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기업의 운영체제(OS)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자사의 생태계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한편, 끊임없는 확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맹군 포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를 넘어 사물인터넷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운영체제 주도권 혈투가 이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 기어S2. 출처=삼성전자

운영체제, 핵심이다

모바일을 기준으로 글로벌 운영체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국내사정도 대동소이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지난 6월 한달간 국내 100대 웹사이트중 이용자가 많은 쇼핑몰, 이통사, 금융사, 교육기관 등 11개사의 웹페이지에 접속하는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경우 안드로이드가 84.11%, iOS가 15.87%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재미있는 지점은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의 상관관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상관계수는 0.9989로 상당히 높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의 밀접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운영체제에 따라 브라우저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마트폰 외 PC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국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비중이 97.8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익스플로러(IE) 점유율은 87.64%로 나타났다. 양 분야 모두 1위다.

이는 ‘왜 운영체제가 중요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의 답이다. 운영체제가 발달될수록 이를 통한 무한의 온라인으로 통하는 관문(브라우저)도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운영체제가 기업의 생태계를 의미하며, 이를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경우의 숫자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사물인터넷 가능성까지 더한다면 어떨까. 구글이 안드로이드6.0 마시멜로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아 자사의 사물인터넷 브릴로와 ‘언어’인 위브를 배치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하이라이트’다.

결론적으로 운영체제는 기업들이 간절히 원하는 견고한 생태계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며,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용자에게 무한의 온라인으로 통하는 창문(브라우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집(운영체제) 그 자체를 제공해야 하는 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한편, 초연결의 시대까지 보여줄 수 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스마트홈의 중심에 두고, 스마트워치에 끊임없이 탑재시키는 이유다. 왜 이재용 부회장이 Z3를 애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 안드로이드6.0 마시멜로. 출처=구글

뚜렷한 변화

현재 글로벌 ICT 업계는 각자의 운영체제를 앞세운 치열한 복마전을 벌이고 있다. PC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무시무시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모바일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8:2정도의 지분을 가져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타이젠도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일단 구글이다. 구글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운영체제의 맹주로 활약하며 안드로이드 제국을 건설했다. 주로 스마트폰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으며, 오픈소스의 경쟁력을 가감없이 발휘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제조분야의 든든한 우군인 삼성전자의 존재도 강렬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다소 미묘하게 변했다. 오픈소스의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한 변종 안드로이드가 우후죽순 발생하며 안드로이드 제국의 기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샤오미의 미유아이도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다양한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가 등장하며 구글은 거센도전을 받고 있다.

초창기에는 구글 생태계가 필요 없는 소규모 사업자만 AOSP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 그러나 대형 업체들이 변종 안드로이드 개발에 가담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샤오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등이 대표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업체들이다.

지난해 4분기 구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61%에서 54%로 급감했을 당시 변종 안드로이드는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넓어지더라도 구글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파편화는 구글의 수익모델 파편화이기도 하다. 운영체제를 둘러싼 복마전의 전황이 바뀐 셈이다.

그런 이유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원 프로젝트’는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신흥시장 현지업체와 협력해 저가 디바이스를 공급하는 것인데, AOSP에 대항해 순정 안드로이드를 보급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분석이다. 최근 인도에서 구글이 초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구글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자체가 오라클의 모바일 자바버전인 달빅을 근간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파생 라인업이 파생 라인업으로 고통받는 무한지옥을 느끼는 것도 운영체제 전쟁의 소소한 관전 포인트로 분류된다. 결론적으로 구글은 오라클이라는 은밀하지만 위험한 변수를 품은 상태에서 안드로이드 원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믿는 분위기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변수로 부상했다. 바다의 쓰라린 실패를 딛고 독자운영체제인 타이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그리 긍정적인 흐름이 아니다. 연말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이 설립되면 자회사 구글의 CEO가 되는 순다 피차이 현 구글 부사장은 지난 MWC 2015에서 삼성전자의 타이젠을 두고 “필요하다면 삼성과의 인연을 끊을 수 있다”는 말을 남기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저가 스마트폰 Z1과 아직 출시되지 않은 Z3에 타이젠을 담아내는 한편, 현존하는 자사의 모든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탑재해 나름의 승부를 노리고 있다. 올해 IFA 2015를 통해 공개된 기어S2도 타이젠 기반이다. 물론 iOS와 기타 다른 운영체제도 나름의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설명. 출처=삼성전자

하지만 최근 운영체제를 둘러싼 글로벌 ICT 기업들의 분위기가 일변하고 있다.

일단 자사의 운영체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지점은 기본적인 반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자사에서 유일하게 안드로이드웨어를 사용하는 스마트워치인 기어라이브의 판매를 중단하고 기어S2의 가능성을 강력하게 피력하며 타이젠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 전략도 튼실하게 잡아가며 타이젠 자체를 일종의 스마트홈 운영체제로 확립시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타이젠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족한 앱 개수도 대폭 늘리는 한편, 기어S2 앱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모든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자사 생태계를 ‘단속’하고자 하는 의지다.

그러나 최근 각 ICT 기업들이 자사의 단말기를 중심으로 타사의 운영체제를 받아들이거나, 혹은 자사의 운영체제를 타사의 단말기에 탑재시키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견고하게 키워가던 생태계를 전방위적으로 확장 및 포함시키는 순간이다. 기어S2가 대표적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기어S2가 타이젠을 탑재한 상태에서 안드로이드와도 연동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후 아이폰과의 연동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웨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사의 단말기, 운영체제를 가진 삼성전자가 타사의 운영체제까지 문호를 개방한 셈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는 iOS와 연동된다. 구글에 따르면 이 앱을 적용한 스마트시계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5와 아이폰5c를 비롯해 아이폰5s,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다. 물론 100% iOS의 기능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기술은 대부분 구현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다만 iOS의 외부연동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일단 애플워치 워치OS는 아이폰과의 연동만을 지원한다.

스마트워치 외 분야에서도 운영체제 합종연횡 현상을 두드러진다. 자사의 운영체제인 윈도를 플랫폼으로 부르고 있는 MS는 다양한 이종기기를 하나의 윈도로 묶는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심지어 윈도10의 기능을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방안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일명 윈도 브릿지 프로젝트다.

타사의 앱장터에 MS의 킬러 아이템인 원노트를 풀어낸 지점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애플은 자사의 맥 컴퓨터에 MS의 운영체제인 윈도를 설치할 수 있는 부트탬프 기능도 지원한다.

무엇을 노리는가

운영체제의 합종연횡, 혹은 개방성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먼저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는 각 기업들이 오픈 플랫폼의 형태로 시장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이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폐쇄적, 혹은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나 만약 이러한 결론이 어느 정도 ‘대세’로 굳어질 경우, 일종의 진영구축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평가다.

결국 기본적인 플랫폼에 얼마나 많은 동맹군을 포섭하느냐로 갈리며, 이 지점에서 운영체제라는 기본중의 기본이 다양한 진영과 연결되는 것은 엄청난 무기가 될 개연성이 있다. 최근 IFA 2015에서 SK텔레콤이 삼성전자, LG전자와 협력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내’가 중심이 된 플랫폼에서 다양한 우군을 끌어들이는 모델이다.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PC의 강자인 MS가 운영체제 개방에 가장 전사적으로 뛰어드는 한편, MS의 콘솔게임기인 ‘엑스박스원’과 증강현실(AR)기기인 ‘홀로렌즈’가 윈도10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발방향을 잡은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산업에 진중하겠다는 의미며, 당연히 클라우드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윈도 불법 이용자에게 무료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정책도 이러한 네트워크 확장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애저와 오피스360으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산업에 자사의 역량을 집중시켰고, 시장지배자인 아마존이 신경 쓸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그리고 클라우드가 신수종 사업으로 각광받는 상황에서 이를 장악하기 위해 운영체제부터 ‘연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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