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통합바이러스연구회 회장.

똑같은 자식인데도 형제나 자매, 남매간에 성격과 식성이 각기 다르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면 어떤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숙제부터 하고 논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실컷 놀다가 뒤늦게 생각이 나서 아침에 일어나 허둥지둥 서두르다 학교에 간다. 왜 그럴까? 필자는 타고난 체질이라고 본다.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각자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대처하는 행동이 다르다. 이것은 각자 타고난 체질에 따라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존재 이유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기 남편이 직장 또는 거래처의 예쁜 아가씨와 눈이 맞아 바람이 났다면 부인의 반응은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먼저 부인이 ‘태음인’이라면 무엇보다 그녀에게 돈을 얼마나 주었으며, 그녀를 데리고 다니며 돈을 얼마나 썼는지에 가장 관심이 있다. 자신을 따돌렸다거나 얼마나 사랑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단지 물질적 손해가 난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바람을 피웠던 그녀에게 가서 혹시라도 남아 있을 살림살이라도 있으면 빼앗아 와야 직성이 풀리는 ‘구두쇠’다. 이처럼 태음인은 물질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부인이 ‘소음인’일 경우 남편이란 세상에서 자신만 공주님처럼 받들고 가장 많이 사랑해 주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인데,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한눈을 팔았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소음인은 ‘질투의 화신’이라, 자신의 사랑을 훔쳐간 그녀를 죽이고 싶도록 밉다. 그래서 죽이려고 한다. 만약 그녀가 도망을 가면 남편에게 총을 쏘아서라도 죽이려 한다. 이성적으로 자신이 그녀에 비해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그녀에게 돈을 얼마나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따질 필요도 없고, 단지 그녀든 남편이든 복수만 하면 끝이다. 이처럼 소음인은 자신의 체면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소양인 부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직하게 문제가 있으면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따지며 비겁하다, 불결하다며 남편을 무력으로 응징하려 한다. 그러나 힘이 부족해 대항할 수 없다 싶으면 바로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며 나쁜 남편을 응징하는 방법으로 자신도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자식들이나 장래에 자신에게 일어날 일에 대하여, 또 돈이 얼마나 들 것인지에 일고의 가치도 없이 바로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아무나 붙잡고 바람을 피워 남편을 굴복시키려 할 것이다. 이처럼 소양인은 정의의 구현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 체질별로 자신을 돌아보며 무슨 문제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고, 무슨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에 질병이 생기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고나 지병이 생겼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래서 ‘암도 생활습관병’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태음인이라면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물질적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돈벌이하지 않는 남편이나 자식의 꼴을 못 견뎌 한다. 남의 집에 금송아지가 있는 것을 보면 나도 금송아지가 있어야 한다. 왜 필요한지는 따지지 않는다. 또 힘이 있는 한 쉬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계획이 없어도 무조건 돈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쌓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빈곤 망상’처럼 늘 부족하다.

소음인은 자신만이 끊임없이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공주병’ 또는 ‘왕자병’을 지닌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기 쉽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의 체면만이 전부다.

소양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감명을 주는 것에 모든 관심이 있어서 때로는 과장되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지갑을 서슴없이 풀고 자신의 뜻에 공감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동지라며 휩쓸리는 ‘기분파’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정의라는 것도 힘 있는 자의 논리라는 것에 굴복하고 후회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외모가 다르듯 생각도 다르지만 각자 생각하는 가치와 존재 이유가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가 중요하듯 다른 사람의 것도 존중하며 배려해야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 사상의학이 전하고자 하는 철학이다.