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를 원합니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지난해 미국의 투자회사인 세쿼이아캐피털에 이어 블랙록 주도의 대대적 투자를 유치한 직후 포브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그리고 2015년 가을, 쿠팡은 어느정도 아마존을 따라잡은 것으로 보인다. 나쁜쪽으로만.

▲ 김범석 사장. 출처=쿠팡

논란, 또 논란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세콰이어캐피털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해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내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마인드로 무장했다고 해도 이를 받쳐줄 지속가능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 것이 신기루일 뿐이다.

먼저 사업적인 부분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1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을 비롯해 티몬, 위메프 등의 매출액 총합은 지난해 말 기준 6320억 원이다. 2013년 말 3400억 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허상이다. 소셜커머스 3사 모두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재정적 부분에서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티몬과 위메프가 자기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인 것과 비교하면 쿠팡의 상태는 다소 긍정적이지만, 역시 안심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쿠팡은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해 얻은 손실만 1215억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16억, 42억의 적자를 내왔지만 지난해는 한 해만에 20배가 넘는 적자를 본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3인방의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이들과 연결된 납품업체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경우 납품업체의 판매대금은 최대 2개월 후 지급되는 방식이다. '딜레이'가 있다. 다양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능한 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갑질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까지 포착되고 있다. 일단은 의혹수준이지만, 구체적인 사실이 다수 포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쿠팡이 판매금액에 택배비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납품업체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종가격에 택배비를 포함시키며 결과적으로 택배비에 수수료를 매긴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수수료 자체가 올라가게 간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심지어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경우 주 단위로 약 70%만 정산하고 나머지는 계약이 종료되면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품이나 환불 등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쿠팡의 갑질이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심지어 남품업체가 경쟁사에는 물건을 판매할 수 없도록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넣는 일도 발생한다는 후문이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3인방은 재무건전성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거의 완벽한 '갑'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그 후폭풍은 납품업체의 타격을 기점으로 일파만파로 번질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쿠팡보다는 더욱 상황이 열악한 티몬 및 위메프에 더욱 어울린다. 소셜커머스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며, 여기에 대한 비판을 쿠팡 혼자 100% 뒤집어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쿠팡만 가지고 있는 로켓배송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쿠팡의 비전이 흔들릴 수 있다.

법제처는 9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상정된 '로켓배송 안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판단을 유보하고 폐회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로켓배송이 불법이라는 고소장이 접수된 상황에서 로켓배송 문제가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이에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법제처의 판단과 상관없이 쿠팡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물론 협회의 간판인 CJ대한통운이 필요에 따라 쿠팡의 품에 안기려는 전략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는 다소 유동적인 상황이 될 전망이다. 쿠팡의 배송전략을 무조건 불법으로 몰고라는 부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쿠팡이 일산지역에서 5000원 받고 2시간내 배송을 하는 2시간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더욱 눈길을 끈다. 9800원 이상의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당일에 물건을 배송해 주는 무료 로켓배송 서비스만 시행하던 쿠팡이 노란색 번호판이 달린 영업용 차량을 구입해 사실상 유료배송을 실시한 셈이다. 일단 쿠팡은 로켓배송의 물품이 자사매입된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묘한 시사점을 남기는 대목이다.

▲ 출처=쿠팡

착한기업은 물 건너가나
쿠팡의 혁신은 주로 O2O적 관점에서 이야기된다. 물류의 혁명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완성했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이 지점에서 사람냄새와 쿠팡의 O2O가 연결되는 기현상도 포착된다. 쿠팡맨의 친절함을 기업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의 로켓배송을 보자. 쿠팡맨은 기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한다. 다소 무뚝뚝한 택배 기사의 인식을 깬 젊고 깔끔한 젊은 쿠팡맨은 고객이 자연스럽게 쿠팡 앱을 열도록 만든다. 이러한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고, 언론보도를 탄다. 아주 성공적인 O2O 사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O2O 사업을 전제하며 쿠팡맨을 중심에 두는 순간, 그들의 실험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O2O는 치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플러스 알파가 추상적인 '감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지속성이다. 쿠팡은 언제까지 쿠팡맨을 가동할 것인가. 당장의 유통 시장을 장악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의 전자 및 IT기술의 발전으로 반격이 가해진다면 버틸 수 있을까?

쿠팡맨이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경쟁사는 빅데이터에 입각한 정교한 큐레이션 기능과 치밀한 수학적 계산에 입각한 단축된 배송기간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소비자들은 사람냄새에 의리를 지킬까? 게다가 쿠팡의 쿠팡맨은 불법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사실 더욱 큰 시장에서 이 문제가 100%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쿠팡맨의 업무강도는? 어쩌면 쿠팡맨은 '진짜 배송의 현실'과 만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물론 쿠팡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쿠팡맨을 마케팅적인 부분에 활용하며, 그 이면에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프로세스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지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쿠팡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쿠팡의 쿠팡맨이 보여주는 감동을 O2O의 경쟁력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가능하나, 최종무기로는 부족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 출처=쿠팡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속속 드러나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위기를 보자. 만약 쿠팡에 대한 혁신을 계속 이야기한다면, 옐로모바일에 대한 비판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물론 둘은 다르다. 쿠팡은 엄청난 투자를 받았고 옐로모바일은 꼭 그렇지는 못하다. 게다가 쿠팡은 비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옐로모바일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의 비전을 말하고 있다. 버티는 것은 그들의 역량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왜 일각에서는 쿠팡에만 면죄부를 주는가?

심지어 최근 드러나는 쿠팡을 둘러싼 비판은 그들의 착한 이미지까지 갉아먹고 있다. 착한기업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쿠팡은 마케팅적 측면에서의 쿠팡맨과 김천 물류센터의 일자리 창출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덕'을 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면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기에서 아마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최근 아마존은 자신들은 부정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지옥'이자 '골목상권 피폐화의 끝판왕'을 비롯해 '후려치기의 대가'로 그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고 있다. 쿠팡은? 이대로 가다가는 비슷해질 전망이다. 김범석 대표는 뜻을 이루는가. 재미있는 것은 아마존의 실적이다.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최근만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아마존의 외형적 매출액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지만 내실을 보여주는 순이익률은 30%대에서 멈췄고, 올해 초만해도 적자였다. 재무건전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쿠팡의 모기업인 포워드벤처스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곳은 한국의 쿠팡이 아니라 미국의 포워드벤처스다.

그런데 포워드벤처스는 미스테리한 기업이다. 정체를 알릴 필요는 없지만, 관심을 받는 것 이상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여기에 대해 알아볼수록 확인되는 것은 '김범석 대표가 최대주주인 것은 확실하다'는 주장의 반복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욱 분명한 것은, 쿠팡의 행보에 따른 자금의 흐름이나 기타 파급효과를 꼭 한국경제의 쾌거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여기서 부연하자면, 미국에 모기업을 두는 형태는 굉장히 흔한 일이며 투자유치에도 유리하고, 포워드벤처스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출처=쿠팡

쿠팡은 강하다

쿠팡은 독보적인 기업이다. 일단 모바일이다. 쿠팡은 단순히 PC를 모바일로 끌어온 것을 넘어, 새로운 UI 적용과 서비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해 가장 눈부신 발전을 끌어냈다.

여러 개의 단말기를 통해 구매상품의 기호도를 바탕으로 어디서나 동일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는 위메프의 전략과,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차용해 슬라이드, 가독성 개선을 강조한 티몬과 달리 쿠팡은 모바일 버전에 ‘플리킹’ 기술을 도입해 아날로그 책장을 넘기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는 등, 소위 그립감까지 아우르는 꼼꼼한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모바일에 집중한 쿠팡의 전략은 일단 합격점이다. 현재 쿠팡의 매출 중 80% 이상은 모바일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지경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은 2010년 3000억원에서 2012년 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2013년에는 무려 4조7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김 대표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쿠팡을 '기술회사'로 소개한 바 있다. 결국 모바일을 통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아마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배송 및 기술 DNA에 가장 가까운 회사가 쿠팡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되려면 모바일 기본전략에 배송에 관련된 직접적인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옴니채널로의 진출, 마지막으로 연결된 생태계 구축을 영악하게 꾸리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현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안요소는 있다. 만약 쿠팡이 일련의 단계를 밟아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통적인 기술로만 승부를 보려 한다면, 오히려 슬림해진 오픈마켓이라는 오래된 적의 공격을 받아 침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일 절대치에 근접한 기업은 역시 쿠팡이다.

▲ 김철균 부사장. 출처=쿠팡

이제 쿠팡은 기로에 섰다.

쿠팡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정체성을 가졌지만 참여정부와 박근혜 대선캠프에서도 일했던 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담당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한 영악한 기업이다.

이 지점에서 혁신적 기술과 마인드로 O2O 성공신화를 쓰고 있으며, 그 기세는 나름의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역량 외 구설수까지 아마존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더욱 큰 그림을 완성하려는 의지와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현재의 논란에 쿠팡이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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