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연구자들에게 인간의 최대 수명은 수수께끼다. 최근 인구통계학적 추세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을 이론적으로 확정할 순 없지만 125세 정도라고 한다. 이를 뒤집으려면 인간의 최대 수명을 추정하는 적절한 수학적 모델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노인 사망률 패턴을 분석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서 그런 수학적 모델을 만들기는 어렵다. 성균관대학교의 원병묵 교수와 포항공대 제정호 교수팀은 1950년에서 2005년까지 5년 간격으로 스웨덴 여성들의 생존율 패턴을 분석한 결과, 오래 살 확률이 계속해서 증가해 왔음을 확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1950년에서 1979년 사이에선 10년마다 수명이 1.67년만큼 증가한 반면, 후반기인 1980년에서 2010년 사이에선 증가속도가 줄어서 10년마다 1.30년만큼만 증가했다. 이 분석 자료에선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사람들이 오래 살 확률, 즉 기대수명은 평균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최대 수명이 증가한다는 근거는 없다. 평균기대수명과 최대 수명은 전혀 다른 의미다. 건강관리를 잘한 현대인이라면 100세 이상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지지만 최장수 연령은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발달이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을 높였다고 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 원 교수 등은 바이오노인학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물학적 최대 수명이 126세 정도일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 스위치를 끌 수 있다?

바이오 데이터 기업인 지어로(Gero)는 노화를 멈추는 방법을 발표해서 장수산업의 기반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통계를 보면 인간의 사망률은 매 8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 그런데 동 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네이키드 몰-랫(Naked Mole-rat, 두더지와 쥐 중간쯤 되는 동물로 털이 없다), 일부 거북이, 성게, 오션 콰호그(Ocean Qhahog, 바다 조개의 일종), 기타 여러 동물들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망률이 더 높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네이키드 몰-랫은 적어도 28년을 살 수 있는데, 나이가 증가한다고 해서 사망 확률이 증가한다고 판별할 만한 암세포 같은 노화 징후가 체내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아이슬란드 해저에서 발견된 오션 화호그는 507년을 산 것으로 밝혀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 네이키드 몰-랫이나 장수하는 성게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나이를 먹어도 유전자 변이가 매우 낮은 걸 알 수 있었다. 반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원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즉 자기 수명을 다하는 동물들은 유전자의 전사체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어떤 동물들은 수명이 나이와 관계가 없고 또 다른 동물들은 나이와 사망률이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진 못하지만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유전자 네트워크가 본래 불안정하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유전자 조절인자의 오류가 쌓여서 죽음에 이를 것으로 짐작한다. 만약 그렇다면 노화는 축적된 세포의 손상이 원인이 아니라 유전자 조절기능에 본질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경우의 역학적인 차이는 게놈의 크기,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상관성 그리고 세포 수리(修理) 시스템의 효능 차이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의 본질적인 수리기능이 충분히 효과적이면 노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어로(Gero) 측은 설명한다. 만약 세포의 손상이 누적되어서 노화가 발생한 것이 아니고 유전자 네트워크의 특성 때문이라면 유전자의 특성을 변경시켜서 노화에 대한 저항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DNA수리 효율을 높이거나 단백질의 품질을 개선시키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지식이 있다면 노화의 원인이 되는 장기를 노화가 되지 않는 장기로 바꿔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노화를 재설계한다는 의미다. 지어로의 과학책임자인 피터 페 디체프는 “머지않아 실험실에서 동물들의 노화 스위치를 끄는 일이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를 언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노화는 후대에게 삶의 터전을 양보하는 유전적 수단?

최근 과학잡지 <피지칼 리뷰 레터스>에 ‘노화란 인간과 생명체들에게 살 수 있는 한도까지만 살라는 유전적 현상이다’라고 주장하는 논문이 실렸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질병을 앓고 죽음에 이르는 현상은 자연이 인구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이 과학자들이 주장한 바에 의하면 노화 관련 질병들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후세가 먹을 자원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인체의 DNA에 삽입되어 있는 노화 장치만 끄면 인류는 엄청나게 생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유전자적인 처치방법으로 수명을 늘린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시뮬레이션 연구에 의하면 죽지 않아도 될 생물이 굶지 않으려고 죽음을 선택하는 유전변이를 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나이 먹은 생명체가 수명을 단축하면 먹잇감들이 고갈되지 않고 번식력이 강한 후손들이 충분히 번식해서 개체수를 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선 나무의 씨앗들이 바로 밑에 떨어뜨리기 때문에 후손과 함께 생존경쟁을 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노화를 진화적인 선택 결과라고 믿어 왔다. 젊은 초년기에 번식할 수 있도록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나이 든 후년기는 의미 없는 기간이 된다. 물론 수명기간을 단축시키려는 진화적 선택은 없다고 본다. 다만 굶지 않고 질병이나 다른 외적 요인으로 인한 죽음을 피하려다 보니 할 수 없이 나쁜 쪽으로 돌연변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바드 대학교 뷔스(Wyss) 연구소 져스틴 베르펠의 주장에 의하면 생물은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속에 존재하는 먹이자원에 의존한다고 한다. 예전의 수명 연구들에선 생명체가 살고 있는 장소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한 개체군의 진화를 연구해 보면 그 후손들은 선대가 남겨 놓은 가용 자원에 따라서 유전형질이 바뀌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여기서 자원이란 결국 먹이로 삼을 수 있는 다른 생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동물들은 식물과 달리 먹이를 찾아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먹이가 부족할까 봐 유전적으로 빨리 죽음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식활동이 노화를 억제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분자생물학자인 리챠드 모리모토와 죠나단 랍바디아는 투명한 회충선충을 이용한 연구에서 성체세포들의 생식 활동이 성숙한 단계에서 갑자기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걸 발견했다. 중요한 단백질들이 접히거나 기능을 유지하여 세포를 보호하는 세포 스트레스 반응이 유지되다가 이 반응이 해제되면서 노화 과정을 관장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작동한다고 한다. 즉, 동물의 생식활동이 활발할 때는 생식 줄기세포가 삶을 유지하려는 힘이 유지된다고 한다. 생식세포에서 알과 정자를 만드는 줄기세포가 노화스위치를 조절한다고 본 것이다. 생식세포가 알과 정자를 만드는 일을 마치면 세포조직에 방어기능을 꺼도 된다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동물의 노화가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그 동물의 겉보기 행동은 평상시와 같으나 단백질의 품질제어 기능이 약화되고 분자가 변하는 것을 관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실시한 한 실험에선 생식세포가 세포의 스트레스 방어기능을 꺼도 된다는 신호를 차단하자. 그 동물의 스트레스 저항력이 유지되고 성체조직이 건전하게 유지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이 강한 동물은 모든 종류의 세포 스트레스나 단백질 손상도 입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언론인 데이비드 멕카드레스는 20세기에 사망한 사람들의 원인을 종합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전체 수는 52억69만5053명이다. 이들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가장 비중이 큰 원인은 암을 제외한 뇌질환, 소화기 질환, 호흡기 질환 등 비 전염성 질병으로 36.85%나 되었다. 다음으로 비중이 많은 건 감기 등 전염성 질병으로 32.30%였다. 암은 10.26%, 출산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이 8.36%나 되었다.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5.73%, 사상적인 분쟁으로 2.72%, 전쟁으로 2.51%, 약물 부작용으로 2.21% 등이었다. 자연재해는 0.46%에 불과했다. 결국 사람이 죽은 이유는 모두 질병이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 누리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사망의 주요원인들인 질병들이 사라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 수명을 다 누리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이 자연사를 하게 된다면 인구분포도 전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30~40대를 지나면 서서히 인구가 줄어들었지만 미래엔 50~90대까지도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박스형 인구분포를 갖게 된다. 20세 이상의 선거인 수를 비교한다면 전체 선거인의 2/3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나라의 미래는 바로 고령의 선거인들이 선택한 정치세력이 짊어지게 된다. 2030년대 이후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미래세대는 바로 60세 이상의 고령인들이다. 대한민국은 고령인들이 스마트해야만 나라가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