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래 전부터 로봇과 같은 보조기계 장치를 몸에 걸쳐서 초인적인 힘, 이동 속도, 내구력 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꿈꿔왔다. 최근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과 구분하기 힘든 인조인간형 지능로봇이지만, 만화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주로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스타일이다. <육백만불의 사나이>는 팔다리를 강력한 기계 근육으로 교체하고 초인적인 망원렌즈를 장착한 인공 눈, 그리고 미세한 소리도 감지하는 초능력 청각장치까지 체내에 임플란트한 사이보그의 고전적 사례다. 부상당한 정보요원을 대상으로 손상된 장기들을 기계 장치로 교체하여 초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영화에서와 같이 인체 근육의 강도나 내구력, 그리고 동작 속도 면에서 인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기계 장치를 활용하는 꿈은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되었다. MIT 미디어 랩의 생체기계학 연구그룹의 휴 허는 30년 전 등반사고로 잃은 자신의 두 다리를 보강해줄 첨단 의족을 개발해서 정상인처럼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그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왼쪽 다리를 잃은 무도회 댄서 아드리안 해스렛-데이비스를 위한 의족을 개발해, 그녀가 춤을 다시 출 수 있도록 해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재활 치료용 외골격 로봇

공상만화 작가인 스탠리 마틴 리버는 <스파이더맨>, <헐크>, <엑스맨>, <토르> 등 유명한 영웅 캐릭터들을 그려낸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로, 로봇 옷을 몸에 걸친 <아이언 맨>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구상해냈다. <아이언맨>은 건강한 사람이 로봇 갑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변신로봇이 되기도 하는 재미를 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체의 무력함을 기계를 통해 극복해 보고픈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실제로 이런 기계 장치를 실현하고자 수많은 시간과 정열을 바치고 있다. 현실에선 영화 속 장면같이 화려한 변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외골격 로봇은 건강한 사람의 체력을 증강하는 도구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특히 장애인에겐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하체가 마비된 환자들이 일어서고 걷고 뛰고 체중을 지탱하는 장비로 개발되어 재활병원에서 신체마비 환자들의 재활 치료에 잘 활용되고 있다. 이 장치들은 골격이 단단한 재질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관절에 토크를 가하고 압축력을 잘 지탱하며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환자의 체중을 잘 지탱해주므로 신경이 마비된 환자라도 스스로 일어서도록 보조하는 효과가 있다.

이스라엘의 리워크(ReWalk) 로보틱스가 개발한 외골격 로봇 장치는 엉덩이와 무릎 운동을 가능케 한 모델로, 하반신 마비 척추손상환자가 혼자 일어서고, 걷고, 방향을 틀고,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동작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엑소 바이오닉스가 개발한 엑소(Ekso)도 역시 재활 치료용 외골격 장치로, 뇌일혈, 척수손상, 뇌 외부손상 등으로 하체가 심하게 마비된 환자가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체중을 지탱하면서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조 장치다. 외골격 로봇 장치의 원조는 일본의 사이버다인(Cyberdyne)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할(HAL)은 하반신 마비환자의 재활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근력을 강화해 무거운 물체나 환자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근력강화 장치다. 앞의 회사들이 개발한 장치들과 달리 뇌파가 무릎에 보낸 명령을 무릎에 부착한 센서로 읽어내어 외골격을 생각만으로 직접 구동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환자가 무릎을 굽히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릎을 지탱하는 외골격 관절이 작동된다. 건강한 사람이 하반신용 외골격 장치를 입으면 40㎏ 정도의 중량물을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전신용 외골격을 입으면 60㎏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출처: http://news.harvard.edu/gazette/story/2014/09/the-3-million-suit/

전투복 안에 착용하는 외골격 로봇

미국 고등국방연구계획국(DARPA)은 1960년대부터 공상만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외골격 로봇을 개발해 왔다. 무기 전문업체인 레이시온(Raytheon)이나 록히드 마틴과 함께 개발한 XOS 2, HULC, Fortis 등 외골격 로봇들은 금속 골격 구조로, 힘이 센 외골격 로봇 장치들이다. 이들 장치들은 철강이나 고강도 경량금속 프레임으로 제작되어 에너지가 많이 들고 착용자의 동작을 방해하는 문제점들이 있다. 골격 구조가 무겁고 딱딱해서 인체가 움직이면 강한 구속을 받는다.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으려면 인체 동작과 골격 구조가 정밀하게 동조해서 작동해야 하는데, 인체 관절의 움직임과 엇박자로 움직이기도 한다. 또 단단한 골격은 관성이 큰 단점도 있다. 외골격을 착용하면 다리에 하중을 추가로 매단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다리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신진대사 에너지가 장치 중량의 8%가량 증가하며, 허리에 차더라도 장치 중량의 1~2% 정도가 추가로 인체 에너지를 소진한다. 자연적인 도보 리듬이 흐트러져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전투복 바깥에 착용하므로 거추장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DARPA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투복 안에 입을 수 있는 가볍고 얇은 외골격 장치를 개발해서 2018년부터 특수부대 전투복으로 실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DARPA가 원하는 외골격 장치는 가벼운 섬유와 고탄성 폴리머로 제작된 복장으로 전투병의 근력이 강화되어 무거운 장비를 휴대할 수 있어야 한다. 전투복을 입어도 가볍게 동작할 수 있고 45㎏ 이상의 중량물도 거뜬히 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추가되도록 목표를 정했다. 특히 관절들이 단단한 구조로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걸친 복장이 인체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외골격이 의료용, 산업용, 군사용으로 착용자의 편의성에 맞춰야 한다.

부드러운 ‘겉옷’같은 근력증강 장치

하버드 대학교 와이즈(Wyss)연구소에서는 DARPA의 이런 요구 조건에 맞춰 딱딱한 외골격 로봇 대신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착용감이 좋은 ‘겉옷’(Exosuit)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부드러운 ‘엑소슈트’는 이전에 개발된 외골격로봇들의 전력을 많이 소비하거나 인체 관절들이 기계의 움직임에 끌려 다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했다. ‘엑소슈트’는 탄성이 강한 기능성 폴리머 섬유를 재봉해 스마트 옷 조각으로 만들어, 바지처럼 양 다리 사이로 걸친 뒤 당겨 입으면 걸음을 걸을 때마다 근육이나 힘줄 운동에 맞춰 보조력이 다리에 가해지도록 설계했다. 관절에 토오크를 전달하는 방법은 보덴(Bowden) 케이블이라 불리는 와이어를 사용하고 공압 액츄에이터로 힘을 전달한다. 힘이 전달되는 경로는 해부학적인 근육 구조를 바탕으로 착용자가 근육 강도를 강화할 수 있는 최적 경로를 선택하여, 외부의 물리적 충격을 받아도 부상당하지 않고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걸음을 걷는 동안 엉덩이와 무릎 그리고 발목의 움직임이 일정한 패턴을 지니는데, 이를 분석해서 ‘엑소슈트’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점, 그리고 ‘엑소슈트’가 힘을 작동시킬 때와 작동시키지 않을 때의 차이점을 분석해서 ‘엑소슈트’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동작 제어를 설계해준다고 한다. DARPA가 와이즈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엑소슈트’는 마치 병사가 유격 난코스 장애물들을 거침없이 통과할 정도로 체력을 강화해 주면서도 근골격계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난 전투력강화 복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엑소슈트’는 착용자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된 까닭에 군사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이나 의료용으로도 활용성이 매우 높다. 산업현장에선 중량물을 들고 이리저리 나르는 작업이 많다. 현장에서 근골격계 부상을 입지 않는 방법은 ‘엑소슈트’와 같은 근력강화 장치를 착용하는 방법뿐이다. 소방관들은 환자를 들쳐 메거나 안고 위험을 탈출하는 일이 빈번하다. 농부들도 무거운 장비나 물건들을 나르는 일이 많다. 그리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종사자들은 무거운 환자를 들어 침대를 옮기거나 하는 작업을 자주 한다. 현장 작업자, 소방관, 농부, 의료종사자 외에도 중량물을 취급하여 근골격계 질환이나 부상이 염려되는 직업의 사람들은 모두 ‘엑소슈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만 할 것 같다. 장비가 가볍기 때문에 특히 뇌일혈로 신체가 마비된 환자들의 걸음을 바르게 복원하는 재활 치료에 제격이다. 노인성 질환으로 근육이 퇴화되었거나 뇌성마비를 앓는 환자들에게도 평상시 착용하여 근력을 강화하는 장비로 발전시킬 수 있다. 병원에 가야만 하는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건강을 회복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장비로 ‘엑소슈트’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