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통합바이러스연구회 회장.

중년의 여자들은 동창회에 다녀오면 남편에게 누가 부자가 되었더라, 누가 예뻐졌더라 하며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것은 하나의 푸념일 뿐이지, 무엇인가를 남편에게 요구하려는 어떤 불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남편들은 ‘아하, 이 사람이 뭔가 또 해달라는 바가지구나!’라고 생각하며 대책을 세운다. 이처럼 남자들은 항상 어떤 일이 생기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습성이다. 그냥 푸념으로 받아들이고 흘려도 될 것들인데도.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3명에 1명 정도가 암에 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추세로는 2030년 정도가 되면 두 사람에 한 사람꼴로 암에 걸릴 수 있다고 추정된다. 그러니 부부간에 두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는 말이다.

그러면 암에 걸린 아내를 둔 남편의 체질별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까. 만약 태음인(太陰人) 남편이라면 아내가 조금만 아파도 암에 걸린 것은 아닌지 미리 대단히 걱정을 한다. 워낙 겁이 많아서 조금만 생각을 해도 벌써 큰일이 일어난 것으로 예단,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한다. 특히 자신의 몸에 작은 이상이라도 생기면 이미 환자가 되어 끙끙 앓는다. 검사를 받으면 암으로 진단될까 봐 무서워서 병원에 가지 못한다. 만약 큰 병이라도 걸렸다면 돈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파도 꾹 참는 것이 태음인의 특징이다. 만약 부인이 조금만 아프다고 해도 이미 큰 병으로 생각해 종합병원에 종합검진을 해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할 때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도 다른 병원에 가서 한 번 더 검진을 받아보라고 한다.

검진 결과 부인이 암에 걸렸다고 하면 태음인 남편은 우선 재산부터 따져 본다. 암에 걸린 부인에게 얼마까지 쓸 수 있나 계산해 보고, 병을 치료할 계획을 미리 세운다. 최선을 다해 얼마 동안 써보고 안 되면 더 이상은 쓸 수 없다는 정확한 계산부터 해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남은 생애를 생각해 재산을 얼마간 남겨 놓아야만 한다. 그리고 말없이 묵묵히 최선을 다해 퇴근 뒤 매일 병원에 다니며 열심히 간병을 한다. 그러다가 부인이 죽으면 돈이 아까워 재혼도 못 하고 궁상맞게 혼자 살림을 정리하며 산다.

그렇다면 소음인(少陰人) 남편은 어떨까. 부인이 암이라는 판정을 받는 순간 기절을 하거나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조금 있으면 그동안 부인에게 잘못 해준 일만 자꾸 떠오른다. 지난 번 일요일에 청소 좀 해달라는 것을 안 해준 것부터, 자신에게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은 친구 때문에 아내가 힘들게 생활비를 아끼며 살게 했던 시간들, 장모님에게 임플란트를 해드리자고 했던 부탁을 못 들어준 것까지 시시콜콜 모든 것이 후회스럽다. 정말 아내에게 미안하다. 그러면서 ‘여보, 우리 코스모스가 핀 멋진 길을 드라이브나 하자’며 데리고 나간다. 그리고 전망 좋은 커피숍에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이끈다. 앞으로 자신은 라면만 먹고 살지라도 모든 재산을 다 바쳐 몸에 좋다는 것은 전부 사서 나르고, 시골의 돌팔이라도 전국을 샅샅이 쫓아다니며 후회 없도록 치료해 준다. 부인이 사망하면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며 그동안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저녁에 혼자 있을 땐 울다가 결국 술에 의존하다가 심한 우울증에 빠져 비관적인 삶을 산다.

다음은 소양인(少陽人) 남편. 부인이 암에 걸렸다고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안절부절 못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가 의사인 친구에게 먼저 물어 본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 돈은 얼마나 드느냐 등 물어보고 지체 없이 생각나는 대로 실행에 옮긴다. 입원을 시키라면 바로 입원을 시킨다. 그러나 진전이 없으면 또 바로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 일단 환자와 함께 있으면서 무섭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위안을 해주기보다는,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암을 극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부인이 어떻게든 치료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며, 혼자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어지면 바로 자신의 처지와 앞날을 먼저 생각한다. 전에 만나던 그 여자를 데려다 살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자주 만나며 지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여자를 맞아들여야 하나? 새로이 사업을 잘하면 여자는 또 생기겠지 하며 부인의 사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이 소양인 남자들의 특징이다.

결국 어떤 남편의 태도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부부간에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서로를 챙겨주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순간순간 열심히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