=KT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현지시각) 진행한 ‘원M2M(oneM2M)상호호환성 검증 행사(Interoperability Event)’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알렸으며 지난 16일 기준 가정용 사물인터넷 가입자 2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비스 가입자가 1만명을 돌파하는 데는 24일이 걸렸지만 2만명을 넘어서는 데는 추가로 1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창문 열림감지, 스위치, 플러그 등 6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가입 기기만 6만2000대에 달한다. 이러한 경쟁력은 용산 본사에 잘 전시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통신사들은 연결에 방점을 찍은 상태에서 각자의 동맹군을 모아 속속 플랫폼을 구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체제작이냐, 동맹군 제작이냐에 대한 담론이 갈리고 플랫폼 구현방식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그 범위를 외부로 크게 넓혀가는 대목도 흥미롭다. 현재 통신사 사물인터넷은 단말기와의 접점을 찾아 어엿한 스마트홈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 출처=LG유플러스

전통의 강자, 제조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물인터넷 경쟁력은 이미 정평이 났다. 먼저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피닉스에서 열리는 3GPP RAN '5G 워크숍'에서 5G 이동통신이 지향하는 비전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제안할 정도로 5G 기술표준까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GPP 주요 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공동 기고문 작성을 주도해 워크숍에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폐막한 IFA 2015에서는 스마트씽스 허브와 침대 사물인터넷인 슬립센스도 공개했다.

'인 싱크 위드 라이프(In Sync with Life)’를 주제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그 강렬한 존재감을 알린 스마트씽스 허브가 발군이다. 아마존 에코와도 연동되는 스마트씽스는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상용화에 이르렀다. 스마트씽스 이후 삼성이라는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 출처=삼성전자

스마트씽스 신제품은 연결 속도와 제어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카메라와 연결해 영상으로 집안을 확인할 수 있는 보안기능도 탑재됐다. 또 자동차 업계와 파트너십을 맺어, 자동차 대시보드에서 집 안팎의 상태를 보여주기도 하고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IFA 2015에서 BMW와 기어S2의 연동이 연상되는 지점이다.

또 현관 잠금장치, 형광등 스위치, 난방장치, 세탁기 등 연결되는 제품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스마트존 플랫폼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애플 전용 운영체제인 iOS 에서도 구동 가능한 스마트씽스 앱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허브의 경우 스마트싱스 앱도 더욱 직관적으로 개선됐으며 기기 인증 프로그램 ‘웍스 위드 스마트싱스(Works with SmartThings)’을 통해 파트너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슬립센스는 사용자의 수면 도중 맥박, 호흡, 움직임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다양한 기기와 연동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한다. 여기에 최근 Z폰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타이젠이 사물인터넷의 심장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최근 타이젠 중국 선전 개발자회의에 바이투와 텐센트까지 참가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아틱의 경쟁력과 가상현실과의 접점도 흥미롭다.

심지어 사물인터넷을 위한 액세스포인트까지 공개했다. 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인 지그비(Zigbee)와 블루투스 저전력(Bluetooth Low Energy)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IoT 액세스포인트와 올해 초 출시한 아웃도어 액세스포인트의 후속 모델인 메시(Mesh)형 아웃도어 액세스포인트도 출시했다.

▲ 출처=삼성전자

LG전자도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IFA 2015에서 공개된 스마트씽큐가 대표적이다. 가전제품에 부착하면 스마트 기기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칩이다. 비록 올레드에 집중한 분위기를 연출해 사물인터넷 경쟁에서는 다소 물러났지만 웹OS 2.0 등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략에 나서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조사들은 이미 보유한 제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창출하는 쪽에 나서는 분위기다. 제조역량이 없는 통신사와는 당연한 말이지만 정반대의 방향성이다.

물론 밀레엣홈을 공개한 밀레처럼 주방을 중심에 두거나, 아마존 에코의 디자인적, 오디오적 가능성을 중심으로 두고 거실을 장악하고자 하는 아마존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스마트홈과 스마트국가 등을 꿈꾸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군을 늘리는 상황이며, 여기에는 이미 플랫폼을 만들어 동맹군을 합류시키는 쪽과 플랫폼 구축 자체부터 동맹군을 의욕적으로 모집하는 차이는 존재한다.

▲ 출처=LG전자

포털부터 다크호스까지
카카오톡을 보유한 다음카카오는 이미 사물인터넷이 추구하는 초연결의 시대에 가장 근접했다. 생활밀착형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핀테크, 더 나아가 다양한 O2O 사업에 진출하며 기반을 닦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곳은 최근 블루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하드웨어까지 아우르고 나선 네이버다.

네이버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볼륨에서 열린 네이버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블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강과 편의성, 안전성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에 대한 투자다”며 “로봇공학과 모바일, 스마트홈 분야에 5년 동안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전기자동차용 인공지능 인터페이스 등 지능형 친환경 자동차 연구개발에 400억 원, 로봇공학에 4000억 원, 스마트홈과 피트니스에 100억 원이다.

네이버는 성장정체의 돌파구로 사물인터넷에 주목했다. 스마트홈이라는 정형화된 플랫폼이 아니라 전반적인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해 중국의 바이두와 같은 전략적 색채를 보여주겠다는 천명이다.

이 외에도 다크호스는 많다. SK주식회사는 글로벌 사물인터넷 기업 에릭슨과 협력을 체결하고 홍콩 사물인터넷 기업인 다이와 어소시에이트 홀딩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 개최된 ‘엔트루월드(Entrue World) 2015’에서  이미 사물인터넷 시장 천명을 선언했으며 스마트TV 셋톱박스를 통해 스마트홈의 미래를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SDS는 물류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에사물인터넷 역량을 삽입하고 있으며 청호나이스는 연말 사물인터넷 공기청정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KT와 협약을 맺은 코웨이도 한 방을 준비하고 있으며 SK텔레콤 동맹군인 동양매직과 교원그룹도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헬스케어에 집중한 위닉스도 있고 스마트 팩토리에 방점을 찍은 포스코ICT의 행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출처=네이버

점점 스며든다
통신사, 제조사를 비롯해 포털부터 다크호스까지 많은 기업들이 사물인터넷에 주목하고 있다. 연결성과 주체 및 객체에 대한 정형화된 정답지는 없다. 생태계 전략도 유동적이며 플랫폼에 대한 정의도 모두 다르거나 같다. 이런 상황에서 사물인터넷은 더욱 격렬한 공방전과 합종연횡을  거치며 미래의 주인을 노리고 있다.

다만 주목할 지점은, 아직 완벽하게 체화되지 않은 사물인터넷 인프라가 점점 일반 가전제품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고 진지한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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