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

사이렌(Siren)의 유래를 아시나요? 구급차, 소방차가 위급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알리는 경보 소리인 사이렌은 신화 속 이야기랍니다. 사이렌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인어 형상의 요정으로 여성의 머리와 물새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환하는 오디세우스 일행은 망망대해에서 이 사이렌을 만나게 되죠. 사이렌은 노래로 유혹하여 지나가는 배들을 침몰시키는 마녀들이죠. 그러나 영웅 오디세우스는 이를 미리 간파하고 무사히 통과하게 되죠.

옛 유럽의 배들은 뱃머리에 이런 인어 모양의 사이렌 조각상을 달고 항해를 했답니다. 이유는 이 사이렌 조각상이 뱃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호신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즐기는 스타벅스 커피의 로고가 바로 이 사이렌입니다. 아마 스타벅스는 사이렌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켜주실 바라고, 또 사이렌처럼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싶은 염원이 있지 않았을까요.

최근 국내에 첫선을 보인 ‘스톤비어(Stone beer)’에도 사이렌 같은 수호신이 있습니다. 바로 ‘가고일(Gargoyle)’입니다. 가고일은 중세 유럽 기독교 사원의 지붕 네 귀퉁이에 붙어 있는 석조상으로, 인간과 새를 합성한 모습으로 악령을 쫓아내는 부적의 역할을 한답니다. 지붕에 붙어서 빗물받이 기능을 하는 조각상 가고일은 저승세계에 살면서 빗물을 모으는 풍요의 괴물이자, 높은 지위의 영을 모시는 호위무사였답니다.

스톤비어, 스타벅스, 해태 브랜드의 로고들. 사진=김태욱 제공

스톤비어의 패키지에는 여러 가지 표정의 가고일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 스톤의 가고일은 현대의 악령을 ‘화학방부제와 유해첨가제’로 규정하고, 이로부터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악령을 몰아내는 가고일이 스톤비어를 유해식품 성분으로부터 보호하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아냈네요.

동양에도 유사한 관습이 있죠. 지국천왕(持國天王), 광목천왕(廣目天王), 증장천왕(增長天王), 다문천왕(多聞天王, 毘沙門天王)의 사대천왕(四大天王)과 인왕상의 발밑에 깔려 있는 하늘의 사귀(邪鬼)나 지붕 가장 높은 곳에 놓이는 귀(鬼) 모양의 기와도 볼 수 있으며, 관악산을 향해 고개를 돌린 광화문 앞 해태(獬豸)도 있습니다. 해태는 화재(火災)를 막아주는 물의 신수(神獸)이지만 화재뿐만 아니라 온갖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해태를 브랜드로 삼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허니버터칩으로 한창 기세가 오른 해태제과입니다. 1945년 광복둥이인 해태제과는 ‘해태제과 합명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광복 이후 민족자본과 우리 기술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제과기업으로,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 숱한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성장해 오고 있습니다. 아마 해태의 기운이 이 기업을 지켜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브랜드 로고는 상징과 의미입니다. 그 로고에 담겨진 스토리는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혼(魂)이 되고, 염원이 담기고 꿈이 담긴 스토리죠. 사이렌이 지켜주고 유혹하는 스타벅스, 가고일이 지켜주어 화학방부제와 유해첨가제가 없는 스톤비어, 해태가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해태제과, 그 수호신들이 오롯이 지켜주어 불멸의 신화가 되는 브랜드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